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시작되나]-3

▲ 5월20일 해외자원개발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원개발 추진체계 연구용역 공청회’에서 논의의 핵심이 된 광물자원공사 노조원이 공기업민영화 반대 피킷시위를 하고 있다.

석유-가스공사 통합, 반대여론 많아 시행불투명

광물자원공사 2008년 이전 광업진흥공사 체제로 

발전자회사 상장으로 10조 이상 세수 확보 기대

기재부 발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말 많은 해외자원개발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지난 한주동안 주요언론을 통해 드러난 기재부의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안은 크게 5가지였으나 이 가운데 실현 가능한 것은 2가지로 압축된다. 

석탄공사 폐지와 해외자원개발 기능조정은 별개의 문제 같지만 사실상 하나다. 

해외자원개발 부문을 맡고 있던 광물자원공사 기능을 축소하고 예전 광업진흥공사로 회귀하면 만성적자의 석탄공사와 궤를 같이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기재부가 덧붙인 것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안이다. 

일각에서는 부채가 많은 석유공사를 비교적 우량공기업인 가스공사와 통합함으로써 석유공사의 만성 부채를 숨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이다.

아울러 성과가 많은 석유자원 개발 노하우를 가스공사와 합침으로써 기존 광물자원공사가 갖고 있던 해외자원개발 분야를 흡수하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재부가 시장을 잘 모르고 짠 시나리오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주된 이유는 내년 대선을 앞둔 정국주도 차원에서 나온 이유가 더 강하다. 

지난 5월17일 국무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기획재정부가 배출권 할당 관련 정책을 수립, 조정하고 산업부, 환경부, 농림부, 건교부 등 4개 부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집행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이 말은 주무부처 상위에서 기재부가 정책을 총괄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수장은 박 대통령의 오른팔인 유일호 경재부총리겸 기재부장관.

이런 가운데 기재부가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을 들고 나온 것. 국내 기업의 통상, 무역, 산업,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를 장악하면서 관련기업 조차 잡아두겠다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주 급작스럽게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기 시작한 석탄공사 폐지, 광물자원공사 구조개편, 에너지공기업 주식상장 등 공기업 민영화 플랜 보도는 이전 정부에서부터 즐겨 쓰던 일부 언론 보도 후 여론 수렴, 해볼만 하면 밀어부치고 아니면 그런 사실 없음으로 귀결하는 전형적인 여론정책 방식이다.

정책 전문가들은 총선에서 패배한 현 정부가 경제침체, 이미지 쇄신 등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했고 그 해법으로 에너지신산업 육성과 이에 걸맞는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 플랜으로 정책운용의 새판을 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시장론자들이 대부분이다, 현 유일호 부총리를 비롯, 초선의원 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입각한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주헌 원장(동덕여대 교수) 등 시장경제론자들이 대표적이다.  

취임 초부터 준비해온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완결플랜을 이번 구조조정 카드를 통해 꺼내든 결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상당한 명분을 준비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 정부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대규모 해외자원 개발 비리 문제를 덮을 만한 묘책을 에너지공기업 민영화에서 찾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공공노련을 비롯한 전력노조, 석유공사노조, 가스공사노조, 광물자원공사노조 등 각사별 노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에너지공기업 민영화가 진정한 경제논리에서 나왔다기보다 정치논리에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가운데 정부가 석유공사와 광물공사 기능조정에 대한 안을 놓고 공청회를 5월20일 가졌다.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플랜을 하겠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터뜨린 지 일주일만에 전격 강행한 이날 공청회의 정식명칭은 ‘자원개발 추진체계 연구용역 공청회’였다.

관계부처, 국회, 산학연 관계자 등 100여명이 좁은 회의장을 가득 매운 이날 공청회에는 공공노련, 석유공사노조, 가스공사노조, 광물공사노조원 40여명이 피킷 시위를 벌였다.

