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주필

[산경e뉴스] 부모 자식간은 1촌, 형제 자매간은 2촌. 4촌이면 다른 피 섞여 한 다리가 뜬다.

박기웅 주필
박기웅 주필

돈 있고 권세 오면 사돈팔촌 없어지고 잘 나갈 땐 희희낙낙 문중 종씨 따지다가 정승이 필요한가? 재벌이 중요한가?

힘빠지고 기울면 막장에는 남 되더라!

아내 남편 무촌이니 섞인 몸도 한몸이라
친구 또한 무촌이니 촌수 아예 없잖은가!
평생 감이 부부요! 함께 감이 친구다!

서로서로 아껴야 부부요, 너나 나나 챙겨야 비로서 친구다.
없어도 부부요, 못나도 친구다!

함께 같이 챙겨가며 보살피고 안부 묻고 축하하고 위로하세다! 산채나물 탁주 일배 산이면 어떠하고 강이면 어떠한가?

얼굴 한 번 바라보고 술 한잔 돌려보고 손 한번 잡아보며 환하게 웃어보고, 있는 얘기 없는 얘기 오고 가야 이어지지!

아내에게 못할 얘기 자식에게 못할 말들 어디에 털고 시원할까? 친구 밖에 더 있는가!

친구야! 내 친구야! 집에서야 대빵이지 친구끼리 계급있나!?
모두가 함께 가는 저승길 동반자네!

여기까지는 어느 좋은 글을 각색했다.

신문기자 40년에 은퇴농장을 김포 대곶 수안산 자락에, 그것도 배산 동녁의 아다만한 협곡, 지관 흉내 내는 한 친구가 와보곤 여긴 난자포란형이라나. 자궁같은 묘자리라 좋단다.

난 여기에 참 많은 무촌인 친구들를 두고 있어 행복하다.

맨 먼저 자랑할 나의 친구는 새들이다. 파랑새는 무시로 네박자로 지저귀며 나무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그 친구는 내가 듣기론 "로토좇토!"를 늘 외치고 다닌다. 로토 투기하면 망한다고 나한테 고지한다. 참 고마운 친구다.

사실 난 로토를 내 돈으로 사 본적이 없는데도. 간혹 로토를 경품으로 우편으로 부쳐 온 적은 있었다. 단골 마담들이 주로 당첨되든 말든 거나하게 매상 한번 올려달라는 신호로 부친 것일게다.

또 다른 새도 많다. 그 흔한 뻐국이. 하루종일 친구를 찾는다.

첫사랑 문지방에서 "뻐국!"하면서 몰래 만나던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를 회상하라는 무언의 노래를 늘 선사한다. 고마운 친구다.

이보다 고마운 미지의 친구들도 있다. 늘 아침 육칠시면 지지배배, 떠쿡, 종알종알 지저귀는 친구들 덕분에 기분좋게 잠에서 캔다. 아니 시크러워서 눈을 뜬다. 참 기분좋은 친구들이다.

진정한 무촌들이다.

오늘 나의 친구들 자랑을 너무한 것 같다.

내가 본란에 칼럼을 시작할 때 정치 철학 종교 등 사회적 갈등을 얘기하는 칼럼이 아닌 것으로 하고파 '동구밖 칼럼'으로 해줄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난 갈등의 여지가 있는 글을 피해 동구밖 지평선 너머의 글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 많은 고견을 바란다. 개인적 일탈의 칼럼으로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 과욕이 아니길 바라면서.

이유는 사회 친구들 오라해 가든 파티 열어 배풀며 또 다른 무촌인 자연새들과 화목하며 한랑으로 살고 싶어서다.

배터지게 넘의 살대기도 구워  먹으며 마법같은 물약으로 농장생활 하면서 "집에 빨리 오라는 토끼같은 아들(요즘 왜 자식을 토끼같다고 하는지 실감하는 중)과 하늘보다 무서운 마누라의 압박에 저항하는 느낌이 좋다. 

집안 서열의 최하층인 내가 뭔가 독재에 항거하는 투사가 된 기분이라서 좀 뿌듯하다"는 어느 후배기자의 항변이 내겐 친구가 많은 여기가 한량으로 사는 피난처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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