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참으로 기괴하다. 여당 국민의힘이 늘상 주장하는 괴담 수준이 아니라 기괴하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고 여기서 상당한 량의 방사능 물질이 바다로 나갔고 또 곧 나갈 예정인데 우리 정부는 이걸 막을 생각은 안하고 괜찮다고 말한다. 

아마 23일 보내는 시찰단도 일본에 가서 설명회라 일컫는 행위를 하고 해양 방출 괜찮다는 보고서를 내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은 오염수 시료 채취, 분석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인데 한국 시찰단이 현지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답답하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도 우리나라 해양생태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한국원자력학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 명예교수를 춘계학술대회 개막식 주제강연자로 초청했다.

엘리슨 교수는 방한하자 마자 원자력연구원이 15일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한 말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마셔도 괜찮다"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친원전측이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얘기한 원자력 괴담 말고 과학적 베이스에 기반한 합리적 원전을 세계적 교수(?)가 발언한 것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먹어도 좋을 만큼 깨끗하기 때문에 바다에 버려도 된다는 논리를 영국의 노교수가 소신껏 발언하자 부메랑이 되어 보수언론에 꽂혔다. 

검찰 수사에 앞서 대통령이 한마디한다. 그러면 그대로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허구일까. 그런데 그게 실제 시그널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앨리슨 교수의 발언이 나온 후 보수언론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매일경제는 16일자 사설을 통해 "英 석학 후쿠시마 물 마셔도 안전, 공포가 과학 삼켜선 안돼"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인터넷 언론 등은 말할 것도 없다.

기사 내용은 영국 노 교수가 한말을 그대로 인용했다.

본지는 앨리슨 교수의 간담회 내용 녹취록을 입수해 그대로 보도했다. 원자력에 문외한인 독자라도 녹취록 내용을 잘 읽어보면 노 교수의 주장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헛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빨갱이는 무조건 나쁘니까 때려 잡아야 한다"고 하는 반공주의자 같았다. 

원자력연구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이날 기자회견 정리 자료에 앨리슨 교수가 한 말 중 중요한 부분이나 친원전쪽에 부담이 되는 내용은 빼고 보냈다.   

"새롭게 방류되는 오염수에 이미 방류된 오염수 양까지 고려해야 정확한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엘리슨 교수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희석이 안된 물 조차도 마실 수 있다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희석한다는 건 이미 선량이 적은 방사선이지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차원이다. 희석도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한다. 

원자력연구원 자료에는 이 내용은 빠져 있다. 이것 말고도 더 있다. 많은 기자들이 사실을 알면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언론은 앨리슨 교수를 석학이라고 평했는데 이 사람이 왜 석학인지 모르겠다. 

물론 옥스포드가 좋은 대학임에는 분명하지만 앨리슨 교수가 평생 해온 일이 석학에 해당할지는 의문이다. 

일부 언론은 그가 "40년 이상 옥스퍼드에서 물리학, 특히 방사선 분야를 연구한 석학"이라고 썼는데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앨리슨 교수는 정확히 "40년 이상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핵물리학 특히 방사선 분야 교육을 연구한 인물"이다.

방사선 분야 교육이 주전공이다. 원자력을 둘러싼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문가이지 원전 사고 및 원전 오염 전문가는 아니다. 

주요 저서가 입증한다.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이다. 

이런 그가 인류를 위한 석학이라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친원전 학자들에게 석학이란 말은 맞을지 모르겠다.

앨리슨 교수를 불러오고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도 하기 전에 이상한 말을 하게 해 일부 보수언론을 도배하고 이것은 곧 시찰단에 시그널을 주게 될 것이고 등등.

바다에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진리는 유치원생도 아는 바이다.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고 본토에 저장해놓아야 한다. 

향후 100년 1000년 1만년 후 살아갈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 줄 것인지 현 세대는 고민해야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나라, 중국, 인도차이나 반도, 베트남, 대만, 심지어 호주까지 침략해 약탈과 위안부 차출 등 파렴치한 짓을 한 국가다. 

독일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이 일에 대한 반성표명을 관련국가들에게 공식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겠단다. 뻔뻔해도 너무하다. 

더 한것은 일본에 동조하는 정부나 원자력계 입장이다.   

앨리슨 교수 초청 발언을 놓고 보여준 일부 국내 언론의 수준이나 정치집단, 교수집단의 수준은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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