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략물자인 초전도 소재 기술 100% 국산화 성공

AC 154kV 초전도 케이블 및 중간접속함(제주초전도센터).

세계 최초 초전도 송전 상용화로 글로벌 선도적 위치
154kV 초전도 케이블 실 계통 상용화 프로젝트 가동

초전도의 무저항 특성을 이용해 기존 전력선보다 대용량의 전력전송이 가능해진다면. 이게 실용화될 전망이다. 한전이 이를 추실증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초전도 송전 분야에서 미국, 일본을 앞섰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IEA(국제에너지기구)로부터 세계 최초 초전도 상용국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초전도 기술우위는 전압, 용량, 거리 3요소로 평가하는데 한전이 2016년 이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초전도는 특정 금속과 합금(초전도체)을 극저온(영하 196도)으로 냉각시키면 전기저항이 제로(0)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1911년 네덜란드의 카멜링 온네스 교수에 의해 발견된 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산업 응용분야의 적용은 의료용 MRI(자기공명영상화장치) 등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전력분야에서의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상당한 진보와 성과를 이뤄냈다.

초전도 기술을 적용한 전력케이블은 동일 크기의 기존 케이블 대비 5배 이상의 송전용량과 1/10 이하의 송전손실을 발생시키는 대용량, 고효율 송전 기기로 설비규모를 축소할 수 있고 저전압으로도 대용량 송전이 가능하다.

더욱이 이산화탄소, 절연유, SF6 가스 등의 환경오염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고도의 친환경 전력전송 수단이기 때문에 향후 초전도 송전기술은 기존 전력망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대응 및 미래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차세대 송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초전도 케이블 기술은 유럽,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기술 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였다. 우리나라는 초전도 기술 변방국이었다.

그러나 2001년부터 10년간 정부 R&D 사업으로 진행된 DAPAS(차세대 초전도 응용기술개발 사업) 사업이 본격 착수하면서 우리나라 초전도 전력기술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 이천 변전소와 2016년 제주 금악변환소(초전도센터)에서 초전도 전력케이블 시스템(이천-22.9kV 50MVA, 제주-154kV 600MVA)의 실계통 실증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초전도 송전기술 보유국가가 됐다.

특히, 제주 실증사업 성과를 통해 기존 미국 LIPA 프로젝트(전압 138kV, 길이 610m, 용량 574MVA)가 가지고 있던 글로벌 톱 기술수준을 넘어(전압 154kV, 길이 1000m, 용량 600MVA)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가진 나라로 우뚝서게 된 것이다.

초전도 케이블의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기존 케이블 대비 몇배에 달하는 구입비용은 초전도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부각되었다.

한전은 초전도 케이블에 대한 비용분석을 통해 핵심부품인 초전도 소재의 구입비용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비용 절감방안을 고민했다. 핵심부품인 초전도 소재는 당시 미국, 일본에서만 공급이 가능했고 수입가격은 미터당 6만원에 달했다.

신갈~흥덕간 초전도 상용화 사업을 계획하면서 초전도 소재 국산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한전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일본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는 초전도 소재를 국내 중소기업인 ㈜서남에서 100%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한전은 이천변전소와 제주 초전도센터에 적용한 연구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154kV 신갈변전소와 흥덕변전소 사이의 23kV 모선을 초전도케이블로 연결하여 변압기 증설이 곤란한 변전소간 상호 부하공급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상용화 사업모델을 2015년 확정하고 지난해 11월 5일 준공과 함께 세계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번 초전도 상용화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발행하는 백서에 ‘세계 최초 초전도 상용국’으로 등재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구리(좌) vs 초전도(우) 비교사진.

세계 최초의 초전도케이블 상용화 사업은 총사업비 150억원 규모로 23kV 50MVA 3상 일괄형 초전도케이블(1035m) 시공을 통해 대용량 초전도케이블을 계통에 적용함으로써 도심 내 추가 변전소 건설을 억제함은 물론 초전도케이블의 사업성을 증명하는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 사업을 통해 초전도 케이블 사업성 및 지속 투자여부를 검증하고 초전도 케이블 시장 본격 형성에 대비하여 국내 초전도 기술개발 촉진을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사업은 한전이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기업 간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이끌어 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여 그 사업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전은 이러한 성공적인 성과를 발판삼아 초전도 송전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에 이미 돌입했다.

우선, 154kV 초전도 케이블의 실 계통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수준, 기존 토목 구조물의 가용성, 시스템 신뢰성, 경제성 등의 관점에서 최적 후보지를 검토했고 2018년 10월 154kV 역곡~온수 변전소 사이에 초전도케이블 시스템 설치를 확정하여 2023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온수변전소는 단일계통 변전소로서 고장이 발생할 경우 장시간 정전의 우려가 있으며 대도심 지역이라는 환경적 조건 때문에 기존 케이블 방식으로는 터널 공사가 불가피했다.

같은 용량을 가진 154kV 초전도 케이블을 적용하면 터널 대신 관로 공사가 가능해져 154kV 초전도 케이블의 높은 투자비용을 상쇄하고 시공 기간을 36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할 수 있게 된 것. 여기에 단일계통 해소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도심지 전력공급을 위한 초전도플랫폼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전력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전력설비의 집중적인 건설이 요구되고 있지만 도시 내 전력설비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 또한 늘어나 도심지 전력공급문제가 큰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기술적-사회적 대안으로 23kV 초전도 케이블을 활용한 도심지 전력 시스템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형 변전소 등 대규모 전력시설은 도심지 외곽에 건설하고 소형 초전도 플랫폼을 도심 부하 중심지에 건설하여 변전소와 초전도 플랫폼을 초전도 케이블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154kV 문산~선유 변전소 사이에 초전도 플랫폼 모델 구축을 확정하고 세부 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또한 초전도 케이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갈~흥덕 상용화사업에 적용된 일괄형 초전도 케이블 대비 30%의 비용이 절감되는 동축형 초전도 케이블 설치도 계획하고 있다.

한전은 이러한 초전도 기술의 국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무대에도 도전한다.

네덜란드 국영 송전회사인 TenneT에서 친환경 그리드 구축과 초전도 신기술 도입 목적으로 AC 110kV 150MVA 3.4km 송전선로를 초전도 케이블로 설치하는 실증사업인 Supernet NL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고 이 사업에 한전과 LS전선이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예정인데 유럽 최고의 케이블 제조회사인 넥상스(Nexans)와 각축전이 예상된다.

올 연말 기술평가와 입찰가격 심사를 거쳐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으로 한전이 초전도 해외사업의 주인공으로 선택될지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한전은 국내 산학연 협업으로 각 분야별 시스템 설계와 시제품 제작, 검증을 통한 우수한 초전도 기술 확보와 기기 100% 국산화를 통해 국내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또한 실제 계통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모델을 제시하고 기술적 타당성과 계통영향 검토 등을 실시하여 실 계통에 적용할 계획이다.

각종 민원과 환경문제, 다양한 이해관계 등으로 전력설비 건설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보다 경제적이고 친환경 설비인 초전도케이블은 미래에너지 수송의 대안이 될 것이 확실하다.

특히 공기업 맏형으로서 한전은 중소기업과 기술 협력을 통해 신기술 발굴과 적용에 집중,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신에너지시대의 미래시장 주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산경e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