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 연구목표 달성했으나 상업화 실패한 사례 분석...노하우 축적

[산경e뉴스] 미국의 유명 MC 코미디언으로 2007년, 2012년, 2018년 에미상을 수상한 코난 오브라이언이 한 명연설 중에 실패의 미학에 관한 내용이 있다. 

"여러분의 실수는 자신만의 길이 되어서 여러분이 있어야 할 곳으로 인도합니다."(Your mistakes are your own unique way of getting to where you need to be.)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대전컨벤션센터 제1전시장에서 전체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성과와 지식을 공유하는 『KIER Conference 2022』를 개최했다.

에기연 기후변화연구본부 미세먼지연구실 정순관 책임연구원이 ‘연구수행에 있어 시장 예측의 중요성’이중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IMO 글로벌 황산화물 규제대응 SOx Scrubber 선박 실증 및 연료유 품질검증 체계구축’ 과제는 수행 중에 이미 경쟁기술이 개발돼 상용화에 실패했으며 두 번째 ‘선박배출 온실가스 처리 및 자원화 시스템 개발’ 과제는 시장이 만들어지기 전에 너무 빨리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됐다고 술회했다. 
에기연 기후변화연구본부 미세먼지연구실 정순관 책임연구원이 ‘연구수행에 있어 시장 예측의 중요성’이중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IMO 글로벌 황산화물 규제대응 SOx Scrubber 선박 실증 및 연료유 품질검증 체계구축’ 과제는 수행 중에 이미 경쟁기술이 개발돼 상용화에 실패했으며 두 번째 ‘선박배출 온실가스 처리 및 자원화 시스템 개발’ 과제는 시장이 만들어지기 전에 너무 빨리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됐다고 술회했다. 

올해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특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실패사례 세션이었다. 

성실한 노력으로 도전적인 연구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나 실제적인 성과의 상업화에는 실패한 연구 과제를 통해 축적한 귀중한 경험을 공유한 것.

실패 사례의 공유는 유사한 실패를 사전에 방지해 다른 연구자들의 보다 빠르고 큰 성공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에기연은 구성원의 소중한 실패 경험이 축적의 시간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실패사례 발표자료와 영상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지식공유플랫폼을 통해 모든 구성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실패사례 공유는 연구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고 구성원들과 공유해 유사한 실패를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연구 성과의 실제적인 상업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실패사례 세션에서는 총 5편의 사례가 발표됐다. 

연구목표 설정 오류, 시장 예측 오류, 기술사업화 파트너기업 선정 오류, 다학제간 협동과제 수행의 어려움 등의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 등이 공유됐다.

연구전략본부 기술사업화실 유윤종 책임기술원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흡착로타 제조기술의 양산화 실패’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소재 개발 등 각각의 세부 연구내용별 목표 달성에 집중해 개발 요소들의 성능 목표는 달성했으나 전체 시스템의 양산화에는 성공하지 못한 경험을 소개했다. 

핵심 실패요인으로는 연구 초기부터 양산화를 고려해 소재부터 공정까지 전반적인 과정의 밸런스를 고려하면서 기술개발을 진행하지 못한 점을 들었으며 단순한 특허분석, 논문 데이터, 제품 분석에 의존한 목표설정은 위험하며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과제 종료 이후 실패의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결국 양산화가 가능한 기술이전을 이루었으며 늦었지만 이러한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꼼꼼하게 작성했던 연구노트 덕분이었다고 술회했다. 

‘연구노트는 실패 극복의 어머니’라는 것이 중요한 교훈이었다. 

에너지효율연구본부 EMS연구실 김강출 책임연구원은 ‘사업화 성공을 위한 메가 트렌드 예측 및 핵심목표 설정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휴대가 가능한 엔진/발전기 일체형 파워팩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으나 경쟁기술과의 가격경쟁력에 밀려서 상용화에 실패한 사례를 공유했다. 

과제기획 시점에서는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경쟁기술인 이차전지를 이기고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후 글로벌 환경과 국내 정책의 변화에 따라 내연기관 시장은 위축되고 이차전지 R&D 확대로 배터리 출력 및 에너지밀도, 가격경쟁력이 향상돼 개발 기술의 상용화에 실패한 것이다. 

유사한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기술의 5~10년 후의 기술수준을 전망하고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남들보다 먼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토대로 기존 수행 연구와 새로운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기술제품을 개발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기후변화연구본부 미세먼지연구실 정순관 책임연구원은 ‘연구수행에 있어 시장 예측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상업화에 있어서 기술개발 타이밍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사례로 두 가지의 경험을 제시했다. 첫 번째 ‘IMO 글로벌 황산화물 규제대응 SOx Scrubber 선박 실증 및 연료유 품질검증 체계구축’ 과제는 수행 중에 이미 경쟁기술이 개발되어 상용화에 실패했으며 두 번째 ‘선박배출 온실가스 처리 및 자원화 시스템 개발’ 과제는 시장이 만들어지기 전에 너무 빨리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됐다. 

이와 같은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미래 시장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성숙된 시장을 대상으로 상업화 할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의 선제적 정립,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 추진 등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들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연구소 곽지혜 책임연구원은 ‘원천기술과 시장 사이 : 저가 범용소재 기반 박막 태양전지’라는 주제의 사례를 발표했다. 

실리콘 가격이 높을 때 높은 가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저가 태양광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나 그 사이에 실리콘가격이 급락하면서 실리콘 중심의 제품시장이 형성되고 개발한 제품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의 학문적 성과가 연구과제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으며 저가의 소재가 저가 시장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공유했다. 

또한 과제기획과 평가결과는 급변하는 시장동향과 국내외 정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연구결과는 저가의 실리콘전지와 경쟁하는 대신 태양광 설치 장소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창문, 벽면 등에 부착할 수 있는 도시형 프로슈머 타입 저가·고효율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의 핵심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수소에너지연구본부 고온에너지전환연구실 김선동 책임연구원은 ‘다부처공동기획연구 2단계 진입 실패사례 공유’라는 주제로 목표설정 및 여러 주제가 참여하는 사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사례를 공유했다. 

연구기간과 예산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겠다는 도전적인 의욕으로 응용기술 개발은 물론 양산모듈화까지 달성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양산을 위한 설비 및 주체(기업) 조차도 부재하고 실증을 담당한 참여 기업의 경영상태 악화로 다부처 협력체계 자체가 붕괴되어 실패를 맞게 되었다. 

실패를 방지하고 성공적인 목표 달성 및 상업화를 위해서는 도전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지만 연구 기간 및 예산, 그리고 컨소시엄 기업의 리스크 예측 등도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최근 수주한 과제에서는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토대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연구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원천기술을 명확히 정의해 연구 성과의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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