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산경e뉴스] 최근 방송토론에서 안전을 경고하고 경각심을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과다한 안전문제 제기로 사회에 원전 공포분위기를 제기하는 것은 문제라는 말을 들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전형적인 사업자 논리로 상투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안전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사업자를 위해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제기하는 것이다. 

뼛속까지 사업자 의식을 가진 교수라는 신분을 이용, 공정한 전문가인 것처럼 올 한해 온갖 신문 방송 인터뷰를 장식했다. 

사실 엄정하고 중립적인 것 같지만 대부분 연구비 등 온갖 특혜에 쩔어서 원전의 좋은 면만 보고 말하며 실제 현장의 안전문제는 외면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전은 안전하며 문제가 없다는 일부 친원전 학자들의 노력은 집요하다. 

지난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옥스퍼드대 웨이드 앨리슨 교수라는 사람이 한국을 방문해 후쿠시마 오염수 먹어도 된다고 한 말은 온 나라 식자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서균렬 교수가 공개토론 제의에 그냥 슬그머니 영국으로 줄행랑했다고 한다.

국회 질의에 먹으면 안된다는 원자력연구원장의 답변에 원자력계의 권위와 신뢰가 실추된 순간이기도 했다. 원자력연구원장 자신도 앨리슨 교수를 초청하는데 일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8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설에 대한 조사결과가 경주(양남)에서 발표됐다. 

월성원전의 누설문제에 대해 조사단은 2년에 걸친 조사결과 삼중수소 누설은 있었지만 외부로 나가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지하로 누설되면 지하수가 오염되고 그러면 외부로 어디로 나갔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다. 

누설은 되지만 대량 누설은 아니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양이원영·민형배 의원과 함께 지난해 11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을 비롯한 노후 원전에 부적합 앵커볼트가 사용됐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양이원영·민형배 의원과 함께 지난해 11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을 비롯한 노후 원전에 부적합 앵커볼트가 사용됐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실제 지하수는 바다로 향한다. 누가 봐도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국 바다로 흘러가는 것은 환경누출이 아닌가?

발표를 주도한 조사단장 홍성걸 서울대교수(건축학)는 주민들과 제보자, 민간 전문가들의 질문공세에 땀을 뻘뻘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공이론 분야에서는 권위가 있는지 몰라도 실무경험이 없어서 원전 특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월성원전의 누설은 건축 뿐만 아니라 원자로 계통과 방사선, 그리고 핵폐기물계통에 대해 설계, 시공, 운영 모든 분야에 경험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권위만 내세웠다가 주민들의 질문에 혼쭐이 났다. 

이는 매사 원안위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술을 모르는 행정가인 원안위 사무처는 권위로 모든 안전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또한 책임은 철저히 회피하려는 관료들의 특징이다. 

이들에게 원안위 위원의 위임 전결규정에 따라 책임지지 않는 안전규제를 맡긴 것은 심각하게 우려된다. 

주민설명회에 온 언론, 전문가 등의 다양한 참석자들은 차라리 한수원에 맡겨 놓는 게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며 원안위가 끼어서 소통도 절벽이고 일도 제대로 잘 안된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원안위 사무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나온 지 이미 오래다.

국제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오염수 해양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원자력계와 먹어도 된다며 일심동체가 된 윤석열 정부는 향후 대책에 3조원을 6년간 투입하겠다고 한다. 

문제가 없는데 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지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의심가는 대목이다. 

월성원전에서 오염수가 줄줄 새도 환경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단정하며 사전 누설 예방조치를 권고하지 않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암으로 고생하는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고통을 무책임으로 외면하고 있다. 

월성원전 부지는 2016년 9월 경주지진에서 이미 0.1g(g; 중력가속도)를 초과하여 관측된 바 있다. 

월성원전의 설계는 수평으로 설계지진(0.2g)과 부지설계지진(0.1g) 두 가지를 내진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설계지진의 절반 값을 적용하는 부지설계지진은 원자로 가동년수로 100년에 1번 오지 않는다고 가정한 설계 값이다. 

하지만 월성 부지는 가동한 지 햇수로 40년도 안돼 지진이 초과 관측되었다. 

이것은 수명기간 중 설계지진 0.2g를 언제든지 초과하여 발생할 수 있다는 아주 중요한 의미다. 

월성원전 설계에 참여한 필자는 월성원전은 지진에 취약한 구조가 많아 0.2g를 초과하면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경주지진이 보여준 것처럼 0.2g로 설계한 월성부지는 적절한 원전부지로 볼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월성원전을 모두 정지하고 원전부지를 정밀 조사, 재평가해야 한다. 

최근 방송 토론에서 0.1g의 지진이 오면 원전은 자동 정지되므로 문제가 없다는 패널의 답변은 0.2g가 초과되면 어쩌자는 것인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는 커녕 교수라는 권위 하나로 국민을 현혹하며 현 정부 핵심에서 에너지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원전사고의 책임은 개인이나 특정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이유다. 단지 눈 앞의 이익만 강조하여 세계적인 에너지 흐름과 추세에 무관하게 계속운전, 신규건설 등 무분별한 원전 진흥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분야 설비보강이 취약하여 서방은 물론 중국, 러시아 원전과 비교해도 가장 싸다. 안전을 무시하며 투자도 않고 세계 에너지 흐름을 역행하는 이러한 원전정책은 결국 국가 경쟁력을 좀먹고 원자력계는 물론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한순간 뒤흔들 수도 있어 심히 우려된다. 

안전하지 못한 원전은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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