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포럼, 뉴스케일파워 부도 전망...SMR 허위과장 내용 분석 발표
美 로펌들 뉴스케일파워 소송전 쇄도...국내 투자기업 수천억대 손실 예상

[산경e뉴스] 국회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늘린 원전 예산을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서 1800억원 가량 삭감하자 한국방송(KBS-1)이 일요일(26일) 저녁 황금시간대(저녁 7시10분~)에 방영하는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 SMR(소형모듈원전) 특집 프로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야당의 원전예산 삭감이 잘못됐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해 정부가 공영방송을 통해 대국민 홍보전을 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방송(KBS-1)이 26일 저녁 7시10분에 방영한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정태용 교수가 SMR(소형모듈원전)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사진=KBS 제공)
한국방송(KBS-1)이 26일 저녁 7시10분에 방영한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정태용 교수가 SMR(소형모듈원전)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사진=KBS 제공)

주제는 SMR이었다. 여기에는 국민들도 좋아하는 빌게이츠가 있었다. 

빌게이츠가 SMR원전을 매우 강조하고 지구의 기후환경 대안인 것처럼 포장하자 이 프로를 지켜본 많은 청소년, 어른들은 SMR 환상에 빠질 법했다. 

이날 SMR을 얘기한 사람은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정태용 교수. 

정 교수는 원전 전문가가 아닌 경제학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시작해 현 정부 에너지환경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일본 글로벌 환경전략 연구소 프로젝트 리더, 세계은행 선임 에너지 경제학자,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기후변화 전문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반기문 재단 지속가능발전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동하며 에너지환경 분야에 대한 식견을 알려온 사람이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는 아니다.  

이런 그가 SMR을 예찬했다. 

원전 전문가가 아닌 그는 SMR의 문제점은 말하지 않고 빌게이츠를 끌어들여 예찬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으로 대형 원자로 대신 소형모듈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방송에서 말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SMR은 기존 원전 크기의 100분의 1 규모의 소형 원자로로 원자로 설비를 하나의 모듈에 담아 제작하는 방식이다. 

규모는 작지만 안전성은 기존 원전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지난 20일 예산확정을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지난 20일 예산확정을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가 기후 위기 극복의 대안 마련을 목표로 2008년 SMR 생산업체인 ‘테라파워’를 설립하며 주목받기 시작해 각국에서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4개의 SMR 노형을 개발 중에 있다." 

모듈형으로 개발해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SMR을 어디에 설치할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세계 어느 나라도 결정한 바 없다. 

사실상 이론만 있고 실행에 대한 프로세스는 진행된 바가 없는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 팔기" 식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혁신형 SMR예산 332억원, SMR제작 지원센터 구축사업 예산 1억 등 SMR 관련 예산 333억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원전 예산은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112억원) ▲원전 생태 금융지원사업(1000억원) ▲원전 수출 보증(250억원) ▲원전 기자재 선금 보증보험(57억원) ▲원전 부품 장비 연구개발(R&D)(60억원) 등 SMR 예산 포함 1800억원 가량이다. 

KBS가 SMR 특집을 방영한 26일 에너지전환포럼은 "사망선고 SMR, 미련 못버린 정부여당...SMR,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라는 정책브리핑을 발표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SMR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KBS에서 SMR 예찬론을 말한 정태용 교수와 다른 얘기다.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국내외 중소규모 모듈형 원전 개발사업 ‘흑역사’. (자료=에너지전환포럼 제공)
국내외 중소규모 모듈형 원전 개발사업 ‘흑역사’. (자료=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에너지전환포럼이 밝힌 바에 의하면 "유타 소형모듈원전사업(CFPP) 철회 이후 16개 미국 증권소송 전문로펌이 뉴스케일파워에 대해 SMR 사업 허위과장, 부실공사로 인한 투자자 손해를 배상하라며 집단소송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2008년 SMR 제조업체인 테라파워를 설립했지만 혁신적인 결과는 없는 상태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번 집단소송으로 뉴스케일파워의 파산전망까지 점쳐지는 가운데 뉴스케일파워의 보통주 64%를 보유한 두산, 현대, 국민은행 등 국내기업들의 수천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시장의 감시기능이 작동하며 SMR의 허위 과장 논리가 여과되고 있으나 국내에선 정부, 여당, 언론(보수언론)이 SMR 허위과장 논리를 확대 재생산해 기업들의 잘못된 투자를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지난 25년간 4600억원대 민관예산이 투입된 일체형모듈원전 스마트(SMART, 100MW) 개발사업 실패에 대한 반성도 없이 또다시 SMR용 국민혈세 요구는 후안무치한 처사"라며 "지난해 세계 발전량에서 태양광-풍력발전량 비중은 12%로 이미 원전(9.2%)을 추월했으며 원전에 우호적이던 국제에너지기구도 재생에너지 급성장추세를 인정하며 에너지전환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태양광 때리기’ 사정국면에 국내시장이 침체되고 있으며 최근 국내 태양광제조업체의 국내공장 감축과 미국공장 확대계획으로 ‘태양광 엑소더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 여당은 SMR로 또다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국내기업들이 세계 에너지전환 추세에 실기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책신호와 지원예산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스케일파워 이외 나머지 SMR 개발사들의 개발 수준. (자료=에너지전환포럼 제공)
미국 뉴스케일파워 이외 나머지 SMR 개발사들의 개발 수준. (자료=에너지전환포럼 제공)

