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e뉴스] 중국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AI 산업을 위한 독립적인 반도체 가치사슬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피해가는 중국의 노력은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명백히 트럼프 1기 정부 때와는 다르다.
빌 게이츠의 예언처럼,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촉진하여 온 것이다.
전세계 AI 하드웨어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엔비디아의 GPU는 최근 ‘호퍼(Hopper)‘, 블랙웰(Blackwell)‘ 등으로 트랜지스터의 밀도를 계속 증가해 왔다.
2026년 말에는 차세대 GPU인 ’루빈(Rubin)‘을 공급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한 개의 서버 ‘랙(Rack)‘에 위치하는 GPU의 갯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랙이란 서버 뿐만 아니라 외부 및 다른 랙과의 연결에 필요한 장비를 보관하는 캐비넷을 뜻한다.
‘노마드 세미(Nomad Semi)’의 분석가인 ‘무어 모리스(Moore Moris)’에 따르면 2025년 한해에만 세계 최고 성능인 블랙웰 GPU의 공급이 500만개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GB200 ‘NVL72’ 랙 1개는 72개의 블랙웰 GPU로 구성되어 있다.
GPU간 통신을 위해서 NVLink라는 매우 빠른 방법을 사용한다.
수요자에게 판매되는 최소 단위는 ‘PoD(Point of Delivery)’라고 하는데 엔비디아의 ‘슈퍼PoD’ 1개는 512 GPU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와 AI 산업에 대한 독립적 분석 회사인 ‘세미해석(SemiAnalysis)’의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의 가장 최신 GPU인 어센드 910C GPU는 주로 대만의 TSMC에서도 제조되었다고 한다.
화웨이가 이렇게 비축중인 어센드 칩은 9개월 이내에 소진될 것이며 이후에는 중국의 SMIC에서 자체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화웨이가 칩 제조 시설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도 한다.
화웨이에 따르면 차세대 어센드 GPU는 2026년부터 공급될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의 IT 매체 분석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자체 칩으로 AI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세미해석’은 또한 이러한 화웨이의 계획은 2026년에 고대역폭(HBM) 메모리의 부족에 따른 병목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의 금수 조처 이전에 1140만 장의 HBM를 삼성으로부터 사들여 저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조만간 소모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미해석’은 화웨이가 GPU 뿐만 아니라 HBM 메모리와 패키징까지 AI 산업의 모든 단계를 수직 계열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컴퓨터 기술에 대한 전문 웹사이트인 ‘테크파워업(TechPowerUp)’의 2025년 3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화웨이는 ASML 장비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해서도 맞서고 있다.
2026년 출시를 목표로 독자적 방식의 EUV 노광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서는 이 모든 가치사슬 가운데 하나도 빠짐없이 완전히 기술적으로 독립해야 하며 성공 여부를 알수 없으나 중국은 그 길로 가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의 제재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중국 정부의 엔비디아의 H20 칩 구매 중단 명령은 화웨이의 이런 기술 발전과 깊은 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2025년 9월 18~20일에 걸쳐 중국 상해에서 열린 '화웨이 연결하다(Huwei Connect)'에서 화웨이의 부이사장인 에릭 수(Eric Xu)가 행한 기조연설을 참고하기로 하자.
이 연설은 "매우 혁신적인 슈퍼피오디 연결 : AI 인프라구조를 위한 새로운 파라다임을 선도하며(Groundbreaking SuperPoD interconnect: Leadinding a New Paradigm for AI Infrastructure)"라는 매우 도전적인 제목을 갖고 있다.
에릭 수 부시장은 이 연설의 서두에서 중국 본토에 지속 가능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갖춘 슈퍼피오디와 슈퍼클러스터를 구축하고자 하는 오랜 염원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아틀라스(Atlas) 950 슈퍼피오디'와 '아틀라스 960 슈퍼피오디'는 각각 8192 및 1만5488개의 어센드(Ascend) GPU와 이들을 연결하는 장치로 이뤄졌으며 연산능력, 메모리 용량, 상호간 연결 속도등에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피오디라고 주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피오디에 비해 최소 16배의 GPU를 갖는 셈인데 최소한 그만큼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는 뜻도 된다.
특별히, 연결 속도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화웨이는 미국산에 비해 적어도 한 세대 이상 성능이 뒤떨어진 자사 GPU의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GPU간 통신에 엔비디아에서 처럼 구리선을 이용하는 대신 훨씬 더 빠른 광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가 원래 5G 네트워킹 장비 회사로 성장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을 위해서는 십만개 이상의 GPU를 함께 사용하는데 이 때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에서는 수많은 NVL72간에 수 많은 데이터 교환이 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LLM의 훈련에 관한한 AI 하드웨어의 성능은 개개 GPU의 성능보다는 GPU간의 데이터 통신 속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 점이 엔비디아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일방적 우위만을 지속하지 못할수 있는 약한 고리이다.
화웨이의 '아틀라스 950 슈퍼클러스터'와 '아틀라스 960 슈퍼클러스터'는 이런 슈퍼피오디를 여러 개 묶어 한 개의 AI 슈퍼컴퓨터를 구현한 것으로서 슈퍼클러스터 단위로도 세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각각은 50만개 및 1백만개 이상의 GPU를 포함한다.
요약하면 화웨이는 엔비디아에 비해 뒤지는 자사 GPU의 성능을 많은 GPU와 이들을 연결하는 고속 광통신망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앞서, ‘화웨이 연결하다(Huwei Connect)'에서 에릭 수(Eric Xu)의 연설 제목이 ’매우 혁신적인 슈퍼피오디 연결‘이라는 점은 바로 이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를 위해 사용되는 전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다만 중국은 2024년 한 해에만 고비사막등에 277 기가와트(GW)의 태양광 발전을 건설했으며 총 450 기가와트의 태양광 및 풍력발전을 건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미국에 비해 값싸게 공급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면에서 중국은 태양광 발전에 소극적인 미국에 비해 한 개의 중요한 우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화웨이는 몇 년 내에 개별 GPU 칩 단위에서도 엔비디아를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런데 2025년 9월 18일, 바로 화웨이의 '화웨이 연결하다(Huwei Connect)'가 열린 날, 마이크로소프트는 홈페이지에 미국 위스콘신주의 ‘페어워터(Farewater)’ 데이터센터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슈퍼컴퓨터가 완성 단계에 있다고 발표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매우 공교로운 일이다.
이 슈퍼컴퓨터에서는 수많은 ‘NVL72’ 슈퍼피오디 사이를 서로 연결하는데 NVLink보다 한 단계 느린 ‘인피니밴드(InfiniBand)’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이 약한 고리를 화웨이는 자사의 강점인 광통신으로 파고 든다.
슈퍼클러스터에서 아무리 많은 GPU를 사용해도 광통신이 없다면 화웨이가 자랑하는 성능은 불가능한 것이다.
화웨이는 AI 발전을 위해 ‘Mindspore’라는 개방형 딥러닝 AI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점은 화웨이의 AI 생태계로 많은 AI 개발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짐작케한다.
분명한 점은 ‘딥시크(DeepSeek)’ R1의 출시로 촉발된 AI 경쟁에서 AI 모델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미중 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기술 패권의 향방을 가르는 일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