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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내년이면 한전이 6개 발전자회사로 분할된지 20년째를 맞는다. 하지만 발전사 민영화를 목표로 했던 구조개편은 1단계 발전분할(발전경쟁 단계)에 멈춘 상태다.

구조개편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은 2004년 6월이다. 당시 전기요금 상승 및 공급 불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구조개편에 나섰던 미국의 전력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영향도 컸다.

이후 국내 전력산업은 공공성과 시장경쟁이라는 어중간한 사이에서 기형적인 모습을 취해 왔다. 전력산업의 수직재통합 논의는 한전의 적자 해소와 연료 도입 등에서의 비용절감 효과, 그리고 안정적인 송배전망 관리 등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구조개편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와 같은 전력산업 구조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중복, 과잉 투자가 이뤄질 경우 비효율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면서 수직재통합 논의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7월 발전5사 노조 공동중앙집행위원회는 "재생에너지 발전 역시 공공성을 확보한 공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며 한전 재통합에 힘을 실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한전이 대규모 신재생 발전 시설을 운영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실 전력산업 재통합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이 공기업이면서도 각자 수익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신규 석탄, 원자력 건설에 몰입한 반면 재생에너지 투자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어 왔다.

이에 재통합 과정을 통해 한전과 6개 발전공기업의 수익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면 에너지전환 비용을 공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리고 이는 해당 기업 혹은 종사자들의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방편이기도 했다. 발전5사 노조들이 재통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그동안 한전이 지역 및 시민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패착으로 지적된다. 송전탑 등을 놓고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원활히 풀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전은 2020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사회적가치 구현을 위해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활성화 측면만 부각하는 데 그쳤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전력산업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한전의 수직재통합 논의에 앞서 시민사회와의 민주적 소통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시장성과 더불어 공공성이라는 전력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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