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e뉴스]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미국, 중국, 유럽을 중심으로 태양전지, 풍력 발전등의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무탄소에너지이지만 바람, 태양 등 기상조건에 크게 의존하며 이에따른 전력생산 간헐성이 단점으로 떠오른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차전지가 그리드 크기의 에너지 저장 장치로서 부각되고 있다.
전기 자동차의 보급에 따라 리튬이온 배터리(Lithium Ion Battery. LIB)에 기반한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리튬은 지각에 0.002%만큼 희귀하게 존재하는 원소로서 장기적으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에 매우 부족하다.
리튬 채굴은 중금속 오염이나 지하수 고갈과 같은 환경 문제도 초래한다.
세르비아의 자다르 리튬산화물 광산과 남미 아타카마 고원의 리튬염 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LIB를 대체할 다른 종류의 이차전지를 대안으로 소듐이온 배터리(Sodium Ion Battery. SIB)가 논의되고 있다.
소튬이온배터리(SIB)는 재료가 되는 소듐은 풍부하고 저비용이기 때문에 차세대 전지 후보의 하나로서 주목을 끈다.
ESS, 전기이륜차시장에서는 에너지밀도보다 오히려 가격의 저렴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EV시장에서 사용하기에는 아직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SIB의 에너지밀도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낮아서 고급 모델에 채택될 수는 없지만 저가 모델에 사용되는 등 리튬이온 배터리의 보조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본고에서는 SIB의 실증사례를 중심으로 알아 보고자 한다.
소듐(나트륨)은 지표상에 23,600ppm의 농도로 존재하여 20ppm인 리튬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하다.
바닷물 속 소듐의 농도는 리튬 농도에 비해 5000배 이상 높아 바닷물의 증류에 의해 손쉽게 얻을수 있다.
소듐은 독일어로는 나트륨이라고 하는데 여기선 편의상 소듐이라 부르기로 한다.
SIB는 LIB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산업적 요구가 작아 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자원의 풍부함으로 인해 성능 향상 여부에 따라 가격 측면에서 장래성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전극 물질의 종류에 따라 SIB는 LIB와 달리 배터리 손상이 거의 없이 완전히 방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는 NCM 계열의 LIB에 대해 SIB가 갖는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SIB는 열폭주 등에서 LIB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여 모듈 과정을 생략하고 셀투팩 방식으로 전기차 차체에 직접 장착할수 있다.
특히 LIB 생산 공정을 대부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IB는 양극재의 종류에 따라 층상 산화물계열, 다음이온계열, 그리고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Analogue. PBA) 계열 등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처음 두 계열은 각각 LIB의 NCM 계열, LFP 계열에 대응하며 각각 성능과 안정성에 대해 상대적 강점이 있다.
다음이온계열이라 함은 인산 음이온 등이 화학식 내에 여러 개가 있다는 의미인데 주로 독성이 강한 바나듐 양이온을 함께 갖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PBA계열은 실온에서 수용액 공정으로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고 고속 충방전에도 강점이 있다.
교차 검증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CATL은 PBA계열을 채택하여 160와트/킬로그램(Wh/kg)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였으며 조만간 200와트/킬로그램(Wh/kg)의 밀도가 달성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밀도 값들은 셀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연히 팩 수준에서는 이들보다 낮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만약 이런 밀도가 달성 가능하면 PBA계열은 이제 성숙기에 이른 LFP계열 LIB의 에너지 밀도에 근접하고 이러한 이유로 LIB 시장의 14~40%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 시장 조사 기관인 '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SIB 시장은 2023년 5억 달러에서 연 21.5% 성장하여 오는 2028년에는 12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금속 시장인 SMM에 의하면, SIB의 전세계적 수요는 2025년 5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160기가와트시(GWh)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산업 조사 기관인 ICCSINO에 따르면, SIB는 2024년 공개 입찰을 통해 200메가와트시(MWh) 이상의 중국 ESS 시장을 점유했으며 와트시(Wh)당 단가는 연초 1.5위안에서 연말에는 0.8위안으로 떨어졌다.
