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본지 주필)

▲ 서균렬 교수

중국엔 4대 미녀가 있다. 이들의 미모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걸 멈추거나, 기러기가 날갯짓을 잊고 떨어진다. 달이 숨고, 꽃이 고개를 숙인다. 4대 발명도 있다.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 종이는 2세기, 나머지는 10세기 전후 발명한 것으로 중세까지 탁월한 품목들이다. 그러다 천 년의 잠을 자던 가운데 나라 중국을 세계가 다시 한 번 괄목상대하고 있다.

중국이 10여 년 전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에 뒤졌던 석유화학과 조선해양은 물론 스마트폰과 자동차까지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첨단기술에서도 한국을 앞질렀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달에 사람을 보낼 계획이다. 스마트폰을 선보인 지 3년밖에 안 되는 샤오미는 자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는 데 몇 해가 걸린 데 비해 샤오미는 몇 달 만에 갤럭시를 넘보고 있다. 신재생과 조선업은 더 이상 중국을 당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은 원자력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을 통해 에너지구조를 조절하고 있으며,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제고, 에너지 확보와 다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나섰다. 5개년 계획기간 중 지능형전력망과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소 투자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지난 달 중국이 미국산 원전을 추가로 구매하고 미국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이나 시설을 도입할 수 있게 허용하는 미중원자력협정 개정안이 미국의회를 통과했다. 미국기업이 중국에 건설 중인 원전 4기가 10조원에 이르고 일자리가 수만 개에 이른다.

중국의 기회는 주변국, 특히 한국과 일본에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15년 후, 2030년이면 세계 원전 3기 중 하나 꼴로 동북아시아에 집중되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중국-일본의 상호협력체제 구축이 다급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한중일에 96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는데 2030년쯤엔 200기에 가까운 원전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동북아 공동안전기준 등 협력체계 실현이 시급한 이유다. 원전 개수로 치면 중국은 이미 한국을 앞섰고, 얼마 후 프랑스를 따돌리고,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최강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난제가 하나 도사리고 있다. 원전사고는 천재(天災) 외에도 안전시설 미비, 안전의식 부족, 운전경력 미숙 등으로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는 대체로 편서풍이 불고 있으므로 중국 원전사고 시 한반도에 심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려고 하는 백두산 인근이 지진발생이나 화산폭발 가능성이 큰 지역이고, 중국의 성급한 국산화와 불투명성과 부패, 기술인력과 운전경험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연평도에서 서쪽으로 200 킬로미터 떨어진 쉬다오완(石島灣) 원전사고 시 방사성물질이 한반도까지 덮칠 가능성이 높다. 한나절이면 요오드가 실려 와 이틀이면 남한, 사흘이면 한반도 전역에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오키나와)이나 대만에서 해저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해일이 원전이 밀집한 중국 동부해안에 밀어닥칠 수 있다. 내륙지진도 이미 여러 번 일어났다. 중국 남부원전도 태풍과 동시에 사고가 나면 한반도가 직접 영향권에 든다.

인재(人災)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중국핵공업집단공사 사장이 투옥됐는데, 이를 보면 중국에도 안전설비나 안전문화에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들여온 원전설비를 급하게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증기발생기나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핵심장비의 안전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거치고 있는지 걱정된다. 더욱이 중국정부의 폐쇄성이 유사 시 피해확산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중국 원전사고 시 방사성물질은 빠르면 반나절, 길어야 사흘이면 한반도까지 날아온다. 편서풍이 아니더라도 해류에 의해서 이틀에서 열흘이면 건너올 수도 있고, 태풍을 타고 실려 올 수도 있다. 중국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 건설 중인 모든 원전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몇 달 후 별다른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원래대로 원전건설이 추진되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일시 중단됐던 중국내 원전건설을 재개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에너지발전 5개년계획을 확정, 원전의 정상적 건설을 재개하고, 건설속도를 합리적으로 조절,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다만 사고위험과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내륙원전에 대해서는 잠시 미루기로 하였다. 신규원전은 3세대 수준의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곳만 건설을 승인키로 하는 등 규제기준도 상향조정하였다 한다.

국가 차원에서 원전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안전정책을 제정하고 있으며, 관련법규를 정비하고 있다고는 하나 현재까지는 잰걸음으로 나가는 진흥에 굼벵이 걸음 규제가 한참 뒤쳐져 있는 형국이다. 인력 양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폭증하는 일자리를 양질로 적시엔 메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결국, 낮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원전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어, 안전을 놓칠 소지가 있다. 원전 건설능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원전설비를 급격히 늘려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인 것이다. 관련법규와 규정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설계와 건설에 집중되어있으며, 외국 원전을 도입, 건설하였기 때문에 표준이 상이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신규 원전 건설 대부분이 우리나라 서해 쪽에 밀집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사태가 이쯤 되면 정부가 제안한 동북아 원자력안전협의체 구축과 아울러 원전 외에도 중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현장감 있는 각본을 수립하고 대비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특히 서해에 위치한 중국 화학공장들도 원전 못지않은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대규모 환경사고에 대해 언론매체를 통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지 한참 후에 한국에 알려지는 경우에 대비해야한다는 말이다.

중국정부가 그동안 환경오염과 관련해서 주변국과 정보공유를 꺼려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1년 서해와 접해 있는 보하이만 원유유출 사고 당시 서울보다 넓은 해역이 오염됐지만 한국에는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게 단적인 예다. 한국정부가 이번 톈진항과 산둥성의 폭발사고를 계기로 중국과의 정보공유는 물론 공동대응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직통전화를 비롯한 정보공유체제를 만들기 위한 외교안보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가 놓치는 또 하나의 한국이 있다. 북한이 영변에 자체건설 중인 실험용경수로가 사고나 공격을 당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미국은 물론 한중일이 북한 원전안전 관련논의도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의 소형 경수로 사고위험은 과장돼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무시돼서도 안 된다. 사고 시 가장 큰 영향은 심리적이고 정치적 수도 있을 것이다.

한중일,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와는 무관하게 원자로 안전문제에 관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지금이라고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영변 원자로의 출력이 100 메가와트, 전력이 25 메가와트, 우라늄 농축도가 3% 정도라고 가정하고 사용후연료가 많이 쌓인 상태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될 경우 한반도 지역별로 예상되는 방사선 노출량과 사망률 증가분을 바탕으로 국민안전의 이름으로 한국이 물꼬를 터나가야 할 시점이다. 한중일북, 동북아의 4대 국민안전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산경e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