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가수 최성수가 부른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는 우리 마음 속 동심인 토끼가 있고 소원의 징표인 만월(滿月)을 본 지인이 오랜만에 김용택 시인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는데 그게 시가 됐고 그 시에 감탄한 최성수가 시인의 허락을 받아 곡으로 만든 것이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달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일반인의 '무성의'가 못내 아쉬웠던 시인은 지인의 전화를 핑계 삼아 서사를 만들었다. 

전화라는 행위가 이토록 정겹게 느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인은 그 찰나의 순간에 사랑을 느끼고 자연주의 감성은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시를 감성 재능꾼 가수 최성수가 곡으로 만들었다. 그 시인에 그 가수답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 환한 달이 떠오르고 /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 달빛에 실어 / 당신께 보냅니다 / 세상에, /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 문득 들여옵니다"

설 연휴가 내일부터 시작된다. 

최성수의 노래, 아니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읊조린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UAE,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멀리서 걸어준 낭보와 연관해서다.

멀리 국익을 위해 고생한 대통령의 노고에 감사해야 할 상황에서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라고 할 지 모르나 이번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여러가지 면에서 미흡한 게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300억달러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하지만 로이터 등 외신은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중동 등 국내 언론도 영자 발간신문에는 구체적인 UAE 한국 투자 금액을 쓰지 않고 있다.

유독 국내 언론만 40조원, 300억 달러 수주 협정이라는 연합통신 발 기사를 받아 쓰고 있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3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특별연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3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특별연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주요 외신(통신사)들은 한국이 UAE(아랍에미리트)에서 미사일 등 방산수출에 주력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UAE서도 그랬고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그렇고  방산 보다 탄소중립, 원전 얘기만 주로 했다.  

UAE와 정상간 합의된 성명서를 채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공식 합의문을 연합통신이 먼저 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심지어 대통령은 원전을 청정에너지라고 말했지만 정상간 성명에는 청정경제로 표기했다. UAE 측이 원전을 청정에너지라고 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 청정경제 표기의 배경이다.

특히 아크 부대 방문시 이란을 적으로 규정한 발언은 국제외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선진국 경제동맹체인 다보스포럼에서는 탄소중립을 얘기하면서 원전의 중요성을 집중 부각했다. 

재생에너지, 에너지전환, 2050탄소중립 실현 등 포럼 회원국 대부분이 공을 들이고 있는 에너지전환과 다른 원전 건설, 원전 수출만을 강조했다. 

에너지전환을 통한 새로운 경제프레임으로 전세계가 신동력을 얻을 것이 확실한데도 윤 정부는 그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2050탄소중립, 넷제로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한 식견은 어디서도 느끼기 어렵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표를 위해 친원전 공약을 발표할 수는 있다. 당선 후 2년차에 들어간 윤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정책이라는 것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마당에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변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부가 무능한 것이거나 대통령 개인의 아집이 강한 탓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전, SMR 등 원전 수출 문제는 윤 정부에서 할 것이 거의 없다. 향후 10년 후나 되어야 가시화 될 부분이 대부분이다.

만약 UAE에서, 스위스에서 대통령이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지구환경 문제를 걱정하고 재생에너지와 분산전원용 원전을 함께 육성하겠다는 플랜을 구체화했다면 그를 바라보는 외신들의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UAE에서, 스위스에서 그런 좋은 소식이 TV에 나왔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하고픈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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