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산경e뉴스] 몇 년 전부터 여름철이면 폭염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지곤 한다. 

황우현 서울과기대 교수
황우현 서울과기대 교수

한낮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날이 많아지니 회사뿐 아니라 집에서도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다. 

겨울이 되면 역으로 혹한을 피하고자 온풍기나 전열기 사용이 늘어난다. 당연히 전기를 많이 쓴 만큼 전기요금 고지서는 스스로 폭탄이 되어 돌아온다. 

이 시점이 되면 언론에서는 연일 전기요금 부담으로 기업의 제조원가가 상승하여 수출이 어려워진다고 하고 정부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인상억제 정책으로 대응한다. 

중간에 낀 전력회사나 크고 작은 발전사업자들은 수익보전이 어려워 적자로 전환되거나 발전출력제약으로 손실을 보는 빈도가 늘게 된다. 

값싼 전기요금으로 4대 에너지원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OECD 국가 중 꽤 저렴한 수준이다. 

독일, 일본, 호주 등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었는데도 전기요금은 가구당 4만 원 남짓으로 10여 년 전과 비슷하고 통신비의 20% 정도다. 

게다가 전기품질이나 정전시간은 세계 최상위 고품질이다.

이렇게 전기품질이 좋고 가격도 싸니 에너지 소비가 전기로 통합되고 있다. 

즉, 가정에서 소비하는 4대 에너지원이 모두 ‘전기화(Electrification)’ 되는 중이다. 

전등, 가스레인지, 휘발유자동차, 가스온수의 소비체계가 전등, 전기레인지, 전기자동차, 전기온수로의 전환이다. 

더욱이 겨울철 비닐하우스 농작물 재배는 연탄보일러보다 관리가 쉬운 전기 온풍기로 온도를 조절하고 시내 중심가의 상가는 한여름에도 가게 문을 열어 놓고 냉방을 하며 손님을 유치한다. 

이렇게 낭비에 가까운 소비방식은 2050년까지 평균 기온상승 1.5℃ 이내를 유지해야 하는 기후위기 대응관점에서 더는 허용할 수가 없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석탄, 석유, 가스 기존 파이프라인의 전환 속도가 중요

우리나라의 2030년 탄소중립 목표는 40%이다. 결국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감소는 기존 시설이용의 중단이나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어 국가적으로나 각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그러니 전기사용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석탄, 석유, 가스의 기존 파이프라인을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대안 중 하나인 원자력발전소 증설도 환경영향평가나 안전도, 주민수용성 확보와 수도권 연계 송전망 확충 등 과거와는 다른 여건 속에서 극복해야 한다. 

특히, 현재 전력공급과 소비구조를 유지하면서 전기사용이 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해 국제적인 제약을 받을 수 있고 친환경 발전설비가 증가하면 전력망의 수용성과 운전이 불안정해진다. 

게다가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면 충전전력 수요가 급증해 전력계통의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첫 단추이다.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첫 단추이다.

이러한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미세먼지 발생을 줄여야 하니 화석연료나 엔진차를 계속 쓰는 것도 제한적이다. 

더군다나 전력회사의 적자가 계속되면 설비보수와 확충을 적기에 할 수 없어 대규모 정전이나 전기품질 저하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전기요금만 인상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에 기후위기 대응의 어려움이 있다.

전기요금 인상되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는 쉽지 않아

그렇다면 과연 이 시점에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먼저, 최선은 전기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불필요한 전기소비를 줄이면 이점이 다섯까지나 된다. 
 
우선, 기업이나 가구별 요금부담이 줄어든다. 
 
두 번째는 전력수요가 감소해 화석연료 발전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용이해 진다. 
 
세 번째는 수요감소분만큼 송배전설비 확충을 지연시킬 수 있어 전력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사용량이 준 만큼 계통운영과 전기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은 에너지 소비 절감기술의 확산으로 전문중소기업 육성과 청장년 일자리가 창출된다.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첫 단추

역으로 현 체제를 유지하며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위험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전력회사의 경영악화로 도산 가능성이 커진다. 
 
두 번째는 전력설비증설 지연으로 블랙아웃 발생 우려다. 
 
마지막은 국가적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지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후위기 대응방법은 신재생에너지 확충, 전기차 전환, 에너지이용 효율화의 세 가지가 핵심이다. 
 
이 중 투자비 부담 경감과 적용 시기상 제일 유리한 것이 세 번째 방식이다. 
 
에너지이용효율화는 소비자들의 전기사용량을 줄이게 되어 발전량이 감소한다. 
 
발전량이 줄어든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도 적어진다. 
 
따라서 이용효율화를 먼저 추진하면서 신재생 증설이나 전기차 전환을 병행하는 기술개발과 확산정책의 이행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하철 입구에서 부채를 나누어 주며 절약을 유도하는 방식보다는 기존의 에너지소비시스템에 ICT 장치를 접목해 지능화 운전을 하게 되면 신산업육성과 전문 중소기업 참여, 청장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도 선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선택지는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지구촌 환경을 복원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공통된 책무가 전 세계 국가에 있어 선제적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이 있다. 
 
이번 여름의 파고를 넘어도 다가오는 동절기 혹한의 전력수요 급증과 여름철 폭염과 맞설 수 있는 항구적 대응시스템 강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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