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출범 1년 만에 1차 탄기본 정부안 발표
산업계 입장 모르는 바 아니지만 감축내용 비현실적

[산경e뉴스] 정부가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기본)’ 정부안을 21일 발표했다. 

처음으로 수립되는 기후위기 대응의 최상위 법정 계획이라 깊은 관심을 가졌지만 윤정부 출범 1년만에 나온 법정계획의 내용은 실망스럽다. 

물론 현실적인 접근방법을 고민했다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전체적 맥락을 보면 사실상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탄기본은 법률에 따라 20년의 계획 기간을 갖고 수립되어야 하는데 이번 정부안은 지난 정부에서 수립되었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일부 수정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법을 어기고 10여 년의 대응 계획을 통째로 포기해 버린 것이다.

이 계획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향후 20년 간 기후위기 대응 계획과 부문별, 연도별 계획을 담아 오는 25일까지 수립해야 하는 계획이다. 

다음 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본계획을 요약하면 산업계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다른 위험을 모두 몰아준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2030 NDC 기후정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정부 수정의 골자는 산업부문 감축 부담을 줄여주고 그만큼을 원전과 국외감축으로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NDC에서도 전환, 수송 등 타 부문이 27%~46%까지 감축하는 동안 산업부문은 14.5%만 감축할 정도로 체감속도가 느리다. 

주목할 점은 산업부문이다. 

산업부문 배출량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원 중 하나임에도 가장 적은 감축량을 할당했다. 

오히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잔여 탄소 예산 등 국제 동향을 고려하여 오염자부담의 원칙에 입각해 산업부문 감축량이 상향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특히 감축 목표가 대폭 증가한 해외 감축과 CCUS는 사실상 아직 기술 개발이나 국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단 무책임한 감축 방법이다. 

발표된 년도별 감축목표를 살펴보아도 2029년과 2030년 사이에만 9290만 톤을 감축하겠다며 전체 감축량 중 37%를 할당했다. 

이는 코로나19 당시보다 더 많은 감축 비중으로 감축 책임을 불확실한 미래에 떠넘기는 계획이다. 

결국 이 무책임함과 미래의 위험을 감수한 혜택은 산업계 감축 목표를 줄이기 의한 숫자 맞추기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높였다. 이 역시 무리하고 정의롭지 못하다. NDC 수정안은 기존 NDC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10% 가까이 낮추고 수명이 만료된 원전을 계속 운전하려는 계획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통해 감축에 기여할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해당 신규 원전은 2030년까지 완공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공수표에 불과하다. 

시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노후 원전을 무리하게 계속 가동하고 처리 방법이 없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발생시키겠다는 계획이 기후위기 대응 기조일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전환 부문에서의 추가감축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중단과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이어 재생에너지의 과감한 확대를 통해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IPCC 6차 종합 보고서’도 10년 이내의 적극적 감축 노력을 촉구하고 있고 몇 년째 국제 기후 과학계 또한 한국의 석탄발전 퇴출 시점을 2030년 이전으로 권고하고 있다. 

NDC 수정은 그런 과감한 기후위기 대응을 골자로 화석연료의 퇴출과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를 계획 하는 것이었어야 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후위기 대응 계획이라고 볼 수 없다. 

도리어 다배출 기업과 원전업계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며 감축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반기후, 반환경 정부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다. 

계획 기간-수립 기한도 다 어긴 밀실 기본계획이자 기후정의, 탄소예산도 모두 내팽개친 부족함이 엿보이는 게획이다.

시급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 맞서 탄소 예산에 입각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2050 탄소중립 시점까지의 구체적 감축 경로와 감축 수단을 갖춘 진짜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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