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인섭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

기술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마케팅이 90%
지역기업간 네트워크성-협업 활성화로 난제 풀어야
창업기업지원자금-개발기술사업화자금 적극 활용...

에너지기술연구원, 한전전력연구원, 원자력연구원, 한수원중앙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 등 공기업연구기관 및 카이스트, 대덕연구단지 등 국내 대표적인 연구기관을 거느린 과학기술도시 충남대전의 기업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최전선에 있는 곳이 중소기업청 대전충남지방중기청이다.
그렇다보니 중소기업청 산하 여타의 지방중기청에 비해 말도 많고 요구사항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묵묵히 2년을 넘기며(2014년 5월 부임) 대전충남지방중기청을 이끌고 있는 막걸리 청장(중앙부처 국장급)이 있다.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이인섭 대전충남지방중기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기자는 얼마전 우연히 대전 지역의 기술기업 대표와 저녁을 하게 됐다. 그 대표가 궁금한 사항이 있다고 하여 이 청장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 청장은 바로 달려왔다.

그리고 자정이 넘을 때까지 그 기업대표와 조곤조곤 담소를 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 무엇 때문에 기술이전이 잘 안되는지에 대해 안주삼아 막걸리를 들이키던 기억이 떠올랐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9대 미래 신기술을 발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들 신기술을 제조업에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핵심은 기술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과학기술이 충만한 대전충남지역의 기업들은 어떤 생태계에 살고 있을까. 혹시 이곳에서 기술기업의 성공유무를 관찰할 때 기업생존의 표준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발동했다. 어렵지 않게 이 청장과 인터뷰 연결이 되었고 대전 지방중기청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청장은 전통적인 제조업 경험과 첨단기술이 조우하여 한국만의 신산업이 인큐베이팅 될 때 비로소 한국경제는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대전은 대표적인 과학도시다. 기술력은 확보했으나 자금력, 마케팅 등이 부족해 고전하는 유망 기업들이 또한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들 기술유망기업을 위해 대전충남중기청이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연구기관 연구원, 대학교수 등 고급, 첨단기술 보유 과학자, 공학자, 엔지니어 분들이 창업하는 경우, 가장 큰 단점은 기술이 창업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경영부문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마케팅이 90%라고 생각한다. 보유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수요가 존재하고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며 고객이 사주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즉, 내 기술, 내전문지식이 최고니까 제품화하면 시장은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시장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본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이들 기업에 창업준비 단계부터 마케팅을 비롯한 경영기법을 전수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으로 지역기업간 네트워크 형성과 협업 활성화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

2. 기업 생태계 보전을 위해 역점을 두는 부분은.

정책적으로도 마케팅, 주로 해외마케팅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내수기업을 수출기업화하고 해외시장 개척 지원에 가장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마케팅 판로 지원이 중요하다. 크게 두가지 트랙으로 판로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공공기관 조달시장을 활용하여 판로를 지원하는 공공구매제도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 지원이 그것이다.

특히,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판로지원 및 기술개발 의욕 고취를 위해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성능인증, 우수조달물품 등 14종의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을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구매(수의계약 또는 제한·지명경쟁 등)하도록 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공공기관은 당해년도 중소기업 물품구매액의 10% 이상을 기술개발제품으로 의무구매하도록 했으며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 지원센터’를 운영하여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기술개발제품 수요 검토를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구매실적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제도와 함께 관내 공공기관에 관내 중소벤처기업의 우수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직접 대면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대기업들과 구매상담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올해 현재까지 4번 개최했고 어제도 충남 보령지역의 중부발전, 포스코, 두산중공업 등의 기업들이 참여한 구매상담회를 했다. 9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 등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공공기관들과의 구매상담 기회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계획이다.

3.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 우선 무역관련 기초지식 교육부터 해외 홍보물 제작, 정보제공은 물론 실제 시장개척단 파견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 대전충남청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을 활용한 해외시장개척단을 파견하여 중국내수시장 개척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인유학생 10명과 10개 기업을 일대일 매칭시켜 직접 현지기업인 상대로 수출상담회를 개최하여 408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올해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유학생 30명과 30개 기업을 매칭하여 해외유학생활용 마케팅지원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4. 중소기업 생존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매출실적이나 담보여력이 부족하여 민간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유망 중소기업의 성장촉진을 유도하고 기업에 원활한 자금공급을 위해 올해 3조51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정책자금은 민간은행과 달리 기술성·사업성·미래성장성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어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기술성과 사업성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창업기업을 위한 창업기업지원자금 1조4500억원, 우수기술의 제품화 및 사업화 지원을 위한 개발기술사업화자금 3500억원 등 탄탄한 기술로 무장한 대전지역 중소벤처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5. 중소기업 경쟁력을 위한 방안과 구체적인 실천사례를 듣고 싶은데.
 
중소기업은 성장과 정체, 도약과 변신을 반복하여 나가는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력이라 생각한다. 중소기업에서 기술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정은 자본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중소기업의 취약한 기술력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에 필요한 단순 자금 지원이 아니라 기업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인적·물적 자원을 연결해 주는 R&D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수한 R&D인프라가 잘 갖쳐진 대전, 세종, 충남지역은 3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37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 25개의 4년제 대학 등 창조 경제를 구현할 중추기관이 밀집하고 있으며, R&D투자비용은 전국의 14.2%, R&D인력은 전국의 11.8%를 차지하여 우리나라 R&D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연구기관 및 대학의 우수한 R&D인프라를 활용하여 기술개발에 투자 한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장기적 생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지역의 우수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주)한나노텍은 ‘난연제 플라스틱 첨가 조성물’을 생산하는 업체로 2007년 창업당시 5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다. 창업 초기 당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공간 및 자금 부족으로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소기업청의 산학연협력기술개발사업(첫걸음, 기업부설연구소설치지원)을 통해 1년 만에 매출액 17억원을 달성했으며 3년여 동안 중소기업청 산학연협력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현재는 매출액 125억원, 30여명의 직원에 9건의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확고한 입지의 중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주)OOOO 대표는 ‘산학연협력사업을 통해 회사의 기틀을 다졌고, 신기술을 개발하여 회사가 빠르게 성장 할 수 있었던 근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책과 함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술과 제품트랜드, 소비사이클이 초스피디한 지금 세대에서는 남보다 한발 앞선 예지력과 지속적인 혁신능력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상황도 중요하지만 수년 후 내 제품의 시장상황, 경쟁제품, 경쟁시장에 대한 예측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1인다역을 해야하는 중소기업 CEO가 미래예측, 기술개발 및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해결책으로 제일 강조하는 것이 지역 기업간 네트워크 형성과 기술융합, 수평적 협업 관계 설정이다.

각 기업이 자기 사업분야에 대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결과를 지역 기업들과 공유하고 기술을 융합한다면 충분히 창조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기술융합 뿐만 아니라 마케팅, 해외시장개척 등 경영전반에 협업을 통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0여개 내외의 중소벤처기업들이 나름의 협업을 위한 그룹을 형성하도록 온오프라인 모임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대전=이만섭 기자

키워드

#N
저작권자 © 산경e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