평화시위를 약속한 노조 집회신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해외자원개발협회 입주건물 앞에는 경찰1개 중대가 출동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송태인 딜로이트 안진 전무는 산업부에서 용역을 받아 실시한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보고를 통해 4가지 안을 발표했다, 

석유공사에 민간기업이나 가스공사가 참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안은 석유비축과 진흥은 석유공사 업무를 그대로 두고 자원개발 부문만 민간에 맡기는 방식이다. 인력을 포함한 해당 조직 자산을 민간 자원개발 회사에 매각해 정부 재정부담을 줄이고 민간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신규전문회사를 설립하는 계획도 있다. 부실 사업은 매각하고 우량 자산만을 모아 민간 투자회사와 연기금, 민간 정유회사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광물자원공사도 자원개발 분야에 전문회사를 설립하자는 안이다.

2008년 광업진흥공사에서 광물자원공사로 개편할 당시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골자다,

이날 공청회 패널토론에서 대부분의 패널들은 기재부의 통합식 구조조정 방식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웅 LG상사 본부장은 “현 상황이 재무적 위기는 맞으나 생산원가를 줄이고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축, 강력한 자구노력 등을 통해 단기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고 또한, 석유개발 특성상 장기간, 리스크가 높아 민간이 투자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일정 규모가 될 때 까지 공기업에서 자원개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호준 가스공사 해외개발 처장은 “석유공사 자산을 가스공사에 이관시 경영효율성 저하, 적정 매각가치 산정 등이 우려된다”며 “석유-가스공사 통합시 리스크가 한 기업에 집중되고 기업가치 산정을 중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정기 광물자원공사 본부장은 “광물공사의 해외자원 전문인력은 250명으로 탐사 부분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으며 볼레오, 암바토비 운영사업을 통해 사업역량을 제고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국가의 역량과 기술, 지식이 사장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기업이 일정부분 자원개발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자원개발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며 어떻게 해야 잘할지에 대해 국가, 언론, 정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간이관은 공기업, 정부의 자원개발 필요성에 위배되며 추후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정부가 일정부분 지분을 갖고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성욱 포스코 그룹장은 “지금이 우량자산을 저가에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나 대부분의 기업이 신규 투자에 보수적 입장이므로 자원개발은 긴호흡을 갖고 추진하되 성공불융자 같은 조세지원 정부 지원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응규 상무는 “글로벌 메이저에 비해 공기업의 역량이 미흡하지만 그 역량을 쌓는데 30년이 걸린다”고 지적하고 “그간의 역량이 사장된다면 국가적 손실이다”라고 단언했다. 

이 상무는 “성공불융자가 가장 중요하며 정부가 적정 비율(50%) 지원시 민간이 적극적으로 탐사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정부의 성과위주 정책, 공기업의 비효율적 거버넌스, 예상치 못한 유가 급락으로 자원개발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히고 “M&A 시장 고려시 자산 매각은 쉽지 않아 헐값 매각이 우려되므로 긴호흡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피킷을 들고 시위에 나선 김병수 석유공사 노조위원장은 “자원개발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석유공사 단기 유동성 극복을 위해 국가가 해외자원개발을 포기하면 안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기재부의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 개편안과 관련, 실현성 있는 것이 발전자회사 상장이다. 

오는 6월9일 청와대 기관장 회의에서 이 안은 발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발전자회사는 한전이 100% 주식을 갖고 있어 한전만 승인하면 바로 시행이 가능하다.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와 한전KDN,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등 알짜 회사가 있다. 여기에 거대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이 있다. 

기재부는 이 가운데 굵직한 발전자회사 한두군데를 시범으로 상장하고 시장 여파를 보며 후속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 공기업을 내년까지 상장할 경우 대략 5~10조원 가량의 세수를 확보하게 된다.

이들 발전 공기업 주식 100%를 한전이 갖고 있고 한전 주식의 51%는 정부가 갖고 있다.(기재부 18%, 한국산업은행 32%)          

원자력문화재단 폐지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전 업계 뿐만 아니라 산업부 조차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발전용댐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일반댐을 운영하는 수자원공사가 발전댐을 운영토록 하자는 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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