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산경e뉴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월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하고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위해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오염수 134만톤이 저장된 탱크부지를 해체를 위해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란다. 

해체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면 상당한 건축자재와 골조, 철근 등 많은 폐기물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따로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를 통해 탱크를 비워 폐기물 저장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000개가 넘는 저장탱크는 비우면 그 자체가 일단 폐기물이 된다. 

이 중 추가로 발생하는 오염수를 저장할 탱크로 일정부분 사용될 수 있다. 

매일 90톤의 오염수가 추가로 발생하니 저장을 위해서는 매년 약 30개의 탱크가 필요하다. 

30년 동안 오염수를 꾸준히 배출하여 전부 비운다고 하면 900개의 탱크가 필요하므로 결국 대략 100개 분량의 탱크부지만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30년 동안 134만톤을 다 버려도 추가로 생기는 오염수를 고려하면 공간을 10%만 확보하는 꼴이 된다.

1000개 오염수 저장탱크의 10% 부지를 확보하자고 30년 동안 오염수를 매년 3만톤 이상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저장공간은 탱크 부지의 10%만 있으면 폐기물 저장이 가능할 것인가? 

10%는 기존에 차지한 탱크가 폐기물이 된다는 계산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기존 탱크 처분을 고려하면 결국 10% 부지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체폐기물 저장공간을 확보한다는 말은 오염수 방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제1원전 오염수 정장탱크 전경. 일본 정부는 사고 원전 해체를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저장 탱크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제1원전 오염수 정장탱크 전경. 일본 정부는 사고 원전 해체를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저장 탱크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해체작업이 어느 정도 되고 있는 것인가? 

가장 우선 조치 사항으로 핵연료를 제거해야 한다. 

후쿠시마 3,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있는 핵연료는 모두 철거했다. 

하지만 나머지 시설은 폭발할 때 모습 상태 그대로다. 

1, 2호기 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아직도 끄집어 내지도 못하고 있다. 

사고 후 12년이 지났지만 해체작업을 위한 준비작업 조차 안 된 것이다. 

원전 해체를 위해서는 이러한 저장조의 핵연료 뿐 아니라 녹아서 바닥에 떨어진 용융핵연료(데브리)도 제거해야 본격적인 해체를 위한 준비가 완성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 동안 데브리 제거작업을 시도한 바 있으나 접근조차 어려운 방사선 준위로 인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데브리를 제거할 수 없는 경우 지금도 꾸준히 용출하는 지하수가 데브리에 접촉하여 발생된 오염수는 향후에도 꾸준히 발생될 것이다. 

오염수를 바다로 버린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일본이 말하는 해체를 위한 오염수 방류라는 것이 사실은 해체를 위한 작업이 아닌 해체를 위한 변죽만 울리는 셈이다. 

즉, 해체의 진전을 위해 오염수 버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기시다의 발언은 실제로 필요한 해체를 위한 준비작업은 하지 않고 오염수만 버리는 해체 시늉만 내는 것이므로 추가로 오염수가 발생됨에도 변죽만 울리며 나몰라라 하는 아주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삼중수소 30년간 860조 베크렐(Bq)을 배출하는 이러한 오염수 방류는 염치 없는 일이지만 연간 9700조 베크렐(Bq)을 공해상에 배출하는 더 염치없는 로카쇼 재처리공장 가동을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내년에 재처리 공장 가동을 위한 불가피한 수순인가? 

이러한 논리라면 로카쇼 재처리 공장가동을 먼저 하고 나서 뒤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면 훨씬 적은 양이므로 전략적으로 더 유리하다. 

그러므로 재처리 공장 가동을 위해서 방류한다는 추정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미국 등 핵물질을 버리는 초강대국의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해체를 위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스스로 해결할 능력과 자신이 있다면 오염수를 공해상인 바다에 버릴 이유가 없다. 

그만큼 후쿠시마 원전의 해체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일본은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데브리 제거를 위한 근본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에 널리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인류 초유의 기술적인 난제를 해결하는데 국제적인 협력으로 추진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진지하게 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세계 최고의 기술자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인류 최대의 난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은 해체를 위한 방안이 되기보다는 변죽만 울리는 정책이므로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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