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e뉴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한민국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IT산업에 획기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의 상황에서 IT산업 투자는 시기상조이며 투자육성 규모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반발에 부딪쳤다. 

투자는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한국이 세계 제일의 IT강국으로 부상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관련 반도체 산업과 소재 부품 산업이 함께 성장한 것은 한국의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분류되는 성과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산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단기간 성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는 추진하기 힘들다. 임기 내 투자 성과를 보여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가까운 시일에 부가가치 회수가 가능한 건설분야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룬 것은 정권 임기 내에 가시적인 경제성장 수치를 확보하고자 하는 정권의 꼼수에 가까웠다. 

그런데 현재에 이르러 기후 및 환경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효율과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 세계경제 흐름은 환경 문제를 제외한 발전에 냉소적이다. 

효율과 성과를 중심으로 한 규모중심의 경제는 이제 더 이상 세계인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미래에 살아갈 환경을 팔아 현재를 잘 먹고 살겠다는 근시안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1위 반도체 장비기업 네덜란드 ASML이 고객사에 ‘재생에너지로만 탄소중립 달성’ 즉 RE100을 요구하고 나선 사례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고 이와 관련한 연구투자, 산업에 대한 지원도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현 정부에서는 RE100의 대안으로 원전기반 무탄소에너지(CFE)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공감받기 힘들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문제와 같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듯한 위험도 문제지만 방사능 폐기물에 대한 처리 문제 등 결코 안전하거나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분류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막대한 원전산업 투자를 감행하면서 차세대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고 있다. 

당장 산업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임기 내 당장 보여줄 성과가 높지 않다는 판단인 듯 하다. 

미래에 대한 투자 없이 익숙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에너지 정책은 차세대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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