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e뉴스] 불과 7개월여 전인 지난 2월 3일 20대 대선 첫 첫TV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RE100(Renewable Energy 100%)과 EU 택소노미(EU Taxonomy)와 관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질문에 "RE100이 뭐냐, EU 뭐란 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문했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핵폐기물 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파이로 프로세싱 등 폐기물 처리 기술이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보다 진일보할 것"이라고 말하고 원전 입지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RE100 질문에 대해 전혀 모르는 표정을 보였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새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에너지전환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036년까지의 국가에너지계획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최근 발표했는데 예상대로 원전이 되살아나고 재생에너지는 줄어들었다. 

취임 후 첫 산업단지 방문지가 원전 생턔계였고 이곳에서 한 첫 일성이 원전을 국가산업 전진기지로 만들겠다였다. 원전 수출을 강화하고 원전을 되살려 탄소중립도 실현하겠다는 말도 했다. 

재생에너지 비중확대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 윤 대통령이 추구하려는 친원전 에너지 정책은 구시대적이다. 

RE100은 오는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로 애플, 구글, GM, BMW를 포함한 전세계 349개 글로벌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전기업인 삼성전자도 2050년 RE100을 선언했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을 포함한 SK 그룹, 아모레퍼시픽, LG화학, 수자원공사, 미래에셋, 롯데칠성음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에너지전환의 차원 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제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 정부는 원전을 중심에 놓고 판을 짜려고 하니 제대로 된 탄소중립 에너지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윤 정부의 에너지 관련 예산을 살펴보면 원전 투성이다. 산업부, 중기부, 과기부 등 관련부처에는 원전 R&D, 원전산업 지원, 원전 수출지원, 원전생태계 지원 예산 등이 다양하게 배정됐다. 

정확하게 다 뽑아보지는 않았지만 금액으로 대략 수천억원 이상 되는 것 같다.  

원전산업을 되살려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집행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나 다른 예산을 줄여 원전에 몰빵하는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윤 정부 원전 진흥의 하이라이트는 K-택소노미다. 

EU 택소노미는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분류하는 ‘지속가능 금융 분류체계’다. 지난 2월 2일 EU 집행위원회는 조건부로 원전을 녹색 에너지원으로 분류했다. 

단 전제가 있다.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계획, 부지 및 자금 확보, 높은 안전기준 등이 선행돼야 하고 2050년까지 관련 방안을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원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한계를 시사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 정부는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키고 환경부 예산까지 원전에 투입하도록 길을 터 주었다. 

이러한 정책은 이미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드러낸 그의 의식과 다르지 않다. 

EU 택소노미가 무엇인지 반문했던 윤 후보,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언급하는 등 후보 시절 누군가가 써준 답안지를 앵무새처럼 외었음이 현재 윤 정부 정책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은 고사하고 당장 핵폐기물을 임시 보관할 장소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현재 상용화되지도 않았고 윤 정부 5년 안에 실현 가능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탄소중립 경제에 있어 경쟁국가에 뒤쳐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향후 5년은 윤석열 정부만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에게 올바른 소리를 하는 충신이 없음을 국민들이 꾸짖는 소리이기도 하다.  

오로지 정치초년생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권력지향형 가신그룹만 있고 진정한 목소리를 내는 충신이 없는 것 같아 노심초사하는 소리일 것이라 본다.

대통령은 이제 그들과 멀어져야 한다. 그가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국가를 위해 올바른 방식으로 노력해야 할 때이고 어떤 길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끄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해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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