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4월부터 시작한 감사 결과 발표...업무추진비 및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
연구비 목적외 사용 등 기관운영 전반에서 다수 비위 사실 확인
윤의준 총장 해임 건의,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환수 5900만원 등 엄중 조치 요구
감사원, 지난해 11월 보수단체 신청 공익감사 청구 일환으로 예비감사, 본감사 진행
개교 추진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 대학 죽이기 중단하라" 강하게 반발

[산경e뉴스] 1년 예산만 2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이하 켄텍) 교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A교수는 ○○한정식에서 음식값 127만원을 법인카드와 연구비카드 3개로 1분 간격으로 결제하는 등 총 14회에 걸쳐 880만원을 분할결제했다. 

B직원은 법인카드로 카페 포인트(유가증권)를 선결제하고 본인의 휴대전화번호 뒷자리를 입력해야 사용 가능하도록 설정한 후 포인트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2021년 5월 1일 켄텍 착공식이 열리고 있다. 
2021년 6월1일 켄텍 착공식이 열리고 있다. 

C팀장은 퇴근후 시간외 근무 종료시간에 맞춰 외부에서 시스템에 접속하여 퇴근 시간을 입력하는 방법 등으로 총 25회에 걸쳐 320만원 시간외수당을 부당 수령했다. 

2022년 급여가 직원 1인당 300만원~3500만원(전년대비 13.8% 증가) 정도 인상되는 과정에서 임금인상률 확정을 산업부 협의, 이사회 의결 없이 내부결재를 통해 무단 진행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4월 국회에서 한전이 2022년 9월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해 실시한 업무 컨설팅에서 드러난 문제점 및 은폐의혹 등에 대해 정부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것을 계기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월 24일부터 켄텍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산업부가 27일 발표한 감사결과에 의하면 한전의 켄텍 컨설팅 결과가 대학운영의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특히, 후속조치도 신분상, 재정상 조치 없이 단순 개선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회계, 인사-총무, 공사-계약, 연구분야 등 기관 운영 전반에 걸쳐 규정 위반, 관리부실 등 도덕적해이 및 부적정 사항이 다수 발견됐다.

예산-회계 분야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및 관리 부적정 총 264건(1억2600만원), 업무추진비 집행 및 정산 부적정 총 28건(800만원), 출연금 용도별 관리 소홀(사업비로 사용해야 할 출연금 208억원을 기관운영비, 시설비로 집행) 등 다수 비위 사항이 적발됐다. 

인사-총무 분야에서는 47명이 허위근무 등으로 206건, 약 1700만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했고 이사회, 산업부 보고 없이 내부결재만으로 13.8%의 급여인상을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사 및 계약 분야에서는 민법과 공대 자체 규정을 위반하여 계약업무를 처리해 공대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등 업무 해태 및 관리부실 사례가 발견됐다.

공사 분야 비리를 살펴보면 임차건물은 민법상 임대인이 보수해야 하나 공대 임차 학생 기숙사 방수 공사를 공대 부담으로 공사하여 약 1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켄텍 조감도. 내년 캠퍼스 건물이 완공될 예정이다. 
켄텍 조감도. 내년 캠퍼스 건물이 완공될 예정이다. 

또 임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임차사택을 지원하면서 지원 한도를 벗어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320만원을 과다하게 지급했고 D교수의 경우 지원한도가 3억원이어서 4.5억원 임차시 1.5억원에 대한 중개수수료(55만원)는 자부담해야 하나 공대에서 전체 중개수수료를 지급했다. 

연구분야에서는 연구과제 수행과 관련이 적은 무선 헤드폰 등 범용성 비품을 구입(총 31건, 2000만원)하여 연구비를 목적 외로 사용하고 연구비 집행 관련 규정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등 연구비 관리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E교수는 연구비로 연구과제 수행과 직접 관련이 적은 무선 헤드폰, 신발건조기, 공기청정기 등을 구입하는 등 4회에 걸쳐 530만원을 연구비 목적외에 사용했다. 

교수 연구비 지원 및 회의비 집행에 있어 ‘연구비 관리 지침’ 과 상위 규정(연구업무 관리규정, 학칙 등)이 상충됨에도 개선없이 상위 규정만 적용하여 운용했다. 

산업부는 켄텍이 신설 학교이기는 하나 공대 예산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 및 한전 그룹사와 정부, 지자체의 출연금으로 조성, 고통 분담과 함께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집행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에서 공대 기관운영 전반에서 관리부실, 규정 위반과 기강 해이 행위가 대거 발생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켄텍 운영상 중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한전 컨설팅 결과 관련 이사회, 산업부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 감사에 대해 비위 사실 자료를 공직 인사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켄텍 정관 제19조는 “감사는 재산상황과 업무집행을 감사하며 그에 관한 부정 또는 불비한 것을 발견하였을 때는 이사회와 산업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전 감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학을 대표하면서 업무를 총괄하고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윤의준 총장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 미흡, 총장 개인 업무추진비 집행관리 부적정, 중요사항 이사회-산업부 보고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에너지공대 이사회에 ‘해임 건의’했다.

그리고 에너지공대 기관 차원의 분야별 관리 소홀 등에 대해 엄중한 기관경고, 주의 조치했으며 비위 관련자에 대해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등 엄중한 처분을 요구하고 부당하게 수령한 시간외 근무수당과 법인카드 부정사용금액, 연구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된 연구비 등을 환수(5900만원) 조치하도록 하는 한편, 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개선 조치하도록 통보했다.

한편, 이번 켄텍 감사결과 관련, 야당과 시민사회는 문재인 전 정부 죽이기 차원에서 켄텍을 희생양화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즉각 멈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보수단체가 신청한 공익감사 청구 일환으로 예비감사를 진행한 뒤 올해 3월부터 에너지공대에 대한 본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과 산업부, 교육부, 나주시 등 4곳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타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켄텍 설립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지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부영주택이 켄텍에 골프장 부지를 기부한 대가로 잔여지에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용도변경을 약속받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전의 적자사태가 맞물리면서 화살은 한 해 평균 1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지원받는 켄텍으로 향했다.

에너지 특성화대학으로 설립된 켄텍은 특별법에 근거해 한전과 소속 10개 계열사들의 출연금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한전의 누적 영업적자가 45조원에 육박하면서 한전 이사회는 올해 에너지공대 출연 규모를 30% 줄이기로 했다.

한전은 올해 에너지공대에 캠퍼스 건설비 및 학교 운영자금으로 708억원만 출연하기로 했다. 애초 올해 출연하기로 했던 1016억원에서 300억원 이상 삭감한 금액이다.

여전히 진행중인 캠퍼스 건립은 이번 감사 결과 '도덕적 해이'라는 피할 수 없는 난제를 만남으로써 줄어든 예산에 겹쳐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켄텍은 설립 단계부터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산물'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 들어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대학운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여야 합의에 따른 특별법으로 설립된 켄텍에 대해 정부 여당발 폐교설이 나돌면서 대학 캠퍼스 안팎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정부의 대학 죽이기를 중단하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켄텍 설립에 적극 앞장섰던 신정훈(더불어민주당) 의원(나주·화순)은 "어렵사리 마련한 에너지 백년대계와 광주전남 에너지산업 혁신성장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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