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4일 윤석열 대통령으로 임명된 안덕근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행보가 연초부터 바쁘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윤석열 대선 캠프에 참여한 후 산업부 초대 통상본부장을 맡았던 안 장관은 7일 양주 변전소를 방문, 겨울철 전력수급대책 기간 설비관리 현황 및 재난 등 비상상황 대비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이날 방문한 양주 변전소는 경기, 서울 북부 전력공급을 위한 핵심 설비로 고장 발생 시 수도권 전력공급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므로 설비점검, 비상대응체계 구축에 힘써왔다. 

양주 변전소는 최근 국산화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 변환기술 기반의 계통안정화 설비를 시험운전 중이다. 

이날 방문의 핵심은 HVDC 현장을 점검했다는 점이다. 

윤 정부의 에너지정책 핵심은 원전 중심의 무탄소에너지, 송전효율화를 위한 HVDC 송전망 구축이다. 

여기에는 어마아마힌 예산이 투입된다. 취임 2년도 안돼 원전 분야에 6조원이 풀렸고 HVDC구축 예산만 수십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날 안 장관은 “최근 에버랜드 놀이기구 정지, 울산 정전 등으로 국민들의 염려가 큰 상황인 만큼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전력 설비 관리를 강화하여 국민 불편이 없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윤 정부 세번째 산업부 장관은 조직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윤석열 정부 첫 산업부 장관은 통상산업부 재직중 정부장학금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카이스트 교수로 갔던 이창양 교수가 10여년만에 복귀했고 두번째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 중 한명인 기재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출신 방문규 장관이 총선 차출로 임기 석달을 채우지 못하고 나갔기 때문이다. 

기재부 출신인 전임 방문규 장관은 89일만인 지난 4일 물러나고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윤 정부 출범 1년 8개월 동안 산업-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산업부 수장이 3번 바뀌는 셈인데 관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탄하는 분위기다.         

4일 임명받은 안덕근 신임 산업부장관이 7일 윤 정부의 핵심 에너지정책중 하나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양주변전소 실증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4일 임명받은 안덕근 신임 산업부장관이 7일 윤 정부의 핵심 에너지정책중 하나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양주변전소 실증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윤 정부 들어 두명의 장관이 거쳐가는 사이 산업부가 확실하게 보여준 것은 전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을 주도했던 공무원을 배제한 인사개편과 산업에너지 정책을 원전 중심으로 개편한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과 일본 중심의 통상정책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도 주요한 변화 중 하나다. 

이러한 산업부 정책변화에 대해 의식있는 사람들은 산업에너지 실증을 담당하는 산업부가 뭔가 잘못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본적인 흐름은 이어가야 하는데 마치 전 정권 지우기 식의 전면적인 반대정책은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조직에서는 책임지고 일하려는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말들이 나온다. 

"3년 후면 또 바뀔텐데 뭣하러 나서서 일을 해야 하나"라는 것이다.  

지난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재정 위원장이 한 말은 이같은 분위기를 정확히 읽은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할 산업육성 확보와 전기난방료 민생과 연결된 에너지 정책, 기술패권시대에 전략적인 통산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것 등을 총괄하는 안덕근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라서 후보자가 적임자인지, 국민들 여러분들께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검증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인사검증 청문회에서 안덕근 후보자는 "수출, 투자, 지역경제를 중심으로 실물경제의 활력을 불어 넣어 폭넓은 통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미-중-EU 등 주요국 통상조치에 선제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수출기업의 3대 애로인 금융, 마케팅, 인증분야 애로를 적시에 해결하고 디지털 무역 활성화로 수출 저변도 확대하고 우리 산업의 큰 강점인 제조업 분야에 구축된 벨로체인과 반도체, 뱃터리 등 첨단산업의 비교우위를 토대로 우리나라를 글로벌기업들이 모여드는 글로벌투자 허브로 만들겠다"고 부연했다.

한전 적자와 관련한 전기요금 인상문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안 후보자는 "궁극적으로는 인상이 맞지만 국민부담과 환율 등을 감안해 단계적 요금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선전 요금 인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김동철 한전 사장이 요금인상 필요성을 지적한 신년사와 결이 다른 것이다.  

이날 여야는 안덕근 후보자를 상대로 한국전력의 정상화 방안 등 에너지 정책 관련 질의를 통해 산업부 수장의 적격성에 초점을 맞췄다.

청문회에서 야당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박문규 전 장관 총선 출마 등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박문규 전 장관은 89일 재직했다"며 "대통령께서 국정추진의 최고책임자라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했는데 섯달만에 이뤄지는 인사청문회를 맞으며 야당 의원들은 찹찹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순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 앞에서 국회가 무력하게 대응해야 되는지 깊은 회의감이 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이 24명"이라고 지적했다.

윤 정부는 전기요금 등을 관리하는 전기위원회를 산업부로부터 분리해 독립시키겠다고 공약했지만 오히려 전기위원회 위원을 기존 전기전문 인사는 배제하고 비전문분야 출신 교수로 바꿨다.

바른말하던 전기위원회 책임자는 과장급으로 강등당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이면에는 산업부 수장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용산의 눈치만 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번도 아니고 연이어 비산업부 출신 인사가 장관에 오르자 산업부 조직 내부는 맨붕상태다. 

나름 국내 최고 엘리트라고 자부해온 산업부 관료들이 경쟁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밀리고 대학 폴리페서에 밀리는 형국에서 자존심을 상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태양광 비리 연루 구속사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공무원 구속사건 등이 윤 정부에서 벌어지며 더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만연해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밤새워가며 국가정책을 만들고 정책 책임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던 모습은 과거의 모습이 됐다"며 "하루하루를 때우는 샐러리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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