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편집위원)

[산경e뉴스] 지난 3일 대선 TV토론 중 RE100과 EU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질문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단어조차 모르고 있어 대중에 회자되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윤석열 후보는 누구보다 원자력을 적극 추진하는 후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면서 신한울 3,4호기 공사재개와 원전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원자력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공동으로 2030년까지 중동과 동구권에서 10기 이상의 원전을 수출하여 일자리를 10만개 이상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어 소형모듈원전과 연간 40만톤의 원자력 수소생산 등을 통해 우리나라 원전산업을 육성하여 원자력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이른바 K-원전 공약을 발표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원전산업계의 주장이므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해도 RE100과 녹색분류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진정성에 의심을 갖게 한다. 

즉,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단지 원전진흥을 위해 기후위기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으로 비쳐진다. 

만일 그렇다면 기후위기의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며 전 지구적 기후위기 경고를 무시하는 것으로 국가 지도자의 자격 여부조차 의문이 들게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격한 전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원전의 문제는 안전이다. 

방사화된 핵연료가 환경을 해치는 방사선의 영원한 출처가 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청정에너지로 볼 수가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5일 탈원전 정책폐지 공약을 발표하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책임한 정치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26일 국회에서 원전 진흥정책을 발표한 윤 후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5일 탈원전 정책폐지 공약을 발표하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책임한 정치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26일 국회에서 원전 진흥정책을 발표한 윤 후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탄소중립 2050 도달을 위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 전제조건은 2025년까지 사고저항성핵연료의 사용과 2050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영구처분장 가동 등이다. 

원전의 안전과 핵폐기물 문제는 원전산업계에서 지난 70년간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취급해 왔으나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채 그대로이다. 

이 점을 지적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일정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만약 2025년까지 불가능할 것 같은 사고저항성핵연료가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되었다고 치자. 

핵연료 재료, 크기, 규격이 달라지고 노심 내에서 연소되면 중성자 물리 특성이 달라지면서 열, 구조적으로 기계재료적 특성이 달라지므로 원자로 노심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원자로 노심구조가 변경되는 경우 열전달 특성이 바뀌고 이에 따른 원자로를 구성하는 원자로 압력용기와 내부구조물,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재펌프 등 계통을 구성하는 주기기 전체의 설계가 변경되어야 한다. 

설계변경 내용은 안전과 운전성능에 부합한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하며 규제기관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이용한 원전가동을 위해서는 일정을 제시할 수도 없을 만큼 예상하기도 힘든 많은 숨겨진 기술 문제들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동원전에 사고저항성핵연료를 투입하는 것보다 원전을 새롭게 개발하여 건설하는 것이 오히려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 조차 이제 겨우 시작단계인데 어느 세월에 이를 개발하여 사용하겠다는 것인가? 

2025년까지 기존의 가동원전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원전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었지만 이러한 전제조건 불충족 문제로 인해 원전에서 수소를 생산한다고 쳐도 친환경적이지 않은 수소가 될 것이다. 

탄소중립 2050을 위해 원전으로 달성하겠다는 K-원전 공약은 전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허위 공약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시 방사능이 배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여 원전의 안전인식도가 너무 낮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국민안전을 보호하는 국방을 위해 북한에 선제타격을 운운할 정도로 국민의 안위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현재 몸살을 앓고 있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최소한 한 번쯤은 심층적으로 고민할 것을 진정으로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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