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산경e뉴스] 누구보다 이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바라고 응원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가감 없이 쓴소리 좀 하련다. 예의 없는 지적질에 좀 불편하더라도 충언으로 생각하고 이해해주기 바란다.

3년 만의 REC 가중치 개편안이 예고된 후 태양광 업계가 들끓고 있다. 예사롭지 않다.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흘러넘친 용암이 어디로 흐를지 가늠하기 힘들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중치 개편안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을 그저 ‘업체’들이니 당연하다고 볼 것인가. 개편안의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협회들을 그저 ‘이익단체’라서 그렇다고 할 것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원칙과 명분도 없이, 그저 물불 안 가리며 생떼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것인가.

만약 REC 가중치 개편안에 대해 불만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과 단체를 그렇게 여기고 있다면, 일부 정치인과 정책당국은 크게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 판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공직자의 기본자세가 안 돼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은 당사자들이다. 해당업계에 종사하는 국민들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협단체들은 해당 종사자들을 도와 시장과 산업의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통해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화를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선봉대다. 이들이 각종 리스크와 시행착오를 감수하고 때로는 탈원전 집단이라 매도당하는 설움을 감내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좌충우돌하며 고꾸라져도 끝내 일어나 한 발짝 한 발짝 전진해 개척한 길을 따라 본대(국민)가 기후위기를 딛고 탄소중립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견디다 못해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데 이것을 업자니, 이익단체로 폄하한다면,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이다.

태양광 종사자들과 협단체가 왜 이렇게 이번 REC 가중치 개편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지 이유를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이 설명을 듣고 타당하다면 정부와 산자위 국회의원께서 적극적으로 나서 REC 가중치 개편안을 신속하게 수정/보완해 주시기 바란다.

첫째, 과감하고 담대하게 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치는 선진국을 따라가기는커녕 태양광을 축소시키는 개편안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어 온 건 사실이다. 특히 태양광은 2016년 910MW에서 2020년 4126MW로 4.5배 정도 성장했다. 태양광 누적설치량도 4GW에서 15.8GW로 늘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 초반에서 5%대로 상승했다. 이점에 대해서 업계는 문재인 정부에 감사하고 있고, 필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렇다고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만족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4년간 늘어난 태양광이 약 12GW이다. 이는 베트남이 2020년 한 해 동안 보급한 태양광 13GW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이 2017년 한 해 동안 보급한 53GW의 1/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2020년 재생에너지 비중 5%는 OCEC 평균 27%(2019년 기준)에 1/5 수준도 안 된다. 유럽의 31%(2020년 기준)의 1/6도 안된다. OECD 꼴지 수준이다. 에너지 다소비, 고탄소배출 산업구조인 우리나라 경제의 특징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매우 부끄러운 수치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 극복과 21세기 경제패권을 위해 재생에너지 기반 탈탄소경제, 산업의 RE100化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하기 때문에 그동안 업계 종사자들과 협단체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좀 더 과감하고 담대한 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쳐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해 왔다.

둘째, 기존의 누적된 문제와 구조에 대한 해결 없이 태양광 생태계를 더욱 약화시키는 개편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급확대 기조 덕분에 태양광 시장이 성장해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고 그동안 우리는 이를 해결해 달라고 계속 요청해왔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기네스북 등재감인,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다. 지자체별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어떤 원칙과 기준도 없다. 기후위기 극복하고 세계 경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화를 외치고 있으면서 건물과 베란다 옥상 등에도 설치하고 있는 태양광을 왜 정작 도로에서 떨어져 설치하라고 하는지, 왜 주택에서 떨어져 설치해야 하는지 그 누구도 답을 하는 사람이 없다. A 지자체는 이격거리 제한이 200M인데, 인접한 B 지자체는 1000M이고, C 지자체는 700M인데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지자체는 없다.

무원칙하고 들쭉날쭉한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로 불필요한 행정비용과 민원이 발생하고, 이격거리 규제를 피해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곳도 없다. 

이격거리 규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시작한 올해 들어 에너지공단 태양광 신규 인허가 건수와 용량이 2020년 대비 1/3로 줄어들었다. 작년에 처음 4GW를 넘었는데, 올해는 다시 3GW 중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태양광 보급량이 2GW 대로 급격히 떨어질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무분별하게 거리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입지규제’로 전환해줄 것을, 아니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이격거리 표준안(태양광 표준조례)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2018년 하반기부터 REC가 급락하여 중소사업자들은 아우성친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믿고 태양광 보급에 나선 수많은 사업자들이, 10만원 대 중반이던 REC 가격이 3만원 대로 떨어진 상태에 패닉상태다. 정부가 장기고정가격 상반기 구매물량을 상당히 늘렸지만 역부족이다. REC 수급균형이 무너져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REC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의 핵심으로 REC 의무공급비율을 현행 9%에서 13% 정도로 늘려줄 것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아직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최근 REC는 2만원 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REC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무공급비율 상향과 더불어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왜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고 재생에너지도 아닌 부생수소에 재생에너지 가중치를 부여하는가. 연료전지를 REC 가중치에서 제외하고 따로 관리하기로 결정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왜 아직도 REC를 부여하는가. 미이용 목재펠릿 등에 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렇듯 엉뚱한 곳에 REC가 누수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위 풍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태양광을 희생하는 것으로 귀결될 게 분명한 금번 REC 가중치 개편안을 반대하는 것이다. 

(실제 5KM 연계거리에 수심을 55M로 가정한 해상풍력의 경우,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REC가 2,0에서 3.4로 1.4가 대폭 상향된다. 이에 반해 태양광은 유형별 주요 사업 대상 REC가 모두 떨어졌다.)

셋째, 절차에 관한 것이다.

REC 가중치는 재생에너지 정부 정책이 수치로 표시된 ‘정책지도’다. 해당 종사자들의 사업성이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도 이해당사자들과 사전 논의 과정이 없었다. REC 가중치 개편안의 근거가 되는 정보와 자료를 당사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없었다. 전문가들의 토론과 검증의 과정도 없었다.

이 점을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절차와 과정을 밟아주기 바란다.
 
정부와 산자위 국회의원들과의 조율만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을 조율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자위 국회의원들은 이번 개편안에 어떤 의견을 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풍력을 살리자는 정책방향에 집중해 태양광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지 않았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태양광을 적당히 조정해도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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