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e뉴스]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김동철 한전 사장이 2일 발표한 새해 신년사에서 오해받기 '딱' 좋은 표현을 해 '한전 민영화' 논리에 불을 지폈다.  

신년사 문구 그대로 적으면 "공기업의 틀을 벗어나 사업영역을 다각화한 KT와 포스코, 국영기업에서 벗어나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해,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을 7배나 성장시킨 이탈리아 에넬(Enel)처럼, 우리도 이제는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이다.

한전 측은 문제의 신년사 발표 직후 일부 언론에서 민영화를 문제 삼자 "한전을 민영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한전 경영을 혁신해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해명했지만 KT, 포스코 등 민영화한 국내기업을 분명히 언급함으로써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 민영화 추진 논의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불거져 나왔을 때도 한전 경영진은 이에 대해 찬성도 반성도 하지 않은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한전 사장이 먼저 나서서 민영화 수순을 밟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표출한 것은 정치인 출신 김동철 사장이 처음인 것 같다.

김 사장은 신년사 중 자율과 책임경영에 기반한 국민기업으로 변신 내용에서 더 노골적인 민영화 논리를 밝혔다. 

"공기업이란 지위가 오히려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아닌지, '공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여기까지 내몰린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또한, 독점사업자라는 독점적 지위 때문에 역설적으로 모든 책임과 부담을 다 짊어지는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창의력과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전력그룹사 거버넌스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공기업 체제의 새로운 대안인 ‘국민기업’으로 거듭나, 전력산업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계속 지켜가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전력그룹사 거버넌스 재설계"라는 표현은 무섭기까지 하다. 

2001년 발전부분만 전력구조개편하면서 전력그룹사 주식은 한전이 100% 갖는 구조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를 재설계하겠다는 말은 이 방식을 포기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한전이든 발전그룹사 가운데 한두군데이든 주식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앞서 추진하려다 노동자들의 반대로 좌조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논리인데 한전은 김 사장의 신년사가 민영화 논리가 아니라고 거듭 해명하고 있다.

공기업 구조의 비효율적 문제점을 혁신하고 좀 더 나은 국민기업으로 가야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국민들과 충분한 소통, 동의과정을 거쳐 진행해야 한다.

신년사는 마지막에 정부의지의 표현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도구를 바꿔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의지와 각오로 철저히 무장해 ‘국가 미래 성장에 기여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다함께 만들어갑시다."

2022년 5월 임기를 시작하자 마자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비판하고 적자문제가 이들 공기업 때문이라며 민영화 논리에 불을 지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에너지공기업은 위축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전 적자의 주원인은 원가에도 미지지 못하는 전기요금, 비싼 가스가격을 기준으로 입찰가격을 정할 수밖에 없는 전력구매가격제도(SMP) 등 다른 곳에 있는데도 현 정부는 에너지공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업투자, 방만경영, 공기업 구조적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한전 사장의 새해 신년사는 이같은 윤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합리적인 전기요금 조정(인상) 조차 정치적인 문제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부의 논리를 '아니면 말고 식'의 민영화 논리로 포장해 한전 사장이 먼저 꺼낼 계제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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