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韓中日 모두 포기한 무어사이드 원전 포함 윌파 지역 신규원전 추진 밝혀
원전 호기당 건설비 30조 예상...건설비 한전 부담-상환은 전기요금? "타산 맞지 않아"
윤 대통령 해외 원전 10기 수주 집착에 "적자 뻔한 사업에 무리수 둔다" 지적
정승일 한전 사장, 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 상하원 의원 등 고위 인사 접촉

[산경e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원전 수주에 강한 집착을 보이자 한국전력이 한 때 추진하려다 경제성 문제로 중단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 UAE 방문시 개최된 UAE원전 3호기 가동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30일 튀르키예를 방문, 파티흐 된메즈(Fatih Dönmez) 에너지천연자원부(이하 에너지부) 장관과 튀르키예 원전사업 참여방안을 협의했다. 

뒤이어 31일에는 튀르키예에서 영국으로 넘어가 1일까지 영국 정부, 의회 및 산업계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원전 사업추진 방안을 협의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오른쪽 앞 두번째)이 1일 그랜트 샵스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왼쪽 가운데)과 영국 원전사업 참여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전 제공)
정승일 한전 사장(오른쪽 앞 두번째)이 1일 그랜트 샵스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왼쪽 가운데)과 영국 원전사업 참여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전 제공)

정 사장이 영국에 간 이유는 지난 2016~2017년 추진하려다 경제성 문제로 추진을 중단한 무어사이드 원전 공사 때문으로 알려졌다. 

확인된 바에 의하면 한전은 영국 윌파 지역에 신규원전 부지를 둘러보고 타당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무어사이드 원전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4기 이상의 원전을 지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려가 되는 부분은 2017년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철수에서 얻은 교훈이다. 

무어사이드 원전은 일본 기업 히타치가 2012년부터 개발을 진행하다 영국 정부와 사업요건 이견으로 2016년 사업을 철수했다. 원전 호기당 150만kW 2기 300만kW 크기다.   

한전은 히타치 결별 이후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타진했고 1년에 걸친 현지조사, 협상 과정 끝에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했다. 

한전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원전 건설비 전액을 부담하고 원자로 등 주요부품은 영국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건설대금 상환조건도 영국정부가 정하는 기준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영국정부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당시 프랑스에서 추진한 최신기종인 epr1600의 건설비 추정단가가 호기당 30조원 가량이었는데 영국도 프랑스에 못지 않은 기술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갖고 있는 apr1400 기술을 영국이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영국은 원전 설계분야까지 간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그저 돈만 대고 건설만 하라는 것과 다룰 바 없었다.  

한전과 한수원은 호기당 10조원을 예상했지만 영국정부가 원전 안전요건을 강화하면 두 배 이상 건설비가 늘어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2기 건설에 은행 빚을 져가며 50조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한전에게 너무나 큰 위험요인이 됐다.   

건설비 상환조건도 갑질과 다름 없었다. 

정승일 한전 사장(왼쪽 앞 두번째)이 1일 사마 빌 바이 오 레온 WNA 사무총장(오른쪽 가운데)과 영국 원전 사업참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사진=한전 제공) 
정승일 한전 사장(왼쪽 앞 두번째)이 1일 사마 빌 바이 오 레온 WNA 사무총장(오른쪽 가운데)과 영국 원전 사업참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사진=한전 제공) 

한국이 원전을 지어주면 영국은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요금을 받아 건설대금을 상환하겠다는 것인데 상환기준을 영국정부가 정한대로 받으라는 일방적 조건을 달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후 탈원전 정책 때문에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포기했다는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의 주장은 다소 사실과 다른 것이다.

일본이 포기하고 한국이 도전하다 포기한 무어사이드 원전은 중국이 또다시 덤벼들었지만 중국 마저도 영국정부의 갑질 계약조건 때문에 포기하고 만 애물단지다. 

이런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재논의하거나 혹은 신규원전 사업 논의를 위해 정승일 한전 사장이 영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현재로서 확실히 알 방법이 없다. 

다만 한전측 답변으로 정리하면 에너지난 때문에 영국정부가 무어사이드를 포함한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중에 있다는 것과 예전보다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한국측에 요청을 하고 있다는 정도다. 

정 사장은 영국 의회가 후원하고 영국 원자력산업협회(NIA)가 주관하는 Nuclear Week in Parliament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장관, 상하원의원 100여명, 정부 및 원전 산업계 고위급 관계자가 참석하여 영국의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강화하는 자리였다. 

정 사장은 국내외에서 한국형원전(APR1400)이 성공적으로 건설, 운영되고 있음을 밝히고 영국 원전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사업 참여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그랜트 샵스(Grant Shapps) 영국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을 만나 영국 원전사업 참여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UAE 바라카에서 전세계 유일무이하게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에 시공)이라는 실적을 낸 사실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정 사장은 신규 원전부지 중 하나인 윌파 부지의 보수당 의원인 버지니아 크로스비(Virginia Crosbie) 하원의원을 비롯, 브라이오니 워싱턴(Bryony Worthington) 상원의원, 존 위팅데일(John Whittingdale) 한국담당 무역 특사 등과 면담을 갖고 한전의 사업 참여시 의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 사장은 영국 현지에서 사마 빌바오 이 레온(Sama Bilbao y Leon)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 톰 그레이트렉스(Tom Greatrex) 영국 원자력산업협회(NIA) CEO 등을 만나 한전의 영국 원전사업 참여 관련 조언을 청취하고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영국은 1956년 최초로 상업용 원자로를 운전한 나라로서 우리가 영국에 원전을 수출한다면 ‘원전종주국으로 수출’이라는 상징성이 매우 큰 쾌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의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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