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호화판 공기업 문제" 발언 이후 시작된 기재부의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지침은 기타공공기관 260곳을 제외한 87개(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공기업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예산의 30%를 줄이고 감축계획을 제출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그동안 역대 정부들은 대부분 집권 초 제일 먼저 재벌 개혁을 외치곤 했다.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그랬다. 

윤 정부는 재벌 개혁 대신 공기업 개혁을 외쳤다. 재벌친화적 정권임을 대놓고 과시한 것으로도 보인다. 정권 초 개혁의 칼날을 전력공기업에 맞춘 것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왕설래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을 필두로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 화력발전 사업자인 발전5사 등 7개사가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한전자회사 3곳이 혁신계획 제출기관으로 추가됐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최우선 공약으로 당선된 윤 정부가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을 재무위험기관으로 포함시킨 이유는 간단했다. 한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사업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때마침 러-우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한전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대통령의 지적은 그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산업부는 지난 15일 전력공공기관 재무건전화 및 혁신계획 이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혁신계획 제출기관으로 지정된 11개 공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른 경영혁신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불필요한 예산을 가급적 줄이겠다며 5.3조원의 감축실적을 보고했다.

정부는 이러한 실적이 당초 목표했던 3.2조원의 166%에 달하는 것이라며 자화자찬했다. 

감축계획을 들여다보면 ▲한전 3.8조원 ▲한수원 1286억원 ▲남동발전 868억원 ▲남부발전 3268억원 ▲동서발전 1623억원 ▲서부발전 3880억원 ▲중부발전 4061억원 등이다. 

태양광사업에 적합한 충남, 전북-전남, 경남을 사업구역으로 관장하는 서부, 중부, 남부발전의 감축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구체화된 상당한 양의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 MOU가 지난 1년만에 백지화됐다. 

결국 윤 정부의 공기업 경영효율화는 전임 정부에서 추진하려던 재생에너지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됐다. 

지나친 재생에너지 확장론에 대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계통망 연결이 되지 않아 무조건 재생에너지를 외칠 상황도 아니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책도 필요하다.

윤 정부가 전문가들을 동원해 어떤 것이 합리적인 것이고 바람직한 대안임을 얘기했다면 발전공기업들은 스스로 새정부의 정책에 따랐을 것이다. 물론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업계 많은 전문가들은 윤 정부의 에너지공기업 경영혁신 요구가 결국은 전임 정부에서 사라진 원전 예산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만든 그럴듯한 명분이라고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가령 이런 것이다. 한전 적자 문제는 한두해 거론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최대 적자 문제는 원가보다 싼 왜곡된 가격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니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윤 정부는,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전 적자의 본질이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호도했다. 

다음 정부에서 뭐라고 할 것인가. 이런 정치 행태는 나라를 위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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