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도체 기반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
노동계 "정경유착 및 특혜, 무노조 경영으로 점철된 역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고인(故人)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었다./사진=뉴스1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작고했다. 향년 78세. 삼성을 반도체 기반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정경유착과 각종 특혜시비로 '삼성공화국'이라는 멍에를 지웠다는 게 그에 대한 평가다.

1942년 대구 출생인 고 이건희 회장은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부임했고 1987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 삼성그룹의 2대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는 받는다. 취임 당시 10조원이던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다.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은 시가총액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 증가했다.

25일 이 회장의 별세 소식에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논평도 쏟아졌다. 그간 이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왔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키운 배경에 대한 공과도 분명했다.

재계는 일제히 애도를 표하며 이 회장의 혁신적인 경영 정신과 리더십을 이어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공식 추도사를 통해 "반도체 산업을 이 땅에 뿌리내리고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사업보국을 실천한 기업인"이라고 평가했다.

전경련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이 회장의 혁신 정신은 우리 기업인들의 가슴 속에 영원토록 남아 있을 것"이라며 "그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를 경제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재계의 큰 별 이 회장님의 별세 소식에 존경심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활력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 회장은 삼성그룹을 세계 최고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우리나라가 무역강국이자 경제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했다"며 "고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려 무역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경제의 중심 축으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평소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한 배를 탄 부부와 같다'고 강조할 정도로 상생에 앞장섰다"며 "중소기업을 진정한 동반자로 생각하며 애정을 베풀어 주신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님께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삼성그룹의 공과(功過)를 분명히 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빛을 내는 데 있어서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노동자 탄압은 짙은 그늘이며 명백한 과오였다"고 고인의 생애 공과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삼성의 성장은 정경유착과 특혜로 점철된 역사였다며 남겨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그림자와 과를 청산하고 해결하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이 회장은 2세 승계 후 반도체, 휴대폰 사업의 진출과 성공으로 삼성그룹을 자산총액 1위의 기업그룹으로 일구어 '한국 산업의 양적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회장이 만든 삼성의 성장은 정경유착과 특혜로 점철된 역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과 이건희 회장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정경유착과 정치자금 그리고 막대한 금력을 동원해 정계와 관계, 언론 등에 구축한 '삼성 공화국'"이라며 해체를 결단하라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모든 것에 빛과 그림자가 있고 공과 과가 존재한다"며 "이제 남겨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남겨진 그림자와 과를 청산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정상적인 기업집단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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