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주필

[산경e뉴스] 수벌은 무정란 벌이고 일벌과 여왕벌은 유정란 벌이다.

무정란 벌은 생식능력이 없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여왕벌 구실을 못한다.

박기웅 주필.
박기웅 주필.

일벌은 유정란벌이므로 벌소방이 크면 로얄제리를 더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여왕벌 탄생이 가능하다.

여기서 자기 할 일이 끝나면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수벌이 문제다. 

짝짓기에 실패한 이들 애물단지 수벌의 재발견 노력이 꾸준히 연구됐다. 그 결과 이젠 효자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수컷 벌, 그러니까 수벌은 여왕벌과 짝짓기에 성공하면 그대로 생을 마감한다.

반면, 짝짓기에 실패한 수많은 수벌들은 벌통에 남아 꿀만 축내는데 애물덩어리와 진배없던 수벌의 활용법을 찾아낸 것이다. 

꿀벌 수만 마리가 모여 사는 한 벌통 속에 수벌의 머릿수는 수천 정도. 그 중 여왕벌의 선택을 받는 건 단 한두, 네댓 마리뿐이다. 

남은 수벌은 벌통 안에서 꿀만 축내며 벌통 안 무임승차자로 전락한다. 

양봉 농민들은 수벌은 여왕벌하고 교미할 때만 필요해서 양봉에는 나중엔 되레 필요가 없어 제거해버린다. 꿀만 먹고 걔들이 노니까 성가신거다.

이런 수벌을 번데기 시절에 미리 벌통에서 꺼내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 3대 영양소가 풍부한 먹거리가 된다. 

외부 환경과 차단된 무균 상태로 자라 위생적인 것도 장점이라는 것이다. 

번데기 자체로 먹거나 가루로 갈아 식품 첨가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데 연구결과 고추장과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한다. 

농업진흥청 연구진은 수벌 번데기를 첨가한 고추장 제조 기술로 최근 특허를 냈다. 

이 관계자는 감칠맛이 3배 정도 우수했고 신맛과 짠맛이 기존 고추장 대비 1.5배 정도 낮게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근 양봉 농가는 벌꿀 생산량이 줄어들어 고민이 깊다. 또 환경 악화로 벌의 집단폐사가 속출하고 있는 추세 속에 애물단지였던 수벌이 거꾸로 효자 노릇을 할 길이 열린 것이다. 

수벌 번데기를 일반 식품 원료로 등록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진행중이다. 

양봉 농민들은 로열젤리, 화분, 꿀 이런 것만 소득이 되는데 애벌레가 소득 창출이 된다니까 엄청 반기는 분위기다.

번데기로 그 쓰임새를 찾은 수벌. 곤충을 먹는다는 편견을 넘어 양봉 농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수벌은 우리나라 정치꾼과 참 많이 비교된다. 

애물수벌은 생산성 없이 사실상 국민의 혈세만 빨아먹고 해악만 끼치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꾼과 닮았다. 

이들도 수벌처럼 생산성 있게 개조해 국민한테 유익하게 하는 집단으로 탈바꿈시킬 방도는 없는 걸까.

은퇴농장에서 양봉을 하면서 자기 할일을 무던히도 열심인 벌들에게 매료돼 마냥 멍때리기 하다보니 별생각이 다 드는 건 나만이 아닐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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