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산경e뉴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자력 관련 회담 내용을 보면 상당히 의아해진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상호 지식재산권 존중, IAEA 추가협정서에 따라 평화적 이용 측면에서 핵 비확산이 강조됐다. 한국의 원자력 정책 수장들은 원전 독자수출이 가능하다고 수차례 언급해왔다. 

원전의 독자성은 무엇보다 핵연료에 대한 독자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신연료 제조를 위한 농축이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건 폐기처분이건 핵연료에 대한 독자 처분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농축기술을 확보할 수가 없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금지하기 때문이다. 

우라늄 농축기술은 재처리 기술과 함께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사용되는 핵무기 원료이므로 핵비확산 차원에서 엄격하게 규제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모든 핵연료는 5%까지 농축된 우라늄을 사와서 가공 조립하는 수준이다. 

사용후핵연료 또한 재처리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폐기처분해야 한다. 

우리가 건설하는 원전은 미국에서 도입한 기술이다. 1980년대 말에 미국 CE(Combustion Engineering)사에게서 도입한 System 80 원자로 설계기술을 근간으로 한국에 1000MW 표준형으로 설계하여 설치하면서 한국형 원전이 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 10CFR Part 810을 보면 미국에서 이전한 기술의 정의로 원자로 용기와 원자로 용기에 부착된 기기, 원자로 용기 내장품과 제어봉 장치, 그리고 1차 냉각재가 접하는 기기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원자로 핵증기공급계통 기기 관련 설계 전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이전의 최고 책임자는 에너지부장관이며 사전에 국무부, 국방부, 상무부, 핵규제위원회와 협의를 거치게 되어 있다. 

거대 전제조건은 미국의 이익에 비적대적(non-inimical)이어야 일반적인 승인이 허용된다.(10CFR Part 810, implement AEA § 57b.(2)) 

따라서 해외 원전 건설을 위한 미국과 독자적인 입찰경쟁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원전 수출의 허가 찔린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협조 없이는 독자수출이 금지된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법에 정의가 되어 있음에도 국내 원자력계 수장들은 독자수출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인 수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으며 이에 따라 1호 영업사원까지 나왔던 것이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그 동안 K-원전이니 독자수출이니 2030년까지 10기를 수출하니 하고 정부에 수출추진 범정부 조직까지 만들어 적극 추진한 것을 보면 정부의 원전수출 정책이 얼마나 허술하고 우스꽝스러운지 알 수 있다. 

또한 독자수출을 위해 그동안 한수원과 한전이 접촉해온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등은 IAEA 추가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이므로 사실상 원천적으로 수출이 금지된다.

수출이 금지된 나라에 정부의 합동 추진팀까지 만들어 적극 수출을 추진하고 한수원 사장은 원전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원자력진흥위원으로 평생 강단을 지키던 실무경험이 전무한 교수 출신을 수장으로 앉혀서 적극 추진했지만 결과는 독자적인 원전수출 자체가 안되는 조건이었던 것이다. 

제대로 알고 추진한 것인지 모르고도 추진한 것인지 이에 대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독자수출이 가능하다고 대통령과 전 국민을 속였던 것이다.

그 결과 본인들은 거대한 국내 공공기관 수장으로 앉아서 대우받으며 해외여행을 수시로 다니면서 추진했지만 사실 금지된 여행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수원 사장이 원전수출한다며 온 사방팔방을 경비 쓰며 돌아다니는데 세계 어디를 가도 엔지니어링 회사 사장이 수출하러 다니지 교수출신이 사장인 원전 운영사가 원전 수출한다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한 운영과 관리를 맡은 회사이지 연구기관도 아니다. 

안전운영에 충실해야 하는데 전격적인 수출체계로 연구개발부터 경영진까지 모두 수출에 매진하는 조직으로 구성되었다. 

누구를 위한 수출인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원전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한수원은 안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평생 강단에 있던 교수가 현장경험도 없이 원전설비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기름땀으로 범벅인 현장 직원들을 어떻게 통솔할 것인지 궁금하다. 

원전 설계 경험도 없이 세계 최고 원전기술이라 독자 수출이 가능하다고 헛소리하는 아마추어 교수를 한수원 사장에 앉혀 전 세계를 누비며 원전 수출하라고 하는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원전설비 관리, 운영 총 책임자를 원전 현장과 실무경험도 없는 아카데믹한 교수로 앉힌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는 가동 연수가 높아지면서 설비 열화가 진행되어 허술한 관리로 원전 안전이 심각한데 영문도 모르고 수출을 최우선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은 국익을 위한 헌신적인 모습이 아니고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다. 

현장은 아카데믹한 곳이 아니다. 한수원은 연구개발 회사도 아니므로 매년 5천억원을 사용하는 거대 연구개발비 전액을 현장 안전을 위해 전격 투입해야 한다. 

원전을 독자 수출한다고? 세계적인 망신살이다.

대통령도 속고 국민도 속았지 않은가? 합리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현 정부의 향후 원전정책 방향을 주목한다.  

<본 컬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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