한편,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7일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사실상 유일한 SMR 개발사업인 유타주 지방전력협회(UAMPS)와의 무탄소발전사업(CFPP) 무산위기를 지적했다. 

실제로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8일 CFPP사업 철회를 발표했고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폭락했다. 

이는 뉴스케일파워의 전신인 오레곤주립대 연구팀이 미국 에너지부으로부터 지난 2000년 '다목적 소형원전 개발사업'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독점적으로 지원혜택을 받아온 결과물이기에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훨씬 뒤쳐져 있는 미국의 다른 SMR 개발사들을 포함해 세계 SMR 개발사업에 치명타를 입힌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10월6일 체결한 암호화폐 채굴업체 <스탠다드 파워> 사와의 대형전력공급(1848MW) 계약도 있기 때문에 이번 CFPP사업 철회가 SMR개발사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공매도보고서가 공개됐는데 이 계약 발표야말로 뉴스케일파워가 사업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재정여건과 사업규모에 걸맞지 않은 위장업체를 내세운 증권사기, 부실공시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뉴스케일파워의 사업철회 발표 전후 16개의 증권소송 전문로펌들이 같은 취지로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소송 원고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 소송전에 뛰어들고 있는 로펌들 대부분은 다년간 증권소송에서 실적을 쌓아온 베테랑들이라는 점에서 뉴스케일파워의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지난 3일 원고인단을 모집하기 시작한 포메란츠(Pomerantz)는 2018년 ‘브라질 석유공사’로부터 무려 30억 달러의 투자자 손해배상 합의금을 끌어낸 바 있다. 

지난 16일 합류한 로젠(Rosen) 역시 지난 2019년 한 해에만 기업상대 집단소송에서 4억 3000만 달러를 배상 받았다. 

지난 17일 합류한 커비 매키너니(Kirby McInerney)는 지난 2013년 ‘씨티그룹’을 상대로 증권사기혐의로 인한 투자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5억9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끌어낸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발전원별 설비용량 전망. (자료=에너지전환포럼 제공)
국제에너지기구(IEA) 발전원별 설비용량 전망. (자료=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이 로펌은 지난 2021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공익제보자상>을 수상하는 등 금융당국의 신뢰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소송인단 모집대상은 대부분 지난 3월부터 최근 뉴스케일파워의 SMR 개발사업 취소 발표 직전까지 주식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입은 주주들에 맞춰져 있다.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한 국내기업들은 대부분 뉴스케일파워의 주식 상장 시기인 지난 2022년 이전에 투자했는데 그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아예 원고자격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소송으로 인한 주가 추가 하락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전망이다. 

뉴스케일파워의 주식은 이번 사업취소로 인해 지난해 최고치인 14달러 대에서 이미 2달러 대로 폭락한 상태다. 

