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한재협 사무총장)

[산경e뉴스] 2018년 이후 3년만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EC) 가중치가 개편된다. 정부가 6월 30일 REC 가중치 개편안을 행정예고한 것이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한재협 사무총장).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한재협 사무총장).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풍력 시장 가중치 상향 및 육성, 태양광 시장 가중치 하락 및 조정”이다.
 
건축물·수상형·임야 태양광 가중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0.2~-0.3)하고 육상·해상풍력 가중치는 대폭 상향(+0.2~+1.4)했다.

연안해상풍력 가중치가 신설되고 해상풍력은 수심 기준도 추가했다. 그리고 “발전차액지원제도 전환설비” 가중치 부여대상과 기준 마련, 수력 가중치 상향, 태양광연계ESS와 풍력연계ESS 및 부생가스 가중치 삭제 등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REC는 수치로 표현된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지도다. 해당 원별 및 사업자에게는 사업성과 직결된 문제다.

시장과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그 어떤 정책보다 직접적이고 막대하다. 기본적으로 휘발성이 큰 주제다.

이번 개편안은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주도했던 태양광이 감소추세로 돌아서고 위기징후가 뚜렷해지는 때에 예고된 개편안이기에 업계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구체적인 개편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이번 REC 가중치 개편안 중에 “발전차액지원제도 전환설비” 가중치 부여대상과 기준을 마련한 것은 상당히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부생가스 가중치 삭제는 재생에너지국제기준에 부합되지 않았던 것을 바로잡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다.

수력 가중치 상향은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고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장치 기반강화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치로 판단된다.

특히, 풍력시장과 산업은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풍력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건 사업성보다는 각종 민원과 규제, 인허가, 기술선도국 대비 경쟁력 문제 등이 컸다.

정부에서 풍력지원단을 신설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기에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때에 REC 대폭 상향은 풍력업계에 상당한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 시장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가 1일 고시한 신재생에너지원별 REC 가중치(신구 비교표). 6일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산업부가 1일 고시한 신재생에너지원별 REC 가중치(신구 비교표). 6일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기존 시설물 이용 태양광(건축물 태양광) 가중치 하락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태양광시장의 급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건축물 태양광은 중소사업자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업대상지다.

민원이 발생되지 않아 용이하게 보급을 확대할 수 있고 분산전원의 측면에서도 적격이다.

또한 정부의 그린뉴딜 5대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그린산단 구축, 무역기준화 되고 있는 RE100에 대응하기 위한 산단RE100화를 추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강화해야할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에 대한 가중치를 대폭 하락시켰다. 만약 그대로 시행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상 태양광 가중치 대폭 하락은 막 피어오르는 시장에 찬서리가 내린 격이다.

수상 태양광은 이격거리에 묶여있는 일반부지를 대신해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수출경쟁력도 뛰어난 불루오션이다.

지난 10여년의 노력 끝에 이제 막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상의 특성상 사업대상이 되기 힘든 100kW 미만을 0.1 상향하고 실제 주사업 영역인 3MW 이상은 가중치를 대폭 떨어뜨렸다.

전략적 가치가 있는 시장이 막 꽃피려는데 서리를 맞는 형국이 될 게 뻔하다. 현행 가중치를 유지하고 해상풍력처럼 수심과 특성에 맞는 세심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 · 해상 태양광 · 소형풍력 가중치가 제외된 것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소득 증대, 귀농 귀촌 활성화, 소멸해가는 농촌공동체 회복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농민·농업·농촌을 위한 최상의 솔루션이다. 그리고 솔라팜, 스마트팜으로 세계시장 개척 가능성이 무한하다.

해상 태양광은 해상풍력과 함께 태양광의 미래 성장 버전의 하나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과 탄소중립을 위한 획기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측면에서 시장을 열어나가야 한다. 외국과의 경쟁에서도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다.

소형풍력은 초속 2-3m에서도 전력생산이 가능하고 우리나라와 같은 지형에서 효과적인 발전원이다. 바람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저위도 국가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세계 풍력 시장의 1/3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특히, 소형풍력+태양광의 믹스는 국토의 효율적 활용, 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 증대와 이용율 증가, 사업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우선 새만금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REC 가중치는 재생에너지 시장과 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해당 업계에는 사업성과 직결되며 정부 정책의 성과지표를 결정짓는 요소다.

REC 가중치 개편이 추진 과정(절차)의 민주성, 원칙(기준)의 합리성, 방향의 타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다.

위 3가지 측면에서 이번 REC 가중치 개편안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첫째, 과정과 절차의 민주성이 부족했다.

이번 REC 가중치 개편 추진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업계와 협단체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의견수렴이 없었다.

전문가에게 평가와 의견을 구하는 검증과정도 없었다. REC 개편안을 예고공고한 당일에 태양광 협단체와의 간담회만 1회 있었다.

그마저도 에너지원별/대상에너지별 구체적인 경제성 분석 기준과 자료도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용역결과에 의존해 개편안을 설명하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추진 절차와 과정의 민주성이 결여되고 정보제공도 부실하면 개편(안)에 대한 신뢰와 수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당사자·전문가 의견수렴과 토론(검증)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REC 가중치 산정 원칙(경제성과 정책성)은 합리적이나 구체적인 기본정보와 적용잣대가 편의적이다.

정부는 이번 REC 가중치를 경제성, 정책성 원칙에 입각해 산정했다고 한다.
발전단가(LCOE) + 사업성(B/C, IRR)을 분석해 경제성을 산정하고 환경·기술개발·산업활성화 영향·실가스 저감 효과·전력수급 안정화·주민수용성 등을 정량화하여 정책성 지표로 삼은 것은 설득력 있는 접근법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기본 정보(해당 사업별 인허가 신청 금액 빅데이터)가 공개되지 않고 기본정보를 분석하는 방법론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성 산정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길이 없다.

태양광 시장과 정책환경에 대한 명확한 분석도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태양광과 풍력에 적용잣대가 이중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재생에너지 전력비중이 유럽에 비해 1/6 수준인 우리나라는 획기적이고 담대한 노력을 펼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태양광은 더욱 잘 되게 하고 풍력은 잘 되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풍력 육성을 위해 태양광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어떤 정책효과를 거두고자 하는지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해야 한다.

셋째, REC 가중치 개편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REC 가중치 개편은 시장과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다음 5가지에 기여해야 한다. 이 5가지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면밀히 살펴 REC 가중치 개편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 REC 가중치 개편안이 대중소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 지속가능발전, 탄소중립화 선도, 산업경쟁력 강화, 해외시장 개척(수출증대)에 부합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REC 가중치 개편안 추진 절차와 과정을 점검해주기 바란다.

추진 절차와 과정, 산정 원칙과 적용잣대, 방향설정에 소홀함과 부족함이 없었는지 살피기 바란다. 정보공개가 생략되고 이해당사자와의 대화와 토론, 이해와 동의 절차가 부족하면 정책의 신뢰와 수용성이 약화되는 건 필연이다.

제대로 세운 원칙이라도 정보를 분석하는 틀과 적용잣대가 동일하지 않으면 혼선이 생기고, 출력값은 달라지고, 정책의 경중과 우선순위는 바뀔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별 사업대상별 수준과 환경을 자세히 검토하고 시장과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방향에 입각해 REC 가중치 조정과 보완에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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