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정당, 법률, 학자, 시민단체, 4일 PAR 전면조사 촉구 기자회견 개최
2018년 독일 Becker사 PAR 시험 결과 성능 50% 못미쳐 KBS 보도로 드러나

[산경e뉴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민관안전점검단에 의해 중대사고시 수소폭발 대처를 위해 설치된 피동형 수소제거기(PAR)가 적격 기준에 못미치는 불량품을 사용하고도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를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자력안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3년 기계연구원이 해당 PAR가 결함이있다고 보고했는데도 이상없음 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런 원안위가 이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계연구원이 2013년 7월22일 원안위에 제출한 PAR 시험이상보고서, 그러나 원안위는 이를 무시하고 적합판정을 내렸다.
기계연구원이 2013년 7월22일 원안위에 제출한 PAR 시험이상보고서, 그러나 원안위는 이를 무시하고 적합판정을 내렸다.

핵과 에너지의 안전과 환경을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 원자력안전과미래,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녹색당, 한빛핵발전소대응 호남권공동행동 등 정당, 법률, 학자, 시민 등 22개 단체는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원전 수소제거기 교체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설치된 PAR에 대해 구매규격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전면 교체할 것을 주장했다.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김영희 대표변호사는 "국내 원전에 설치된 모든 PAR 제품에 대해 구매시방서의 규격 만족 여부에 대해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PAR 결함 및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총리실에서 나서서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국내 원전 PAR 설치 경과 보고를 통해 왜 한수원이설치한 피동형 수소제거기(PAR)가 문제가 되는지 조목조목 짚어가며 설명했다. 

원전 수소제거기(PAR) 교체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좌)와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대표변호사(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전 수소제거기(PAR) 교체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좌)와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대표변호사(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내용은 일반인도 알아들을 상식수준이었지만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은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원전안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지난 7~8년간 이 문제를 알고도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PAR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자 2011년부터 한수원이 설치를 추진했다.

2013년 5월 원전부품 검증업체인 새한TEP가 기기검증서를 위조한 PAR가 국내 원전에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3년 6월14일 PAR에 대한 재시험 조치를 했고 7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용역을 받아 한국기계연구원(KIMM)이 PAR의 냉각재 상실사고(LOCA) 재시험을 시행했다.

재시험에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도 전과정을 참관했다.

2013년 8월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PAR 시험결과 만족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10월14일 민주당 우윤근의원이 PAR 시험성적서 위조 및 재시험 과정의 부실, 허위, 은폐 문제제기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우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한 개선 조치 없이 2015년 전국 원전에 PAR 설치를 완료했다.

2021년 2월1일부터 공영방송 KBS가 "PAR 결함 의혹 연속 보도"를 통해 독일에서 국내 원전 설치 PAR에 대한 시험 결과 결함이 확인됐으나 은폐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PAR 문제점이 10년만에 수면위로 드러났다.

PAR는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이었던 수소 폭발이라는 중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는 이 수소를 제거하는 환기 설비가 있었지만 전원 차단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한수원이 전원 없이도 수소 제거가 가능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를 설치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문제는 국내 원전에 설치한 PAR가 불량이라는 점이 다시 조명되기 시작한 사실이다. 국내 전문시험기관에서조차 부적합 판정을 내린 해당 PAR를 원안위는 적합판정을 내린 것이다.  왜 일까.   

원자력방재연구소장 한병섭 박사는 "해당 PAR는 구매시방서에서 제시된 설계기준사고, 중대사고 조건에서 성능을 입증하지 못했는데도 ‘적합’판정을 받고 설치됐다"고 지적하고 "2013년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에서 해당 시험보고서를 집중 검토했으며 성능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해결을 요구했고 2015년 검증단 종결시 한수원은 보다 적합한 성능시험장치를 원자력연구원에 구축하여 2017년까지 재시험을 통해 성능을 확인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영광 주민들과 협의 없이 2018년 독일에서 수소폭발에 대한 건물 안전성 평가 및 개선사항 도출을 위한 시험을 수행했고 이것이 KBS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KBS는 국내 원전에 설치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PAR)의 수소 제거 성능이 구매 규격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의 독일 Becker사 시험 결과를 지난 2월1일 단독 보도했다.

