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니라, 누군가가 더 나은 대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단한 석벽도 청동과 철에 무너져 내렸고, 아무리 순수한 구리선도 광통신에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기름이 아직까지 솟아나고 우라늄이 여기저기 남아도는데도 세계는 신재생에너지로 꾸준히 옮아가고 있다. 지구촌 온난화는 火電을, 방사성 폐기물은 原電을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인류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22세기 핵융합이 久遠의 신재생으로 등극할 때까진 태양과 풍력 등이 20세기 원자력에 이어 21세기를 風靡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 총회에서 세계 각국은 올해에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속 발전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장국인 일본은 국제안보 강화에 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녹색기후기금에 1조5천억원 넘게 공여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2030년까지 총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올리고, 인도는 태양열로 향후 7년간 10만 킬로와트 전기를 만들겠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10%, 멕시코는 2018년까지 35%, 쿠웨이트는 2030년까지 15%로 키우겠다고 한다. 몰디브는 2019년까지 30%, 바누아투도 2020년까지 65%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모리셔스는 2035년까지 35%, 나이지리아는 2030년까지 20%, 에티오피아는 90%까지 늘릴 거라 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름 값의 급락은 신재생 산업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저유가 추세가 지속된다 해도 깨끗한 에너지를 향한 인류의 갈망을 값싼 석유가 대신할 수 없게 됐다. 한 때 계량기가 필요 없으리라 던 원전도 미국, 구소련, 일본 등지에서 고초를 겪으며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선 태양과 석유는 상호 경쟁관계가 아니다. 배럴당 5만원 밑으로 유가가 지속되더라도 태양광은 2050년 세계 최대 단일에너지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석유는 연소용인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용이다.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전력체계에 편입되기에 석유는 너무 비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태양은 석탄, 가스, 수소 등과 경쟁 관계다.

원전과는 당분간 공존이 가능할 수도 있다. 지속적 기저부하와 간헐적 첨두부하를 절묘하게 메울 수 있는 징검다리로서.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현재는 전력시장에서 1%도 안 되지만 치솟아 오르는 태양을 2050년엔 아무도 가릴 순 없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진정한 위협은 폭락한 석유가 아니라 저렴한 전기료다.

미국의 경우 풍부한 가스가 발전 비용을 떨어뜨려 왔다. 그런데도 전기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집으로 끌어오는 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료를 높이고 있는 말썽 많고 탈 많은 송전탑은 지붕에 얹히는 태양광을 한층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태양에너지 가격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석탄과 천연가스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원유가 풍부한 두바이도 2030년이면 태양에너지 수요가 지금의 3배로 늘어 총 전력 수요량의 15%에 이를 거라 한다. 두바이 국영 발전사는 3500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으로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싼 전력을 판매할 거라 한다.

우리 신형경수로 원전을 4기나 짖고, 앞으로 4기를 더할 아부다비완 다소 대조적이다.

값싼 석유야말로 전기자동차를 곧바로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통념이었다. 유가가 바닥을 쳤던 1980년대 미국 의회가 전기자동차 연구자금지원을 철회했을 때만 해도 이는 기정사실인 듯 보였다. 하지만 전기차의 세계시장 판매는 지난해 3분의 1 가량 늘었다 한다.

값싼 석유가 전기차를 멈출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석유 값이 바닥을 찍었다면 다시 오를 것이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저유가가 2년 넘게 이어질까하는 반면 신재생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여러 가지 보조지원 정책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언젠가 홀로 서 원자력과 상생하는 에너지원이 될 것임은 明若觀火하다.

정부는 2015~2029년을 어우르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원전 2기 추가 건설. 국내에서 원전은 주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가하면 프랑스 페센하임 원전 앞에서는 근로자 50여명이 폐쇄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이후 탈원전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그러나 체코와 프랑스는 오히려 원전 비중을 늘리거나 계속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체코는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 30%에서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기본계획을 채택했다. 석탄 비중을 축소하고, 원자력과 신재생 발전 비율을 높여나가고, 특히 향후 수년 내 신규 원전 1∼2기 공사를 발주하고,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도 추진할 방침이다. 체코는 앞서 2009년 듀코바니 원전 계속운전에 착수해 2012년 운영을 20년 연장했다.

원자력을 줄여나가려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체코가 이처럼 원전 확대정책을 펴는 것은 국민의 원전 건설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프랑스 페센하임은 주민 2300여명의 작은 마을. 라인 강을 끼고 독일과 이웃한 페센하임에는 지난 1977년부터 고리1호기보다 좀 큰 원전 2기가 가동 중이다. 원전 건설 이후 주민이 늘고 복지도 좋아졌다는 것이 그들의 소박한 사연이다. 하지만 정부는 페센하임이 지은 지 오래돼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며 40년째 되는 2017년 원전을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상당수 주민의 생계가 걸려 있는 마을에서 계속운전을 적극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애매한 “경제성”을 이유로 안전성도 되짚어 보지 못하고 영구정지로 가는 고리와 명암이 엇갈린다.

2000년대 정녕 인류는 永續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찾아 대장정에 올랐다. 화석이 다해서도 아니고, 광석이 떨어져서도 아니며, 태양이 꺼져가서도, 풍력이 스러져가서도 아니다. 

138억년 전 대폭발과 함께 오직 신들의 영역에만 있었던 우주의 에너지 핵융합이 그것이다. 

그때까지 더워지는 지구를 식혀줄 신재생과 원자력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있다.
 
201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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