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입품 한해 부과...반도체, 자동차는 아직
정부 탈탄소 CF100 헛점 많아...RE100 병행 절실

[산경e뉴스]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정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우선은 철강 수입품에 한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당장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앞으로 EU에 철강, 알루미늄 제품군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오는 10월부터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전환 기간이 종료되는 2026년 1월 1일부터는 수출품의 제조 과정에서 EU 기준을 넘어서는 탄소배출량에 대해 배출권(CBAM 인증서)을 구매해야 한다. 사실상의 추가 관세, 이른바 '탄소세'인 셈이다.

현재 국내 철강산업의 경우 제조공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석탄으로 인해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철강산업이 석탄을 주원료, 연료로 하는 산업구조를 친환경 수소 등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는 한 EU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EU 집행위, 유럽의회, 이사회 3자가 CBAM 법안에 대한 정치적 합의안을 발표한 이후 EU 양자-다자 협의, 정부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CBAM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차별적인 조항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탄소배출량 보고 방식이나 배출량 측정 방식 등에서 수출기업에 대한 차별이 없도록 공정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거래제(K-ETS)가 시행되는 만큼, EU 수출 시에도 국내 탄소배출 거래 가격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EU보다 저렴한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을 인정받는다면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시장 가격경쟁력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산업계, 연구기관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탄소배출량 산정 방법과 보고의무 이행방안 등을 분석, 검토하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해왔다.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통상추진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해 '범부처 EU CBAM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정부의 대응 방안도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문제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산업들도 조만간 시행될 탄소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RE100 대응이 너무 더딘것 아니냐는 산업계지적에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CF100 탈탄소 정책이다.

원전을 중심으로 한 CF100 전략이 유럽에서 먹힐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원전 중심으로 가더라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보여준 정책으로 볼 때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 전략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정부는 탈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탄소감축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을 대상으로 한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 개발 사업에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총 935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예산은 지난 정부에 비해 1/3 수준도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올해 신규예산은 692억원에 불과하다. 원전 예산은 4109억원이다.    

원전 중심의 윤정부 탈탄소정책이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펴낸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 기여도는 에너지효율향상(37%), 재생에너지(32%), CCUS(9%), 연료전환(8%), 원자력(3%), 기타(12%) 순이었다. 

윤 정부는 원전을 무탄소 전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IEA는 원전의 탄소중립 기여도를 최하위로 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추가관세에 해당하는 탄소세를 부과하는 마당에 이를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 첫걸음은 CF100보다는 RE100이 더 합당함을 정부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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