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 교수(서울대 원자햑공학과 교수. 본지 주필)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부대끼며 살다보면, 이것저것 알다보면, 여기저기 ‘불편한 진실’이 우리를 때로는 힘들게 한다. 그렇다고 알기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면 이는 차라리 알지 못함만도 못하리라. 현대에 걸맞은 표현은 ‘아는 것을 하는 것이 힘이다.’

지난 섣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당사국총회는 2주간에 걸친 협상 끝에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을 채택했다. 주요내용은 국제사회 공동의 장기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지금까지도 소위 전문가들 사이에는 기후변화를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첫째, 지구가 정말 더워지고 있느냐, 둘째 기후변화가 온실기체 때문이냐 아니면 자연현상일 뿐이냐, 셋째 현재 기후변화가 인류재앙이라는데 맞느냐.

지구기온이 오르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구온도의 기준이 되고 있는 지구 평균기온 측정방식을 일부 과학자들이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지표면과 해수면에서 측정한 온도자료를 복합해 지구 평균온도를 추정하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온도 관측점. 다수의 관측점이 열도(熱島)효과 때문에 실제 온도보다 높을 수 있다. 이를테면 주변보다 도심 기온이 높은 것으로 도시화에 따른 대량 에너지 소비로 열이 모여 있는 것이다. 도시 지역의 등온선을 그리면 섬처럼 보인다. 지구면에서 측정한 값과 대류권에서 측정한 온난화 추세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남극기온이 하락추세이며 오히려 지구 냉각화가 진행 중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반대편 과학자들은 기준시점에 따라 온난화 또는 냉각화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기간의 움직임으로는 기온상승을 정확히 판별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우려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현재의 기후변화 속도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이미 지나갔으며, 현재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북극 얼음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원인이냐는 논란은 빙하로부터 비롯됐다. 수십만 년 빙하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상승한 후 이산화탄소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기후변화가 탄소증감을 결정하는 것이지 탄소변화가 기온증감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는 것.

1990년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의 1차 보고서 역시 지구온난화가 대부분 자연적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향후 10년 이상은 온실효과가 증가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996년 2차 보고서는 이를 뒤집고 있다.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판별할 수 있는 암시적 증거가 나타났다고 했다.

2001년 3차 보고서는 대부분의 지구온난화는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2007년 4차 보고서 역시 20세기 중반부터 진행된 기온상승이 온실기체 때문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것이다. 불과 10년 사이 이들의 주장은 180도 달라진 것인데 과연 그럴까.

그런가 하면 태양표면의 흑점활동 11년 주기와 지구온도의 상승주기가 일치한다는 근거를 들어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한편 20세기 초반 기온상승은 태양활동과 같은 자연현상에 기인한 반면, 20세기 후반은 온실기체와 같은 인간활동에 기인했다는 사실을 주장도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가 인류재앙이냐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온도상승이 식량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연구결과는 이 주장을 무력화 하고 있다. 약간의 온도상승으로 중위도 위쪽에서는 식량생산량이 올라가겠지만, 온도가 더 오르면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것. 평균기온이 4도 이상 오르면 전 지구적으로 물 부족, 토양 사막화 등으로 인해 식량생산이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따뜻한 겨울로 인한 에너지 소비감소, 극한지역 개발 등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은 농업 국가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더구나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질병으로 인한 재난이 우려된다는 것.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2도가 상승할 경우 15~40%가 멸종되며,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바닷물 산성화는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쳐 어류의 종류와 개체 수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사실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인류역사 상 처음으로 기후변화라는 지구의 다반사를 잠재적 생존위협으로 통찰하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우린 수백만 년 인류와 생태를 번성하게 한 지구의 위대한 자정능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어찌 보면 기후변화는 인류문명 자체를 금방이라도 위협하는 시한폭탄은 아닐 것이다. 수십억 년 지구를 되돌려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온난화와 한랭화가 점철돼왔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차돼왔다. 산업혁명 이전의 온난화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던 적도 있었다. 최근 10여년은 온난화보다는 한랭화에 가까웠다. 온난화 추이가 잠시 꺾인 것이다.

통계자료는 원점과 끝점에 따라, 저자와 의도에 따라, 단위와 척도에 따라, 세로와 가로에 따라 곡선이 될 수도, 직선이 될 수도, 기울기가 뒤바뀔 수도 있다. 정녕 온난화를 두려워한다면 기후변화의 주범은 온실기체가 아니라 태양활동이고, 지구회전이며 인구증가일지도 모른다. 사실 인구와 탄소는 증가추이가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태양활동과 지구현상을 뒤바꿀 순 없지만 기후변화는 추스를 수 있으리라. 우리가 무탄소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할 때. 그래야 동력이 솟아나고, 세계가 돌아가며, 시계가 움직인다.

혹여 우린 지구의 온난화라는 허상을 좇다가 산업의 혁명화라는 실상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쨌든 우린 신기후체제라는 피치 못할 대명제 아래,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 무탄소 에너지의 대계를 짜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종종 과학적 주제가 정치적 사안으로 둔갑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이기적 행동은 기후변화 관련 에너지 정책수립 과정에서 막대한 외부간섭을 유발함으로써 올바른 정책수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단체들이 국가를 상대로 압력을 넣고 있는 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후변화를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것도 문제다.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는 도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온실기체 감축방안을 제시하는 대신 소비억제 등을 강요함에 따라 기후변화 주장자체를 불신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고 온전한 과학을 국민과 공유하고 세계와 공감함으로써 지속적 관심과 대승적 해법을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온실기체 배출을 억제하는 생활문화를 유도하는 등의 효율적인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서사시에서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주연이고 영웅이어야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지금처럼 인류가 에너지를, 그것도 엄청나게 필요로 한 적이 있었을까. 그러니 금세기는 무한한 발명이 이루어지는 위대한 세상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우리 세대 또한 기후변화에 맞서 지구를 지켜낸 위대한 전사로 기억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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