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한달전 킬로와트(kWh) 당 25.6원은 올려야 한다고 말했던 한전 김동철 사장이 8일 산업부 2차관과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9일)부터 산업용 전기만 10.6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한전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공릉동 소재 인재개발원, 여의도 남서울본부, 한전KDN 지분 20% 매각, 한전 직원 인력감축안 등 추가 자구책도 발표했다. 

산업용 전기만 올려 주택용, 일반용 전기 사용자들은 당장 부담이 없지만 산업용 전기가 올라가면 제품가격 상승요인이 생겨 결국 국민들은 주택용전기요금 인상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인상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식 처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즉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한전 적자의 근본원인을 처방하지 않고 임시방편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러-우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중동정세 불안, 이로 인한 유가인상, 국내경기 침체 등을 감안해 주로 대기업에 해당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했다.  

한전 누적적자는 국제 연료가격 폭등 등의 영향으로 2021~2023년 상반기 기준 47조원에 이른다. 

상반기 부채도 201조원(연결)에 달해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대로 가면 파산선고 경고음까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적자로 차입금이 급증하여 하루 이자비용만 118억원 발생(상반기, 연결기준)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물가상승 원인이 된다는 논리로 소폭 인상만 해왔다.   

작년 12월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국전력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한전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kWh당 51.6원 인상해야 했다. 이는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전기 모두 포함한 안이다.  

정부는 지난 1분기에 kWh 당 13.1원, 2분에 8.0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리고 이번에 산업용 전기만 10.6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언발에 오줌누기 격이다.  

전문가들은 4인 가구당 통신요금을 평균 20만원(과기정통부 발표 1인당 평균 65,000원) 이상 지출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은 그 절반도 지출하지 않는 가정용요금을 감안하면 현재보다 30%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현 정부에서 단행하지 않으면 한전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한전 재무구조를 건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에너지효율사업, RE100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등 마중물 역할을 하는데 재원투입이 용이해진다. 

뿐만 아니라 송변전인프라 확충, 배전망 정기안전점검 등을 통해 국가안전망을 높이고 관련 중소기업 일감창출 효과 등 국내경제에 직간접 영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한전적자가 몇년 더 지속되면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지난달 산업부 한전 국감에서 양이원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한전은 많은 빚으로 인한 이자 비용을 전기요금에 떠넘기고 있다”며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여 한전을 하루 빨리 경영정상화하고 취약계층, 중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에너지바우처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4일 기자회견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강한 어조로 말했던 김동철 한전 사장은 결국 산업용만 10.6원 올리고 대신 자산매각, 인력감축 등 추가자구책을 통해 한전 경영 회복에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는 용산발 대책과 같은 발표를 했다.   

한전 직원들이 기대했던 정치인 출신 김 사장 효과는 나오지 않았다. 집에도 안가고 회사에서 숙식을 하며 경영정상화를 외쳤건만 이번에 내놓은 김 사장의 대책은 초라했다.  

정치논리에 밀려 충분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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