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주최, 무탄소에너지(CFE) 세미나서 본심 드러나
미국, 중국, 일본 등 원전운영국, 재생e 확대 지속적 노력
윤 정부, 재생e 줄이고 원전에만 3조 이상 투입 "비정상"

[산경e뉴스] 윤석열 정부가 100% 재생에너지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원전 중심의 무탄소에너지 정책을 확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영세규모의 중소기업 들을 탄소중립 정책에 참여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권 2년 동안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다시피 한 윤 정부가 이제와서 산업계  핑계를 대며 원전 중심의 다양한 무탄소에너지(CFE) 정책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는 전세계 교역을 무시한 자국 중심의 올챙이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무탄소에너지(CFE) 잠재력 제고를 위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무탄소에너지(CFE) 잠재력 제고를 위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애플, 테슬라 등 전세계 주요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RE100 선언에 10년전부터 동참하고 있고 이미 유럽연합은 이의 실행연도를 205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추세다.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탄소관세를 2035년부터 부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체감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제조업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은 세계 1위 도축가공업체 하림도 RE100선언을 발표하고 도축과정에 소요되는 전력에너지를 태양광으로 대체하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무탄소에너지(CFE) 잠재력 제고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정부 관련 발표자들은 원전을 비롯한 국내 현실을 고려한 다양한 무탄소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CFE 정책을 높이는 첩경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이 안되더라도 원전도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전세계적 추세는 원전을 핵폐기물 때문에 무탄소청정에너지로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날 세미나 공동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 체계로는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이 어렵고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CFE)를 폭넓게 활용해야만 효과적인 탄소중립이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년동안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확대정책을 대폭 줄이고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한다며 원전산업 분야에만 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그러나 2년 동안 원전을 통해 늘어난 청정에너지는 이전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CFE 정책의 핵심은 ‘전력과 산업공정의 무탄소화 방안’이었다. 

CF연합 이회성 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고 새로운 국제규범을 설정하며 무탄소화 기술 확산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격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활동이 바로 CFE 이니셔티브”라는 것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바이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CFE정책에 포함시켜 탄소중립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바이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CFE정책에 포함시켜 탄소중립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COP 역사상 최초로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 CCUS 등도 주요 탄소감축 수단으로 함께 명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규범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원전 운영국가들 일부가 우리나라 CFE 정책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전이 재생에너지 처럼 확실한 무탄소 청정에너지로 국제기구에서 확인된 바는 없다. 

이는 우리만의 주장에 불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50탄소중립이 국가마다 다른 것이 아니고 UN을 통해 지구온도 1.5도 낮추기 위한 공동행동, 즉 기후변화협약이 진행되는 마당에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원전 중심의 CFE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공인받을 때까지는 이를 과하게 적용해서는 안된다.

공인받으면 다행이지만 공인받지 못하면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후진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는 RE100에 밀려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원전 가동이 우리나라보다 많은 미국, 중국 등 산업국가들은 재생에너지에도 엄청난 자금력을 투자하고 있다. 

CF연합 양의석 박사(사무국장)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한국이 2000년 83 .8%로 전세계 평균 80.5%보다 3.3% 높았는데 20년 후인 2021년에는 전세계 평균보다 2.3% 높았다. 

▲재생에너지 기여도는 2000년 한국은 전세계 평균 12.8%보다 매우 적은 0.9%였지만 2021년에는 전세계 평균 기여도 14.7%보다 11.6% 적은 3.3%로 나타났다. 

▲원전 의존도는 2000년 15.2%로 전세계 평균 6.7%보다 2배 이상 높았지만 2021년에는 14.7%로 전세계 평균 5.0%보다 거의 3배 가까이 많았다. 

지난 20년 동안 원전 비중은 전세계 평균 1.7% 줄어들었지만 한국은 이보다 적은 1.1%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런 수치들은 윤 정부 들어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정책을 사실상 중단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유휘종 에너지공단 신재생 에너지센터 소장은 이날 토론에서 "CFE 확대를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은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라며 "CFE 성공을 높이는 선결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부측 인사들은 원전 중심의 CFE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국내기업의 제조역량에 전력산업부문 무탄소화 전략이 접목되면 미래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특정 기술이나 시나리오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탄소중립 노력 필요(김용건 교수) ▲재생e, 원전, 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의 공급 확대(주현 원장) ▲재생e,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CFE) 이용 극대화를 위한 전력망 확충(박종배 교수) ▲그린수소 생산단가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 금융지원(문재도 회장)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통한 원전 경쟁력 유지(정범진 학회장)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을 한 발표자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공직자 출신이거나 정부기관 관계자들임을 알 수 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김상협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산업계 중심의 탄소중립정책, 물정책을 주장해온 인물이고 주현 산업연구원장,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등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국책연구원장들이다. 

산업부 안덕근 장관은 “탄소중립은 국내 기업들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이며 산업경쟁력과도 직결되는 국가적 과제”라며 “주요국과 무탄소에너지 이행기준을 조속히 마련하는 등 ‘CFE 이니셔티브’의 국제 확산을 통해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의 발언 핵심 역시 원전이 무탄소에너지로 인정받는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자는 것이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CFE 이니셔티브의 성공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호응과 참여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국제규범으로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자”고 강조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화석연료 퇴출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손실피해기금 등 개도국 지원, 공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건 연세대 교수는 "특정 탄소중립 기술, 시나리오 의존보다는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불확실성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은 "2030년 그린수소 생산단가 3500원/kg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인프라(수소항만 등)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각 에너지원의 기술적 특성, 경제성, 사회적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하여 다양한 무탄소에너지원의 공급역량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기관 인사들과 달리 세미나  참석 대학교수들은 그나마 합리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원전, LNG+CCUS, 청정수소 등 공급 안정성과 낮은 에너지가격을 담보하는 다양한 무탄소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디지털화에 따라 국내 전력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며 CFE 활용 극대화를 위해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철강산업이 국제 환경규제(EU CBAM 등)를 극복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공정의 탈탄소화, 전력의 무탄소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경연 책임연구원 출신인 양의석 CF연합 사무국장(박사)은 "CFE 공급 잠재력 확대를 위해 인증제도 설정이 우선 요구되며 국제기준 정립을 통해 시장과 자본이 CFE 공급역량 확충에 참여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F 정책을 사실상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양 박사는 "재생에너지, 원전, 바이오, 청정수소, CCUS 등 모든 무탄소에너지를 산업계가 적용해 전력 및 산업에 반영하자는 것이 CFE"라고 정의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기업은 이미 청정전력 비중이 30% 이상에 도달, 우리나라의 청정전력 공급능력를 반영할 자율적 탄소중립 규범(CFE 이니셔티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는 등 원전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CFE 확대 차원에서 차세대 원자로 및 SMR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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