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산경e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두고 과학적으로 말하자는 호소 아닌 호소가 요즘처럼 많이 나온 적이 있었나 싶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시찰단 21명이 일주일을 다녀왔지만 안전성 여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없다. 

오염수에 대한 안전성 여부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전문가에 의해 어떻게 확인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전력의 자료를 근거로 다핵종제거시설(ALPS)로 처리한 133만톤의 저장 오염수 2/3가 기준치를 초과해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태평양연안도서국포럼의 과학자들이 다녀온 뒤 하는 말은 데이터의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국내 한 방송사에서는 일본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오염수 섞지 않고 윗물만 채취했다는 시료의 균질성 문제가 어제 보도되었다. 

다시 말하면 실제 1077개의 탱크 내에 존재하는 핵종이 어떤지 잘 모른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므로 기준치 초과의 의미는 희석으로 넘어가려고 하지만 총량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설치하고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발생된 고장, 성능미달은 ALPS의 미심쩍은 성능은 또 하나의 훌륭한 은폐의 장막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고장이 발생한 기록내용과 초기부터 현재까지 ALPS를 거쳐 각 탱크에 저장하는 방식과 이 과정에서 설비 운영상 문제가 발생한 내용에 대해 충분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는 성능검증 측면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설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료는 일본이 자체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지적소유권 자료를 일부 공개해야 하므로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 

도쿄전력이 주장해온 “다른 핵종은 모두 제거하고 삼중수소만 제거하지 못하는 ALPS”는 그런 잣대를 들이대면 차라리 성능 불량으로 단정하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도쿄전력이 고심하는 오염수 처리가 무의미할 정도로 원전사고에 따른 상당 수준 방사능이 지금도 강으로, 비에 씻겨, 지하수로 바다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지하수 문제는 원자로 핵연료 용융물(코륨, Corium)이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얼마나 지하로 내려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 국회 세미나에 참석한 아룬 마히야니 박사는 텔루륨 127이 발견된 사실을 언급하며 핵연료 용융물에서 핵분열이 진행되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사고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 코륨 덩어리가 지하수와 계속 접하여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매일 바다로 흘러가지만 이로 인한 방사능 평가 발표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까지 얼마의 방사능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는지 확인하여 검증한 자료도 없으므로 후쿠시마 앞바다는 지금도 위험한 상태이다. 

어제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의 방파제에서 기준치를 180배 초과하는 18,000Bq/kg에 달하는 오염된 우럭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이를 반증하지만 지금까지 배출된 방사능 총량을 바탕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종합적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도 없다. 

이미 막대한 방사능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137만톤 오염수 배출 적정성만 따지기보다 환경생태계 영향을 심도있게 평가해야 과학적인 접근이지만 현재 IAEA 검토업무 스콥에 이러한 내용은 없다. 

즉, 환경이라는 달을 보지 못하고 배출이라는 손가락 끝만 보는 IAEA 보고서는 우리가 오염수 배출의 판단근거로 사용될 수 있도록 받아들여야 할 명분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작성된 IAEA 보고서는 사고로, 그리고 이후 강으로, 비가 오면 씻겨서, 지하수로 지금도 배출되는 방사능 총량에 따른 환경영향에 아무런 책임도 내용도 관련도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바다는 여전히 위험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단순 오염수 배출을 지원하는 용역기관으로 제출한 IAEA의 검토보고서는 국제기구가 작성한 보고서로 환경을 우려하는 보고서가 아니며 환경관점에서 배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가 없는 무의미한 보고서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를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의 근거로 사용되는 것은 마땅히 거부되어야 한다. 

IAEA는 지금이라도 국제기구로서 국제협력을 주도하여 국제환경질서를 파괴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공해상 배출을 막아 환경을 보호하고, 유례가 없는 원전사고 수습에 국제협력을 통해 최선을 다하는 노력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설립목적에 부응할 것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산경e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