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위원-한전기술노조 22일 기자회견 "與 실세 강요로 졸속 추진" 주장
총선 앞두고 김천 지역구 송언석 의원, 예결위 회의서 노골적 이전문제 거론
대전, 원자력연구원-한수원중앙연구원-킨스 등 원자력 R&D 클러스터 집중
원자력 연구개발(R&D) 생태계 와해...근로 여건 악화 우려 "이전 거론 후 3명 이직..."

[산경e뉴스] 국내 대표적 원자력-발전 EPC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KOPEC)의 핵심부서인 원자로설계개발본부(이하 원설본부)가 대전에서 김천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야당의원, 한전기술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얼핏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답이 간단하다. 

한전기술은 지난 2015년 경기도 용인시 기흥(마북동)에 있던 본사를 경북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원자로설계개발본부는 대전 원자력연구원 내에 그대로 존치하도록 했다. 

조승래 의원, 한전기술노동조합이 22일 오전 대전시의회에서 원설본부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승래 의원, 한전기술노동조합이 22일 오전 대전시의회에서 원설본부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전 설계 관련 시험, 인증 등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대전에는 원자력연구원, 한수원 중앙연구원, 카이스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원자력 주요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김천 지역 여당(국민의힘) 의원의 지역이기주의로 강제 이전이 졸속 추진되면서 한전기술 노동조합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전과 관련, 한전기술 노조는 원자력 연구개발(R&D) 생태계가 와해되고 근로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원자력을 담당하는 상임위인 국회 과기정통위 소속이면서 대전(유성구갑)이 지역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기술노동조합과 22일 대전시의회에서 원설본부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전기술노조는 호소문을 통해 “총선을 앞두고 경북 김천으로 근무지 강제 이전을 요구받고 있으며 임직원 약 350명 및 가족 1000여 명의 정주여건도 위협받고 있다”며 “우수한 전문기술인력이 유출됨에 따라 핵심기술력, 원자력안전 기반, 해외원전 수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전기술 원설본부 이전 졸속추진 문제를 대전MBC가 22일 정오뉴스에 보도한 장면. 영상은 원자력연구원 내에 있는 한전기술 원설본부 장면.
한전기술 원설본부 이전 졸속추진 문제를 대전MBC가 22일 정오뉴스에 보도한 장면. 영상은 원자력연구원 내에 있는 한전기술 원설본부 장면.

조승래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요구에 따라 오는 3월까지 대전 원설본부 직원 전원을 김천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한 상태다. 

324명이 근무중인 원설본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 조직으로 운영되다 지난 1997년 한전기술에 합병된 조직으로 국내외 원전 1차 계통 설계, SMR 등 신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대전 원자력 R&D 클러스터의 핵심 기관 중 하나다.

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대전 소재 유관 기관들과 협업이 중요해 합병 당시에도 용인 본사로 이전하지 않았다. 

2015년 본사가 용인에서 김천으로 이전할 때도 원설본부 이전은 보류됐고 이후 일부 인력이 이동했으나 연구 효율 저하 탓에 대부분 인력이 대전에 복귀한 바 있다.

강제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된 정황도 드러났다. 

한전기술 내부 자료에 따르면 김천이 지역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부터 강제 이전을 압박하자 10월 4일 사장이 직접 기관 상황과 잔류 사유를 송 의원에게 설명했으나 강요는 계속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부터는 국토부와 산업부가 한전기술에 수차례 ‘잔류 해소’를 압박했고 결국 12월 초 이전계획이 제출됐다. 

당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송 의원은 예산안 심사 자리에서 조차 압력을 행사했다. 

11월 24일 열린 예결위 소위원회에서 송 의원은 “우리 김천 지역에 한전기술이 와 있는데 이전 당시에 대덕에 있는 연구소는 보류했다”며 “현재까지도 이전 추진이 안 되고 있으니 산업부에서 책임을 져야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2024년 예산안 심사를 위한 회의로 원설본부 이전은 예산안 심사와 아무 관계 없는 주제였다.

결국 송 의원 압박에 단 두 달 만에 회사 방침이 뒤바뀌고 4월 총선 일정에 맞춘 강제이전 계획이 수립된 셈이다. 

조승래 의원은 “지역이기주의에 눈먼 여당 실세 의원의 말 한마디에 국가 미래를 좌우할 원자력 R&D 생태계가 와해될 위기”라며 “앞에서는 ‘원전 생태계 부흥’을 외치고 뒤에서는 연구자와 노동자들을 전리품과 희생양으로 취급하는 정부 여당의 표리부동”이라고 비판했다.

한전기술노조는 “원설본부와 임직원들은 40여 년 간 대전 사회 구성원으로서 대전 발전과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왔다”며 “앞으로도 지역 발전은 물론 국가 에너지 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전 계획 저지에 지지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김성도 한전기술노조위원장은 "연구인력들은 대전 원자력클러스터에서 일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시너지효과가 큰 데 김천으로 가게 되면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며 "본사 경영진과 대전에 두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이런 원칙이 여당 의원의 힘으로 바뀐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김천으로 옮기게 되면 젊은 박사급 연구원들이 이직할 확률이 높다"며 "지난해부터 김천 이전 문제가 공론화되며 2~3명이 일반 회사로 이직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저작권자 © 산경e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