산경칼럼/서균렬 서울대 교수

[산경e뉴스] 영국의 두뇌집단 ‘엠버’가 지난달 발표한 ‘2021 세계 전력생산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평균의 절반도 안 되고 석탄발전도 주요 20개국 중 가장 적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
서균렬 서울대 교수.

태양광, 풍력의 국가 발전량 비중이 2015년 1%에서 2020년 3.8%인 21TWh로 늘었으나 주요 20개국 중 밑에서 네 번째로 일본 10%, 중국 9.5%, 인도 8.9%는 물론, 세계 평균 9.4%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화력발전은 353TWh로 2015년 350TWh에 비해 1% 올라가며 여전히 발전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석탄은 수요 감소와 출력 제한으로 지지난해보다 1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틈새는 원전이 10%, 석유·가스가 4% 늘어나 메웠다.

하지만 한국의 2015년 대비 2020년 석탄발전 감축은 10%에 그쳐, 영국 98%, 유럽연합 48%에 못 미치고 일본 15%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석탄발전 감축이 재생발전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가스발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가스발전 비중은 2015년 22%인 113TWh에서 2020년 27%인 142TWh로 늘었다. 또한 탈원전 기조에서도 2019년 이후 원전은 조금 늘었다.

지난해 석탄 감소의 절반가량을 원전에 의존해 10%인 14TWh가 올랐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기 위해선 에너지 정책의 신속한 변화가 절실하다.

태양광·풍력과 함께 원자력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가스 대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편, 지난해 세계적으로 신규 태양광·풍력은 325TWh 늘어난 반면, 석탄은 346TWh 떨어졌다.

2015년 이후 치솟는 전력 수요량이 재생에너지 증가량을 앞질러 화석연료 확대와 탄소배출 증가로 나타났지만 지난해는 코로나 사태로 전력수요 증가세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는 혹서와 혹한, 가뭄과 홍수를 동반하며 전력 수요량은 늘어갈 것이고 문재인 정권이 끝나가는 길목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되짚고 현실적 자구책을 추슬러야 한다.

며칠 전 SBS가 방영한 ‘기온 1도 오르면 벌어지는 일’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북미 서부 폭염으로 양식장 폐사, 기온이 50도까지 오르다 보니 조개가 아예 익어 버린 것이다.

캐나다에선 폭염으로 500명 넘게 사망했고 미국에선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기온이 1도 올랐는데 이렇다면 2도가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가히 코로나 대유행을 넘어가는 범국가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지구촌이 1도 오르는 데 100년 넘게 걸렸는데 한반도는 50년도 안 걸렸다.

가공할만한 기후변화에 맞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2050 탄소중립’ 계획에는 배출되는 탄소의 2/3를 모아서 없애겠다는 방안이 들어있다.

‘봉이 김선달’ 같은 얘기. 허공에서 탄소를 잡아내 땅속에 가둔다?

차라리 태양광 한다고 천연 탄소 포집기인 삼림을 파헤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미완의 기술인데다 자연재해는 과학발전을 기다려줄 만큼 자비롭지도 않다.

배출되는 탄소를 모아서 묻어 버리는 것보다 탄소배출 자체를 뿌리 뽑는 게 지름길이다.

지지난해 대비 지난해 국내 전원 비중과 변화를 살펴보면 답은 간단명료하다.

공상을 버리고 공학에 귀 기울이면 된다. 석탄과 수력의 빈자리를 원전 14TWh(10%), 재생 5TWh(33%), 가스 6TWh(4%)가 메웠다.

여기서 이제 할 일은 석탄과 함께 석유·가스마저 몰아내는 것이고 그 자리는 저탄소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원자력발전이 반반씩 채워가면 된다.

결국 독일보다 미국, 영국, 중국의 선례를 따라가야 한다.

프로스트가 읊조렸듯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다. 아쉽지만 이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굽어 들어간 끝자락까지 바라볼 수도 걸어갈 수도 없다. 늦었지만 다른 길, 바른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결국 200년 넘게 이어져온 탄소 문명을 후미경 속에 떨쳐 보내고 21세기 전원(電源)혁명을 이끌어갈 전기와 수소 문명에 한반도 명운을 걸어야 한다.

잃어버린 4년, 기후변화와의 전투에선 졌을지 몰라도 기후위기와의 전쟁에선 이겨야 한다. 정권이 6번 바뀌어도 변치 않을 30년 비상계획을 ‘2050 탄소중립‘이라는 식상한 표어보단 ‘2030 무탄발전(無炭發電)‘이라는 관화(觀火)한 선언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가속해야 한다. 그래야 20년 후 힘겹게나마 ’2050 탄소해방‘을 맞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석탄화력은 대형원전이, 석유·가스는 소형원전이 재생에너지와 함께 메워가면서 궁극의 발전원, 진정한 수소력(水素力) 핵융합이 상용화될 21세기 후반까지 내다보는, 그래서 2050년 이후 정권이 10번 뒤바뀌어도 무너지지 않을 뿌리 깊은 보리수를 대한민국 영토에 심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세가 사라진 다음 후세가 이어갈 22세기 관문을 열어주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겨레의 소명이고 내일을 열어가는 나라의 책무이다.

대한민국이여 2021년 깨우쳐라, 그리고 2101년 보았노라, 이겼노라.

관련기사

저작권자 © 산경e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