주요 국가별 SIB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영국 Faradion은 세계 최초의 SIB 전문 회사로서 2022년 12월 호주의 Yarra Valley에 태양전지와 연동하는 SIB를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일본 도요다는 2024년 자사의 하이브드차인 프리우스(Prius)에 재래 모델에 사용된 니켈금속 수소화물(Nickel-metal hydride) 배터리 대신 약 절반의 무게를 가진 SIB를 채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상대적 안전성 면에서 LIB 대신 SIB를 채택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여기서 안전성이란 이상적인 조건에 한한 것이며 만약 공정 과정에서 배터리 내부로 작은 불순물이 유입된다든가 하는 사소한 문제에도 안전성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
2024년 1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JAC 그룹은 SIB를 이용한 전기차 ’이웨이‘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용된 SIB는 중국 HiNa사의 제품으로서 이 회사의 주장으로는 에너지 밀도는 130와트/킬로그램(Wh/kg)이며 주행 거리는 230km로 짧다.
HiNa사는 SIB를 이용하여 2024년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50MWh/100MWh ESS 장치를 중국 후베이성에 설치했다.
2024년 11월 중국의 배터리 업체인 BYD 또한 당사 고유의 브랜드인 ’BLADE‘ 기술을 SIB 배터리에 적용하여 2.3GWh급 ESS 장치를 영국에 공급했다.
중국의 CATL은 2024년 10월 ’FREEVOY‘라는 상품명으로 LIB와 SIB의 'AB 혼성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를 플러그인 하이브리차(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PHEV)에 이용하면 400볼트 충전기에서 10분 내에 280km의 주행 거리를 더하며 영하 -20도에서도 정상적인 속도로 충방전이 가능하고 배터리에 의해서만 400km 주행이 가능하다고 하니 사실이라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여기서, SIB는 LIB에 직렬 및 병렬로 연결하여 최적의 충전상태를 구현하며 LIB의 저온 성능을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
CATL에 따르면, FREEVOY 배터리는 30개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에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2024년 10월, 중국의 LEPU는 아프리카 잠비아에 25MWh/50MWh의 SIB를 공급하여 태양광 발전과 연동하기로 이 나라의 RUIDA 광산과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현재 10개의 중국 회사가 가솔린 자동차의 시동에 쓰이는 무거운 납축전기를 대체하는 SIB를 생산하고 있다.
한편, 인도의 Sodion Energy는 2024년 같은 목적을 위해 SIB 제품인 Prometheus를 출시했다.
이러한 중국의 압도적인 SIB 기술에 맞서기 위해 2024년 11월 미국은 정부 부처인 에너지부(DOE) 차원에서 SIB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는데 여기에는 Argonne National Laboratory를 주축으로 6개의 국립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2025년 1월 스탠포드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LIB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안보적 측면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LIB의 음극재인 흑연과 리튬 처리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는데 중국이 최근 이들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튬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SIB가 규모 있는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2024년 7월 미국은 전략적 관점에서 SIB를 실용화하기 위한 스타트업인 Peak Energy에 55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여 2025년 ESS용 SIB를 파일롯트 생산을 하고 2027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생각과 움직임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의 견해로는 우리나라의 SIB 기술은 파일롯트 생산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금속-유기 골격체를 이용하여 높은 에너지 밀도, 높은 출력, 그리고 매우 빠른 충전 속도를 갖는 SIB를 실험실 수준에서 구현했다.
SIB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소형차, ESS, 이륜차 등에서 LFP 배터리에 대한 상대적 성능 및 가격 경쟁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 계열의 양극재 중 어느 것이 시장의 주류를 이룰 것인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단기적으로 SIB의 가격 경쟁력은 주로 양극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LIB와 달리 음극재로 주로 쓰이는 Hard Carbon의 가격 경쟁력에 크게 의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리튬의 희소성이 심해지거나, 전략적 필요에 따라, 그리고 환경적 요구에 따라, 그리고 중국의 전략에 따라, SIB는 LIB의 중요한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SIB는 성능이 월등한 소듐-황 배터리가 상용화되는데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나라에서도 SIB용 전극물질 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