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산경e뉴스] 국내 에너지산업은 현재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지난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이 윤석열정부 들어서며 친원전 정책으로 급변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이 해법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정권에 따라 너무 정치적으로 좌우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너무 정치화되었다는 소리는 사실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정치화는 정책이 국민적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하여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다만 여기서 너무 특정 이해집단에 의해 좌우되면 특정 이해집단에 초점을 맞춘 쏠린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에너지정책 중 원자력 정책은 원자력 이해관계자에 의해 좌우된 측면이 강하다. 

원자력 산업은 지금까지 정부정책으로 추진되어 왔다. 

군부독재 시절에 추진된 점 때문인지 소수의 희생을 마다 않고 국가정책으로 강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 

철권 통치시절에는 이 점이 자연스러울 수가 있지만 인권이 존중되는 자유민주시대에서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수용될 수 있어야 정책이 성공할 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에너지정책의 여론수렴을 위한 정치화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원자력산업의 특징은 국가주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이 대부분 핵심분야가 국유화된 조직에 의해 추진되며 최종 정책결정권자도 정부가 지배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수립, 이행하는 과정에서 현장 의견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주의에 의해 교수들의 입김이 자연스럽게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군부독재 시절의 진흥주의와 특혜에 빠진 소수 핵심 교수들에 의해 정책이 좌우되고 있는 모습이다. 원자력연구원 본관 앞에는 지금도 “원자력은 국력”이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친필을 비석에 새긴 기념탑을 세워두고 있다. 

국가이익을 위해 원자력 산업은 무조건 진흥되어야 하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탄생했다. 

초기 미국의 도움으로 추진된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진흥의 걸림돌이 미국이 되고 있다. 

성장기를 거처 이젠 완숙기에 접어든 한국의 원자력 산업의 해외 독자 수출을 미국이 막고,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위한 재처리도 막고 핵연료 제조 기술적 완성도도 막고 있다. 

재처리 등의 민감한 기술은 원자력 진흥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원전 건설시장이 포화된 우리나라는 수출에 적극적이지만 지적재산권에 의해 독자수출은 암초를 만났다. 

미국은 한국이 해외에서 자국과 수주 경쟁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포화되지만 재처리기술 확보 자체를 못하게 막고 있다. 

핵비확산협정에 따른 조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미국에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안보동맹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지만 말로 주고 되로 받는 비난을 자초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원자력산업계는 SMR 개발에 전폭 지원하고 있지만 경제성, 안전성에서 기존 상업용 원전과 경쟁이 될 수가 없다. 

새로운 개발을 통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지만 입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 대표적인 SMR이 미국 뉴스케일 원자로이다. 55MW형으로 설계인증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다시 77MW로 용량 격상 설계 중이지만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NRC가 아무리 협조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SMR을 차기 전망이 좋은 산업으로 적극 추진 중인 한국 원자력계는 뉴스케일사에 두산중공업이 3천억원을, 빌 게이츠가 추진하는 테라파워에 32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가장 앞서간 뉴스케일사는 투자받아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1년 이내 재무회계 담당자가 자신의 주식지분을 전부 팔아치웠다. 

물론 한국에서 윤대통령이 방미 후 이 원자로를 한국에 설치한다는 뉴스도 나왔지만 미국 유타주 소도시로 구성된 투자자인 UAMPS(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와 계약된 전력 공급계약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투자금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 문제로 조만간 회사 존립 자체도 불투명하여 한국 투자금도 모두 허공에 날릴 판이다. 

수출 난관에 봉착한 한국 원자력산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로 SMR에 집중해서 정부지원금을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돈 또한 헛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국내 원자력계에 연구비를 투자했지만 핵심 설계개발 역무에 전문 설계사는 뒷전이고 교수와 학생들이 그리고 연구소 연구원들이 주로 참여한다. 

실제 성공적인 연구결과 보다 인력양성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정부지원금으로 개발된 스마트(SMART)는 창고로 들어간 지 오래다. 또 다른 iSMR을 개발한다지만 경제성 평가결과는 특정대학 핵공학과 선후배로 구성된 팀에서 평가하고 프로젝트 결과는 설계인증이므로 나중에 건설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설계 개발한다고 수천억원을 쓰고 현실성이 없는 결과물은 성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누군가가 책임질 일도 없으니 돈 쓰기 아주 편한 일이다. 제작성, 정비성을 고려한 설계는 낮은 수준의 일이므로 나중 일이다. 설계결과는 검증되지만 건설하면 안되는 연구를 위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처럼 원자력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렇다면 어떤 미래를 가야하는가? 

원전은 2080년 이후까지도 계속 가동할 수가 있으므로 가동원전의 정비, 안전을 위해 그리고 사용후핵연료와 폐기물 그리고 해체를 위한 대비를 잘해야 한다. 

그렇다면 원자력의 진흥정책은 새로운 건설 보다는 안전과 폐기물 쪽에 집중하고 후속적인 다양한 방사선 융복합연구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가 뒤떨어진 분야이므로 방사선 융복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고용시장은 원자력의 수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모지대에 가깝다는 의미도 된다. 

원자력 정책은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에 적극적인 일본을 보면 한국 가동원전의 오염수 배출에 신경이 쓰인다. 일본은 후쿠시마에서 배출하는 오염수가 한국 원전 보다 작게 배출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동원전의 배출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받아들인 측면이 강하다. 

즉, 정당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매우 강해져서 그 정당성의 존립기반 조차 약화되고 있다. 

원자력 산업의 미래는 후쿠시마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지속가능한 방사선융복합 시대로 새롭게 전환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있지만 가능하면 빠를수록 좋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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