뉴스케일파워 투자 국내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용인 B종 주식을 제외한 보통주(A종)의 64%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수천억원 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미국은 이처럼 시장의 감시기능과 징벌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SMR 개발사업의 허위, 과장홍보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국내의 경우 정부와 언론이 지난 수년간 ‘SMR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며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전 기술개발사업단'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워크숍을 열어 뉴스케일파워 사태는 “과도기적 상황일 뿐”이며 “SMR은 필수”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언론사들이 이를 교차검증 없이 그대로 홍보하고 있어 여전히 ‘묻지마’식 원전투자와 혈세낭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뉴스케일파워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웨스팅하우스사를 파산시킨 ‘AP1000’ 원전사업 역시 미국 정부가 지난 1988년 시작한 차세대경수로사업(ALWR)에서 추진된 중규모 모듈형 원전사업(AP600, 650MW)에서 비롯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998년 AP600의 설계인증을 받았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용도폐기하고 AP1000으로 설계를 변경해 2006년 1차 설계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이 설계로 설계인증보다 더 까다로운 건설·운영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전기사업자들은 컨소시엄(NuStart)을 구성해 웨스팅하우스에 설계수정을 3차례나 요구했고 최종 설계인증의 지연과 건설 과정에서 비용 폭증으로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17년 파산했다.

국내 역시 이미 SMR 개발실패의 전례가 있다. 

지난 1997년부터 25년간 정부와 민간투자 4600억이 투입된 ‘스마트(SMART)'(일체형모듈원전, 100MW) 개발사업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스마트 원전 상용화를 위해 한전 등 공기업들을 동원해 억지투자를 받아냈고 당시 과학기술부는 안전규제기관의 지위를 이용해 “표준설계인증(2011년 인증, 2022년 설계변경)”까지 끌어냈지만 국내외에서 이를 구매하겠다는 전기사업자는 전무했다. 

스마트(SMART) 원전 개발사업 경과. (자료=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스마트(SMART) 원전 개발사업 경과. (자료=에너지전환포럼 제공) 

미국의 경우, 전력시장 필요와 무관하게 1979년 쓰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침체한 원전 시장을 부활시킨다는 정치적 논리에서 파생된 실패였다면 국내의 경우는 단순연구 수준이던 스마트(SMART) 사업에 과학기술부의 그릇된 실적내기 욕심과 이명박 정부의 허황된 “80기 원전수출” 정책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다. 

국내기업들은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투자 말고도 엑스에너지(X-Energy), 테라파워 등에 삼성물산, SK 등이 거액을 투자한 상황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뉴스케일파워의 기술은 실패했더라도 나머지 SMR 개발사들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설계는 완성조차 하기 어려운 기술개념 수준이거나 GE사의 ‘BWRX-300’처럼 부분설계에 대해서만 미국 규제기관의 초기 심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은 뉴스케일파워 사례와 같은 기존의 설계인증 과정을 거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이미 2000년 미국 에너지부의 다목적소형경수로사업(Multi-application Small Light Water Reactor)부터 지원을 받아온 뉴스케일파워와 달리 개발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들"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에너지부가 이들에 대해 일부 지원을 한 이유는 원자력업계에 대한 지원 형평성 고려와 내부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난 1988년 ALWR사업도 애초부터 웨스팅하우스의 AP600 설계를 적자로 선택했지만 GE 역시 같은 사업의 지원을 받으며 이른바 SBWR(Simplified Boiling Water Reactor) 설계를 개발했다. 

그러나 GE는 지난 1998년 10년간의 개발사업을 중도 철회한 바 있다. 

GE의 ‘BWRX-300’ 설계는 현재도 뉴스케일파워를 제외한 나머지 SMR 개발사들 중 가장 앞서 있는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뿐 설계완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지난 며칠간 국내 보수언론들은 국회 예산결산심사소위의 SMR개발사업을 포함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력 개발예산 1820억원 삭감을 두고 비난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원전 개발사업의 타당성을 판별할 전문성도, 이를 교차검증할 의지도 없는 언론사들이 SMR은 대형 원전보다 안정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며 무책임하게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년간 국내 언론사들의 ‘SMR 대세론’을 믿고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한 국내기업들과 개인투자자들이 이미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반성도 없이 또다시 홍보성 SMR 언론보도는 주가조작 세력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원전에 우호적이던 국제에너지기구(IEA)조차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에너지전망에서도 원전과 재생에너지간 큰 실적 차이와 전망을 내놨다. 

IEA는 이 전망에서 태양광, 풍력발전이 원전을 압도적으로 추월해 성장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명시적 정책시나리오(STEPS), 즉 각국 정부의 공식정책에 기반한 가장 보수적인 전망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보다 적극적인 목표선언,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간 더 큰 격차를 전망한다. 

IEA와 석유개발사인 BP사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세계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량(3428TWh)은 원전 발전량(2803TWh)을 추월했으며 발전 용량에서도 태양광은 220GW, 풍력은 75GW 늘어난 반면, 원전은 불과 4GW 증가에 그쳐 향후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실적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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