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혁(한전 전력기반센터 사업총괄부장)

최용혁 한전 전력기금사업단 부장
최용혁 한전 전력기반센터 사업총괄부장

[산경e뉴스] 전기는 과연 어떤 종류의 상품인가? 

아니 아예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인가? 

정확한 정답이 없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케인즈학파나 제도학파들에게는 통제가 필요한 공공재이겠지만 하이예크와 프리드먼을 따르는 시각에서는 전기 역시 자유롭게 거래할 상품이므로 정부의 간섭이 전력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볼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기형적인 구조다. 

2001년 발전부문이 한전에서 분할되고 도매경쟁이 시작됐지만 송배전과 판매 영역은 한전이 아직 독점하는 구조이다. 

한쪽 발은 신발을 신고 반대쪽 발은 양말도 걸치지 않은 뭔가 어색한 모습이다. 

전면적인 자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말과 신발을 마저 벗자고 하는 반면,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발이 시리니 빨리 양말과 신발을 다시 신자고 부르짖고 있다. 

누가 옳은 것일까? 

이왕 자유화를 시작한 이상 계속 가자는 사람들과 어차피 전기는 경쟁이 안 통하는 공공재이므로 다시 과거의 수직통합으로 가자는 사람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차를 빼라고 양보하지 않는 그런 답답한 현실이 오늘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모습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전기요금을 다섯 번이나 올렸는데도 독점공기업 한전의 적자 행진은 멈출 줄을 모른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전 직원의 있지도 않은 ‘성과급’을 탓하며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사실 한전 직원  포함 한전의 여섯개 발전자회사  직원 모두의 급여를 20년 동안 주지 않아도 지금까지 쌓인 한전 부채는 해결할 수 없다. 

작년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 생산단가를 높였지만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했기에 한전의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케인즈식 접근 방식으로 정부가 통제권을 쥔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프리드먼식으로 오른 원가만큼 전기요금을 올렸다면 한전의 적자는 없었겠지만 전체 국민들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더는 한전에게 책임을 지우지 말고 한전의 사업 영역을 하나씩 쪼개서 민간에게 주자는 주장이다. 특히 한계에 와 있는 송배전 투자 부문을 민간에게 개방함으로써 전력산업에 숨통을 틔게 하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한전이 전력산업 전체를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한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은 과감하게 민간기업들에게 개방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송배전, 전기소매 등이 다 포함된다. 

자칫 과거의 한전 분할, 민영화 논리와 비슷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주장의 원인과 지향점은 조금 달라 보인다. 

몇 년 전 독일의 양대 전력회사인 RWE와 E.ON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회사의 방향을 바꾼 사례도 보인다. 

최근 지주회사 형태로 발전-송배전-판매-신재생 사업 영역으로 회사를 나눈 일본의 도쿄전력 사례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런 자유화가 시작되면 과연 최종적인 전기요금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있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요금 통제가 사라지면 단언컨대 요금은 단기적으로는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요금 인상의 충격은 소비자들의 에너지 절약 움직임과 이에 발맞춘 다양한 신산업의 등장을 불러 올 것이며 이런 선순환으로 장기적으로는 전력 수요가 줄어들고 또 요금도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적절한 가격이 붙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은 그 자체가 비정상이다. 케인즈와 하이예크. 두 사람의 주장은 언제는 맞았고 또 언제는 틀렸다. 상황에 따라 두 이론을 적절히 이용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산경e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