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2025년까지 적용 권고...원전 밀어주기 명확...분류체계 변경으로 금융계 ‘그린워싱’ 소지 커져

[산경e뉴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22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변경하여 새해부터 이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말 최초로 수립한 후 불과 1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변경은 분류체계 내의 녹색경제 활동 장려를 위한 제도 보완 성격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맞춘 무리한 원전 밀어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분류체계 주요 변경 사항을 살펴보면 신규 원전 건설, 원전 수명연장 사업을 ‘전환 부문’ 녹색경제 활동으로 분류한 것이다. 

더불어 ‘연구·개발·실증’ 활동도 추가됐지만 이 또한 세부 기준을 보면 대부분 원자력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부는 이번 변경을 통해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 EU 텍소노미를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EU 기준에 미달함은 물론, 원전의 그린워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대표적으로 EU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관한 계획을 제시할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환경부의 변경안은 처분시설에 대한 책임을 아직 제정하지도 않았음에도 법률에 전가하고 있다. 녹색분류체계가 녹색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임을 상기할 때 산업 및 사업자들이 충족해야 할 인정기준을 나중에 법률로 보장해주겠다고 사실상 면제해준 것이다. EU 기준과 분명히 다르다. 

더구나 2025년까지 기존 원전과 신규 원전 모두에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조건을 부과한 EU와 달리 한국형 분류체계는 2031년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시점을 유예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기존 원전 10기의 수명연장 사업은 모두 이 기준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어 ATF 기준이 유명무실해진다. 

또한 EU가 제시한 ‘최적가용기술’과 국내의 ‘최신기술기준’은 세부적 규제 수준이 달라 국내 기준은 EU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차이는 국제적으로 한국의 녹색분류체계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윤 정부가 원전을 무리하게 녹색으로 포장하려는 이러한 분류체계의 변경은 금융 시장의 그린워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16일 환경부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역시 변경했는데 이 개정의 골자는 녹색분류체계 적용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즉, 내년부터는 원전 관련 채권도 녹색 채권으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투자기관들이 프로젝트 규모가 큰 원전 관련 사업의 채권 인수 등을 통해 녹색 투자 규모를 부풀리기 쉬워지는 것이다. 

장려하고 육성해야 할 재생에너지 산업 등의 녹색경제 활동을 지원하고자 한 제도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처리 기술이 없는 방사성 폐기물을 다량 발생시키는 원전은 ‘심각한 환경피해가 없을 것(DNSH)’이라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기본 원칙에 심각하게 위배 되는 오염 산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펴낸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 기여도는 에너지효율향상(37%), 재생에너지(32%), CCUS(9%), 연료전환(8%), 원자력(3%), 기타(12%) 순이었다. 윤 정부는 원전을 무탄소 전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IEA는 원전의 탄소중립 기여도를 최하위로 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원전을 녹색 경제활동으로 규정하는 무리한 지침서 변경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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