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산경e뉴스] 尹정부 출범 후 15개월째다. 임기 5년의 1/4이 지나고 있다.
지난 1년간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도대체 새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뭐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정부는 작년 11월 초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에서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재생에너지 추진’을 천명했지만, 엄밀히 얘기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행정의 방향 내지 행정의 조치에 가까웠다.
정부가 ‘원전은 확대하고 재생에너지는 축소하려고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정작 ‘윤석열표 재생에너지 정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5월 17일 ‘무탄소 에너지(CFE) 정책포럼‘이 출범했다.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CF100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CF100은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에 원자력, 수소, 탄소를 포집저장(CCS)한 화력발전도 포함해 무탄소 에너지 100%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한국 현실에 맞게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원자력, 수소 등을 포괄하는 제도를 만들어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라고 한다.
두 달 정도 지켜보니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 보인다.
RE100으로 정리된 국제사회 흐름 속에서 CF100이 얼마나 통용될 수 있을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도움이 될지, 노골적인 원전 밀어주기가 아닌지, ’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24시간, 1주일 내내 무탄소에너지 사용한다는 협약)이 실제로는 RE100보다 달성 어려운 것이 아닌지 등등 바람직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CF100이 원전 정책인지, 신재생에너지 정책인지 헷갈려 한다.
필자는 솔직히 CF100이 원전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구글처럼 RE100을 달성한 뒤에 추진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세계 각국이 인정할 만큼 RE100 환경 조성을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펼치기라도 했다면 큰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모두 알다시피 지난 1년간 정부의 RE100 정책은 없었다.
정책은 고사하고 정부 자료, 정부 메시지에서 RE100이라는 용어 자체를 찾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CF100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부여하고자 한다.
CF100에 찬성한다는 게 아니다.
CF100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양심 있는 국제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고, RE100 대응에 혼선을 초래해 수출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어쨌든 새정부가 정권 출범 1년이 지나 뭔가 고민 끝에 행정 방향이나 행정 조치 성격을 넘어선 ‘정책’을 내놓은 게 아닌가?
나는 CF100에 딴지 걸 생각이 없다.
CF100이 큰 정책적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그리고 CF100 성공의 길이 의외로 단순한 데 있다고 믿는다.
CF100의 성공은 순서에 달렸다. 순서만 제대로 밟아달라.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구글의 순서대로 하기 바란다.
RE100을 먼저 달성한 뒤 CF100을 추진해주기 바란다.
CF100(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은 RE100이라는 꽃에서 핀 열매와 같다. 꽃이 피지도 않았는데 열매를 딸 생각을 하는 농부는 없을 것이다.
‘先 RE100, 後 CF100’으로 성공적인 정부 정책 추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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