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요즘 에너지공기업들은 윤석열 새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때문에 정신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29일 발표한 혁신안 때문이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7월 말 1차 혁신보고서를 냈고 이달말 2차 보고서를 내야 한다. 어디를 얼만큼 줄이고 무엇을 팔아 정부의 눈높이에 맞출 것인지 고민하느라 답이 없는 답안지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정부의 요구사항은 민간과 경합하거나 비핵심적인 기능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민간에 이양하고 필요하지 않은 자산은 매각하라는 것이다.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은 올 하반기부터 줄이고 내년부터 조직·인력을 감축하는 방안도 있다. 

실상 가이드라인의 핵심내용은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민간에 넘겨 몸집을 줄여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남동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이 첫번째 대상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려다 중단된 공기업 민영화 논란이 이는 이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29일 민주당 대표가 됨)이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방침을 ‘민영화’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뜬금없는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6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 추진을 시사했고 그 이후 나온 구체적인 방안이 혁신가이드라인이다. 

추 부총리는 IMF 외환위기 때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자고 주창한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이 잘 한 일인지는 20년이 지난 현재 전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지금 상황이 외환위기처럼 위험한 국면도 아니고 외환보유고도 최대인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재정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공기업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박용석 민주노동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혁신가이드라인의 취지는 명확하다. 민간 중심의 경제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기능을 최대한 축소하고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전제하에 경상비와 복리후생비 등을 줄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30일 공공부문 민영화·구조조정 저지 결의대회를 가졌다. 

양대노총이 단일 사안으로 공동집회를 한 것은 전임정부에서는 없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20일만에 양대노총이 합심해 집회를 가졌다는 사실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대노총은 윤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이 민영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한다. 

민영화는 공공기관의 기능(영역)을 민간에 넘기거나 경쟁 차원에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선 단순히 정부 소유 재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도 포함할 수 있다.

IMF 당시 멀쩡한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조작해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해놓고 다시 국내은행이 비싼 가격에 다시 사들이는 헤프닝을 벌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헐값 매각으로 4.6조원을 론스타에 기부했다. 그것도 모자라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ISD에 제소하며 5조원 대 배상금을 청구했고 31일 결론이 난다. 

론스타 매각 의혹의 중심에 있는 추 부총리가 또다시 이런 일을 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의 머리속에는 국가의 이익보다 그가 맡은 기재부의 행정업무를 더 먼저 생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냉철한 공직자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린다.

윤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보다 원전에 진 빚이 많고 문재인 전 정부 시절 에너지공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정책에 올인했기에 이를 전면 부정하려면 방만한 에너지공기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어 기존에 진행중인 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일이라고 세평한다.  

여기에 덤도 있다. 586(386) 운동권을 색출하는 일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386운동권 대부라 몰아부치며 문재인 정부 태양광 전도사 허인회씨를 압수수색으로 탈탈 털어보려 했지만 결국 임금지급 문제 정도로 끝낸 일이 그것이다. 

태양광 말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는 보수들의 생각과 윤 대통령이 궤를 같이 한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런데 윤 정부의 검찰은 지난 25일 한국태양광산업협회를 압수수색했다. 협회 정우식 상근부회장이 전대협 386 운동권출신이고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정권이 바뀐지 200일도 안됐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못난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다. 작금의 민영화 논란을 보며 느끼는 편린은 이건 아닌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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