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 시뮬레이션으로 장기 안전성 예측...종합적 평가 기술 가능

[산경e뉴스]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를 보관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는 지하처분 방식이 안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입증했다.  

오랜 기간 지하 깊숙한 암반 속에 처분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시용후핵연료)의 안전성을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것이다.  

원자력연구원 저장처분기술개발부 김정우 박사 연구팀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 처분장 내 물질의 이동, 변화 등의 거동을 수십만 년 후까지 예측하고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듈화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아프로'(APro)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저장처분기술개발부 김정우 박사 연구팀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APro)을 이용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지하 처분장의 거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연구원 저장처분기술개발부 김정우 박사 연구팀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APro)을 이용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지하 처분장의 거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연구원 제공)

500미터 지하에 처분된 방사성폐기물 주변에서는 수십만년 이상 동안 복합적 현상들이 다양하게 발생한다. 

처분된 사용후핵연료 붕괴열에 의한 열전달 현상, 암반과 단열을 통해 흐르는 지하수 유동 현상, 매우 높은 압력을 받는 암반과 처분장 구조물들의 역학 현상, 확률은 매우 낮지만 폐기물로부터 방사성핵종이 물에 녹아 누출됐을 때 다른 물질과 반응하는 지화학 현상 등이 연계된다.

기존 국내 평가 프로그램들은 단순화된 시계열 분석만 가능했고 처분장 전체에 걸친 복합적 현상들을 고려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처분장 내에 발생하는 복합 현상들을 고려한 종합적인 안전성 평가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병렬계산, 기계학습과 같은 고성능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복합적 현상들의 변화 과정을 3차원적으로 평가하는 데 성공했다.

처분장 안에는 미터(m) 규모의 구조물들이 수 제곱킬로미터(㎢) 면적 내에 조밀하게 분포되어 있어 수십만년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많은 계산량과 계산 시간이 필요하다.

처분 종합성능평가를 위해 모듈화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APro) 구성 개념도.
처분 종합성능평가를 위해 모듈화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APro) 구성 개념도.

연구진은 전체 처분장을 구획별로 나눠 각 구획별 컴퓨터들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합치는 병렬계산 기법으로 여러 개의 계산을 동시에 수행했다. 

처분장 구조물 내 조밀한 계산 영역에 대해서는 대용량 계산을 대체할 수 있는 별도의 기계학습을 통해 계산량과 계산 시간을 줄였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처분장 속 방사성물질의 이동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하 처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정 현상들만 조합해서 상호 작용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전산 모듈화했다. 

프로그램 사용자는 레고 조각을 조립하듯 원하는 요소들만 조합해서 시공간에 따른 변화 과정을 3차원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 11월 29일 열린 ‘2023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Safety Case 워크숍’을 통해 국내 전문가들에게 발표됐다. 

그간 3편의 SCIE급 논문 게재, 1건의 특허 등록과 19건의 프로그램 등록도 마쳤다.

내년부터는 개발된 프로그램을 산업체, 학교, 연구소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동건 사용후핵연료저장처분기술개발단장은 “앞으로는 지하 처분장이 안전하다는 것을 가상현실(VR)과 같은 첨단 영상 기술들을 통해 일반인이 직접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지하 처분장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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