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혁 한국전력 전력기금사업단 부장

[산경e뉴스] 마크 월버그와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퍼펙트 스톰>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최용혁 한전 전력기금사업단 총무부장.
최용혁 한전 전력기금사업단 총무부장.

여기에서 말하는 ‘퍼펙트 스톰’을 우리말로 옮기면 ‘더 이상 나쁠 수가 없다’ 또는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된다. 

과도한 욕심을 부리던 어부들은 남들이 가지 않던 미지의 바닷길로 향했고 두 개의 폭풍 속에 갇히면서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최근 중국과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위기를 보며 우리가 마치 이 영화의 배우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의 에너지 위기는 우리에게 요소수 사태로 닥쳐왔다. 

요소수는 내연기관의 질소산화물을 제거해줌으로써 대기오염 개선에 큰 도움을 주는 존재이다. 

그런데 요소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에 의존하던 우리는 갑작스러운 중국의 요소수 수출 중단으로 물류대란이라는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 중단은 결론적으로 중국의 에너지 위기 때문이다. 왜 중국에서 갑자기 석탄을 비롯한 에너지 공급 위기가 발생한 것일까?

중국 에너지 위기의 이유는 첫째 코로나 19 사태 진정으로 중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에너지 수요가 급하게 증가한 것에 있다. 

마크 월버그와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기후재난 영화 퍼펙트 스톰 홍보포스터. 2007년작.
마크 월버그와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기후재난 영화 퍼펙트 스톰 홍보포스터. 2007년작.

그리고 중국 중앙정부는 강력한 대기환경 정책으로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강요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의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또한 올해 몰아닥친 대규모 수해 지역이 공교롭게도 주요 석탄 생산지였고 대형 탄광들의 석탄생산량이 급감했다. 

또한 중국의 에너지 가격이 정부 통제로 원가를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조정하는 시장기능이 중국에는 없다. 

마지막으로 급속한 에너지 수요 급증과 석탄 생산량 감소를 한창 확대해 나가는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감당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영화 <퍼펙트 스톰>과 다르지 않다.

중국의 전력생산량 60%를 조선과 철강을 비롯한 중공업이 소비하는데 중국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현재 전기부족으로 제한 송전을 받고 있다. 주요 제조업 가동률도 절반에 머물고 있다. 

이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생산 원가가 높아질 것이며 결론적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영국도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영국은 전력생산량의 절반을 가스로 하고 있는데 겨울을 맞이하는 유럽 전체의 에너지 수요가 상승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커져만 간다. 

올여름 북해 연안의 풍력이 196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풍력발전량 감소가 심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모든 현상이 퍼펙트 스톰으로 작용하며 에너지 위기가 영국에 몰아닥쳤다.

여기에다 유럽으로 가스를 송출하는 러시아는 영국과 유럽의 에너지 수요 상승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가스 공급량을 충분히 늘리지 않고 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것은 물론, 유럽에 대한 경제적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러시아의 기회주의적 의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특히 노드스트림 2 파이프라인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신경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둘러싼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감 등도 에너지 위기와 함께 올겨울 지구촌의 표정을 우울하게 만든다.

영화 <퍼펙트 스톰>은 모험을 통해서라도 큰 이익을 취하려던 너무 과감했던 어부들의 비극적인 결말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그리고 화석연료를 둘러싼 문제를 놓고 우리는 32피트짜리 어선에 갇혔던 어부들보다는 좀 더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급속한 에너지 전환의 문제점도 살피고 화석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사이의 균형을 맞추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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