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뉴스] “지금 우리 앞의 기후위기는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문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중심의 녹색 문명으로 전환해야만 합니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단체총연합회 공동대표의 첫마디는 짧았다.
“기후위기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이른 시각 <서울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 대응이자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며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생경제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공모가 끝난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후보로 신청한 사실이 에너지업계에 쫙 퍼졌다.
문재인 정부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오면서 근 10년간 그는 태양광과 풍력산업 현장을 지켜온 인물이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을 거쳐 지금은 재생에너지 단체들을 잇는 연합체의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적으로 말한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운동이 아닙니다. 국민 모두의 생존 전략입니다.”
“재생에너지는 기후와 경제를 함께 살리는 길”
정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기후위기 극복의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자 산업경제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는 이미 ‘RE100’ 경제로 전환했습니다.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역 장벽에 막혀 산업 전체가 흔들릴 겁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햇빛과 바람이라는 공공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생경제의 해법이기도 하다”며 “서민과 농민이 태양광, 풍력 발전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는 ‘햇빛연금·바람연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 석유보다 햇빛이 답이다”
정 대표는 ‘에너지 안보’ 개념의 중요성도 짚었다.
“에너지는 국방만큼 중요한 안보 자원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보듯, 에너지가 끊기면 나라가 휘청합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그런데 햇빛과 바람은 수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에너지 자립이고 국가 안보의 기초입니다.”
그는 2022년 우리나라가 석유·석탄·가스 수입에만 249조원을 지출했다고 지적하며 “이 혈세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곧 국가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3년, 태양광 초토화… 기업 절반 도산”
윤석열 정부 시절 재생에너지 정책 후퇴에 대해서는 뼈아픈 평가를 내렸다.
“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정책으로 산업을 키워가던 시기에 비해 윤석열 정부 3년은 ‘재생에너지 후퇴기’였습니다. 검찰, 감사원, 조달청 등 6개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태양광 기업을 조사하며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렸습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기업의 절반 이상이 도산하거나 사업을 접었고 500명 이상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반(反)녹색’ 정권이었다”며 “이명박·윤석열 정부의 공통점은 정치적 이유로 친환경 산업을 억압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의 미래다”
태양광 발전이 농지 훼손 논란을 낳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농형 태양광이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농작물을 그대로 재배하면서 위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농가 소득이 6~7배까지 늘어납니다. 고령화로 방치된 농지가 많은데 이 방식은 휴경지화를 막고 젊은이들의 귀농을 촉진하는 길입니다.”
“AI 시대, 원전보다 빠른 대응은 재생에너지”
정 대표는 최근 AI(인공지능) 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대책도 말했다.
정 대표는 “AI 전환으로 전력 수요가 현재보다 약 10%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충분히 재생에너지로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을 새로 짓는 데 15년은 걸립니다. 지금 필요한 전력은 2~5년 내에 충당해야 합니다. 태양광·풍력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이념 아닌 실용, 현장 중심의 에너지 정책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은 이념이 아닌 실용’이라 강조한 데 대해 정 대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책은 국민의 삶을 현장에서 보고 실사구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념 싸움에 빠지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UAM·그린 모빌리티, 새로운 녹색 산업”
정 대표는 현재 도심항공교통(UAM) 안전기술센터 초대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UAM은 배터리 기반의 전기 비행체입니다. 석탄이나 가스를 쓰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교통수단이 될 겁니다. 향후 도심 물류, 응급 구조,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탈탄소 사회로 가는 핵심 기술이 될 것입니다.”
“종교의 벽 허물고 사회 통합으로”
에너지 전문가이자 동시에 한국종교인연대 공동대표로 활동중인 그는 종교 간 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종교가 세상을 맑게 할 수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의 벽을 허물고 대화를 통해 사회 통합에 기여해야 합니다. 종교가 정치보다 먼저 화합의 본을 보여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국가의 생존 전략”
인터뷰 말미, 정 대표는 “재생에너지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후위기와 산업 경쟁, 에너지 안보의 해답이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우리 세대의 과제이자, 다음 세대의 생명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