성능 실험 과정에서 촉매에서 불꽃이 발생하는 문제까지 발견됐으나 한수원은 2020년 7월 작성한 최종 보고서에 이 내용을 은폐했으며 원안위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한수원에서는 수소제거장치 성능에 대한 우려와 전수조사, 기준 강화 등의 필요성을 인지했음에도 간부들의 계획적인 은폐로 인해 최종 보고서에 내용이 빠지게 되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KBS 2월2일 보도)

이 문제는 2013년 7월 기계연구원에서 수행한 PAR 기기검증시험에서 이미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 당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기계연구원은 구매시방서에 제시된 설계기준사고 및 중대사고의 온도, 압력, 살수 조건 등에서 수소제거기능을 입증해야 하는데 해당 PAR는 기계연구원 기기검증시험(설계기준사고) 당시 기기검증시험을 하기 위한 초기 조건(온도, 압력, 수소농도)을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PAR에 대한 기기검증시험(설계기준사고) 중 수소농도가 불안정하여 수소가 폭발하는 상황이 생겨 8000초 만에 시험을 중단했고 기기검증시험 보고서에 ‘부적합 사항’으로 ‘시험초기조건 불만족’으로 기재했다.<사진 참조>

해당 PAR는 구매시방서에서 제시된 설계기준사고, 중대사고 조건에서 성능을 입증하지 못했는데도 ‘적합’판정을 받고 설치됐다.
해당 PAR는 구매시방서에서 제시된 설계기준사고, 중대사고 조건에서 성능을 입증하지 못했는데도 ‘적합’판정을 받고 설치됐다.

당연히 기기검증시험 보고서에 ‘시험이상보고서’를 첨부했다.

기기검증시험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부터 실패하여 설계기준사고 조건에서 PAR 기기 검증시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도 최종 시험 결과는 ‘적합’ 판정이 난 것이다.

원자력 안전 규제기관인 원안위는 PAR 재시험결과 성능 만족 확인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그런 원안위가 KBS 보도로 10년만에 수면위로 떠오른 PAR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영희 변호사는 "정부는 총리 주도로 PAR 성능입증을 확인해야 하며 결함은폐 의혹을 전면 조사하고 은폐 관련자를 색출하여 책임을 묻고 안전문제를 밝힌 공익신고자는 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총리실은 공직자 비리척결 차원에서 성능검증 관련 실태 전반에 대해 조사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독일 Becker사 PAR 시험 결과는?

2월1일 KBS 보도를 통해 국내 PAR에 대해 독일에서 시험한 결과 60℃, 1.5기압 조건에서 수소제거량이 30~60%로 구매규격에 미달하고 PAR 촉매체에 불꽃이 발생하여 수소 연소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전 교수는 "PAR는 사고환경에서 수소를 제거하여 수소폭발을 막아야 하는데 독일 시험은 설계 기준사고 및 중대사고 환경이 아닌 조건에서 수소제거율을 확인한 시험이므로 사고 조건보다 완화된 조건에서 시험을 한 것"이라며 "한수원은 독일시험이 촉매체가 500℃가 넘는 상태에서 살수(spray) 환경에서 시험을 수행하여 ‘가혹환경의 실험’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대사고시 최고온도는 732℃(구매시방서)로 촉매체의 온도는 얼마든지 500℃를 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시험 당시 PAR 촉매체가 불꽃으로 변하고 수소가 연소되는 현상 및 촉매표면이 손상되는 현상이 확인됐는데 이는 수소를 제거하기 위한 PAR가 오히려 수소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서 매우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으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시험 결과 PAR 수소제거율은 공급사 상관식 대비 30~60%로 매우 낮았다.

이정윤 대표는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 등에서 문제제기를 하여 독일시험을 하게 되었고 불꽃 현상 및 수소연소 현상 등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는데도 오히려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독일시험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국제공동연구 수행기관에서 수행한 것이고 시험방식이나 시험 조건 등 여러면에서 신뢰할만하다"고 밝혔다.

"해당 PAR는 수소폭발 가능성이 확인됐으므로 구매규격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고 국내 원전에 설치된 다른 PAR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특히 수소로 인한 화재폭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격납건물내 설비를 모두 방폭형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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