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산업위 국감 마지막 날, 월성1호기 조기폐쇄 둘러싼 여야 공방 지속
야, "감사원 감사결과로 탈원전 정책 부당함 밝혀져"
여, "경제성 평가만 다룬 감사결과는 반쪽짜리"

경주 월성 원자력본부 전경

국회 국정감사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둘러싼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일 감사원은 지난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신청한지 386일 만의 일이다.

다만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가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안정성 및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감사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측은 정부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 관여한 사실이 명백해졌다며 공세를 폈다. 의도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낮게 산정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산업부 관료들의 증거인멸, 조작 등이 이뤄진 데 대한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22일 속개된 국회 산업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윤모 산업부 장관에게 경제성 평가 조작 등 산업부가 개입한 정황에 대해 추궁했다.

김정재 의원(국민의힘)은 "감사원에 의해 산업부, 한수원 등이 경제성 평가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 마디에 공무원들은 물론 관련 회계법인조차 조작에 가담한 결과"라고 몰아세웠다.

권명호 의원(국민의힘) 역시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산업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권 의원은 "공무원들의 문서삭제, 증거인멸이 적극행정이냐"며 "산업부가 감사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한 데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여당측 산업위 간사인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정재 의원의 발언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감사원 감사결과 어디에 문재인 대통령과 산업부의 지시 내용이 있느냐. 근거 없는 발언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며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급기야 오전 국정감사가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앞서 산업부는 20일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직후 이번 감사결과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경제성 분석과정에서의 의견 교환을 두고 산업부가 해당 과정에 부적정하게 관여했다고 보는 감사원의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당초 국회 감사 요구내용에 비해 경제성에만 초점을 두고 감사결과를 축소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감사원이 감사결과에 월성1호기 즉시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다는 한계를 적시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기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추가 검토를 거쳐 감사 재심청구도 진행할 뜻도 밝혔다.

여당 측도 안전성,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지 않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안전성, 지역수용성 문제를 제외한 채 경제성 평가에만 초점을 맞춘 감사원 감사결과가 적절치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안전성,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노후 원전의 계속가동 여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며 "경제성은 안전성과 연동되어 있어서 안전성을 어느 정도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감사 과정에서 원전의 사고위험비용과 같은 각종 사회적 비용이 간과된 점도 지적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논란은 경제성 평가와 재무성 평가를 혼동하는 오류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애초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1호기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 비용,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개별 사업자의 '재무성 평가'에 그쳤다.

이를 토대로 진행된 감사원 감사결과 역시 한수원의 재무성 평가의 적절성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원인을 제공한 한수원과 이를 정치 쟁점화시킨 감사원 모두 경제성 평가와 재무성 평가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월성 1호기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비화시킨 감사원은 ‘재무성 평가’와 ‘경제성 평가’를 구분하지 못한 채 지엽적인 이용률이나 판매단가 문제에 매몰되어 정작 핵심적인 쟁점은 간과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원전의 계속가동(수명연장)에 대한 경제성 평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이 같은 논란을 부추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의원은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평가하는 기관별로 입력변수에 대한 판단과 적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번 감사원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한 지적은 원전 계속가동의 경제성 평가기준에 대한 규정이 부재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논란"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감사원의 경제성 지적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경제성 평가는 사전 집행된 원전수리비용이나 사회적 피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지 단순히 발전비용만을 평가하는 것은 월성1호기의 재무분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지적하며 노후원전 폐쇄는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월성1호기는 안전성 문제로 ‘수명연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법원 판결까지 받은 위험한 발전소”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월성1호기는 대표적인 가압중수로 발전소로 특히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라며 "수명연장을 위해 최신안전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제조사 규정이 있으나 최신안전기준을 무시하고 수명연장을 시도하다가 2017년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수명연장 허가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야당 측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측이 월성1호기 폐쇄를 주장했던 점을 상기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했을 때 ‘노후원전은 핵폭탄’이고 ‘고리1호기 뿐만 아니라 월성1호기도 폐쇄하라’던 야당이 이제는 ‘월성1호기 폐쇄는 대국민 기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원전의 질서있는 후퇴와 에너지전환을 위해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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