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해보고 싶다”바람 피력

한중일, 몽골, 러시아 참여 시켜 평화 체제 구축

소수 사업자와 전문가가 원전 안전 결정 “문제”

APR1400 수출형은 이중격납고, 국내형은 “없어” 

‘초파리엄마’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환경운동가로 성장하리라고 서강대 생물학과 91학번 동기들은 당시에 미처 몰랐을 것이다.

환경운동가 양이원영 처장.

그가 일하는 곳은 서울 사직공원 옆에 있는 환경운동연합이다. 이곳에서 그는 탈핵팀 처장을 맡고 있다. NGO시민단체인 에너지대안포럼 위원,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도 맡고 있다. 

탈핵, 반핵 하는 표현에서 사람들은 그를 투사 이미지로 투영하길 좋아한다. 

아니 원자력과 관계있는 업종 사람들이 그렇게 볼 수 있다. 

반면 많은 일반인들은 그저 그가 좋은 일을 하는 정도로 인식할 것이다. 

왜냐하면 원자력발전, 핵 등 생소한 단어에 그리 익숙치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원자력, 핵발전소라는 단어는 그리 낯설지 않게 됐다. 

2013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원전, 핵이란 단어는 어느덧 생활 깊숙이 들어온 단어가 됐다.     

국가운영의 핵심인 입법-사법-행정부를 3부라 한다. 이에 준할 만큼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여 언론을 4부라 했다. 여기에 5부가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시민 NGO단체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이 막중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민 NGO단체이고 그는 이 단체의 핵심인 탈핵팀 처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을 굳이 NGO 시민단체라 한 이유는 시민단체 중 보수단체, 어용단체 등 말만 시민단체인 모임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시민단체가 건전하게 살아있어야 그 사회가 균형감 있게 성장 발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사회도 1980년대 민주화시기를 거치면서 과거 독재시대에 비해 상당히 균형감 있게 성장한 건 사실이다.    

40~50대에게는 환경운동연합 양원영 간사로 더 잘 알려진 그지만 양성평등에 입각해 2000년 즈음부터 어머니의 성도 이름에 넣어 양이원영이 됐다.

지난해 신규 원전부지 문제로 그는 삼척, 울진을 수시로 다녀왔다. 국회에서 열리는 원전 관련 세미나는 거의 빠지지 않고 초대받는다. 

그렇다고 그가 우리나라 원전 정책을 콘트롤하는 핵심은 더욱 아니다. 

그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비교해 지적한다. 물론 외국 선진사례나 양심 있는 아웃사이더의 정책자료를 근간으로 한다. 

우선 그가 살아온 길을 잠시 알아본다.

서강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고교시절(서울 당곡고) 생물반 활동을 하며 붙여진 별명이 초파리 엄마다. 

대학에 진학한 그는 단과대 학생운동에 빠졌고 이공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42표 차이로 학생회장에 떨어졌다. 1995년 대학 졸업 후 학업을 계속 하고자 학부 조교로 잠시 활동하며 학생 투어를 하게 됐는데 그곳이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현장이었던 것. 시민들의 암울한 모습을 목도하며 그는 지금은 학자가 아니라 활동가가 필요한 시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술회했다. 1997년 환경운동연합 반핵팀 간사로 시민사회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는 일반 사회운동을 하며 활동과 학업을 겸비했다. 

19대 국회의원(정의당)을 지낸 박원석 전 의원이 참여연대 활동을 하면서 홍콩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고 실천과 학문을 겸했듯이 그도 환경운동연합 활동을 하면서 KDI 국제정책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2005~2006년), 라이프치히 경영대학원 석사(2006~2007년)를 마쳤다. 

그의 바람은 무엇일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입법부 국회의원보다 행정부 관료가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체계를 국익을 위한, 국민을 위한, 세상을 위한 것으로 바꿔보고 싶다고 말한 그는 이러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커다랗게 서 있는 것이 원전문제였다고 술회했다.  

일반인들은 그가 단지 탈핵주의자인줄로만 안다. 원전을 무조건 반대하고 당장이라도 원전을 중단시키라고 외치는 투사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에너지정책은 매우 논리정연하고 빈틈이 없어 보였다. 

다만 그가 일반 학자나 에너지전문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나 제도권 학자들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꼬집어 말한다는 점이다. 

대단한 용기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탈핵이라는 부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미국, 캐나다, 독일, 핀란드 등 원전, 폐로현장 등 비전문가가 가기 어려운 곳을 심층 있게 보고 듣고 공부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들 국가들과 다른 점은 뭔가 감추는 부분, 말하기 꺼려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원전 안전 문제만 해도 관련자료 공개가 안되고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소수 사업자와 관련된 전문가만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원전 안전 문제가 결정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역설했다.  

원전 안전기준도 가동 중인 원전의 경우 안전기준을 가동 시점에 맞춰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원전 운영허가 당시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나 계획예방 단계에서 약간 강하다고 보는 기준은 빠진다고 말했다. “가령 압력테스트 같은 것은 증기발생기 건전성을 평가하는데 더 없이 좋은 건데 우리는 그걸 하지 않습니다. 일본 원전 안전 전문가들은 한국은 이걸 왜 안하냐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공개되지 않으니 이런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대사고 대처설비만 해도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경우 수출형에는 이중격납고가 들어가지만 국내형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전 문제에서 이러한 불통이 풀리지 않는데 에너지 전체 차원에서 얼마나 심도 있는 내일의 정책을 논의하고 펼칠 수 있을지 답답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국가적 대안은 슈퍼그리드다. 

사실 그가 현재 천착하고 있는 부분이 탈핵이지만 더 근본적인 시각은 국가 에너지체계의 골격을 만드는 일이다. 아마도 그래서 행정부에 들어가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을 것이다. 

그는 통일 한국 이전이라도 슈퍼그리드를 한국에 조성해 동북아에너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문승일(전기공학)교수가 주창해온 이론과 맥이 닿아 있다. 

한중일 3국에 몽골과 러시아가 결합하는 슈퍼그리드를 형성한다면 에너지 외교를 통해 평화체제 구축으로 전진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슈퍼그리드는 가스, 전력망을 잇고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에너지의 교류가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석탄화력, 원전 등을 차츰 줄여나가면서 슈퍼그리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가 오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포르투갈이 최근 신재생에너지로 급격하게 변화될 수 있었던 주원인은 유럽연방이 에너지그리드화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하고 동북아도 하루 빨리 슈퍼그리드화 되어야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확산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 에너지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탈핵 이미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친원전론자들도 신재생은 원자력의 좋은 친구라고 하는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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