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준 본지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시작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세계는 불확실성이 확장된 세상을 살아가야할 처지가 됐다. 세계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미국 대선과정에서 이미 그 씨앗이 뿌려졌다. 공직과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트럼프는 특유의 독설로 삶에 지친 표심을 자극했고, 이는 각종 여론조사를 무색하게 만들며 당선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트럼프 취임 일성(一聲)의 의미는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오로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력히 주창(主唱)해온 점을 감안할 때는 자연스런 일이다. 취임하기도 전에 트럼프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해 대미(對美)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그 금액만 해도 85조원이 넘는다. 그에 따른 파급효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현대차그룹도 향후 5년간 31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세계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무역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파기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는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른 효과는 멕시코에서 당장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환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페소화(貨) 가치가 대폭 절하되고 증시가 폭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세계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라는 태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수출주도로 경제발전을 이뤄온 우리로서는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협력보다는 대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를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우리에게 직격탄이 되기 십상이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는 미·중·일·러 4강에 둘러싸여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는 역사 이래 화해와 갈등을 반복해 왔다. 수도 없는 전쟁을 치루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중화주의(中華主義)를 내세운 중국은 주변국을 속국처럼 대해 왔다.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지렛대로 삼은 압박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갈등을 높이는 정책을 펼칠 경우 그 여파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밀려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무역과 환율 등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북핵,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까지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굴기(屈起)’가 동북아에서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일본이 재무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도 우리로서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장기적으로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주요 협정국들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커져 무역 전쟁으로 번질 경우 세계는 관세 장벽을 무기로 무역 전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논지(論旨)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수출이 줄고, 이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에 타격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그 여파는 미국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상도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트럼프 취임 직전 오는 2019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3%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1.25%인 우리 기준금리를 놓고 볼 때 앞으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선 상태에서 금리 인상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첩첩산중인 셈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으로 당장 멕시코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음이 우리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탄핵 국면으로 리더십 부재를 처절하게 겪고 있는 중이다. 정부의 복지부동도 적지 않게 눈에 띤다. 리더십 부재(不在)는 전략적 대책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조기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인사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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