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서울의 하늘이 무너진 듯 비가 쏟아졌다. 8일부터 오늘까지 지속된 비는 또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2018년엔 관측 이래 최대 폭염이 있었고 2020년엔 관측 이래 최장 기간의 장마가 있었다. 

이번 폭우는 일일 최고 강수량, 시간당 최고 강수량을 모두 갈아치웠고 서울 시내 곳곳이 침수되었다. 참혹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며 우리 사회가 기후 재난에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전례 없는 기상이변은 기후위기 시대에 일견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국회는 2020년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가결한 바 있고 정부 또한 같은 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지만 당면한 기후 재난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예측을 뛰어넘는 기상이변과 재난 발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침수와 홍수 대책 등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와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처럼 기후 재난이 일상화되는 데도 우리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원전 강국만을 외치며 석탄발전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미루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럼 예측을 뛰어넘는 자연재해에 더 취약하고 사고위험이 큰 원전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빠르게 퇴출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공공 영역이 소유한 부지부터 우선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설치해야 한다. 계획입지제·주민이익공유 제도 역시 강화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 

산업부문 역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야 한다.

에너지 수요관리 역시 비용적·기술적 측면에서 모두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의 지출 역시 늘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재난으로 잃어버린 생명의 무게에 대해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기후위기라는 재난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시스템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거의 기후대책과 재난대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원인조사와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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